언제나 아웃도어
대홍기획 기사입력 2023.05.26 02:40 조회 882
 
 

글 윤성중/월간 <산>기자

‘아웃도어’가 어떤 지역을 가리키는 말이라면 요즘 여긴 서울 성수동만큼 붐빈다. 전문가들은 이걸 코로나 때문이라 고 분석한다. ‘격리' '거리두기' 등 바이러스의 전파를 막기 위해 시행했던 정책이 사람들을 아웃도어(야외)로 몰고 있다는 것이다. 이 분석은 대체로 맞다. 코로나가 덮치기 전 한국에선 달리기·마라톤이 유행했다. 그러나 코로나 시대 가 되며 크루를 만들어 달리기 하던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마라톤 대회도 열리지 않았다. 이들이 산에 등장했 다. 당시 산에선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됐다. 러너들은 마스크 없이 몸에 쫙 달라붙는 바지를 입고 산에서 달렸다. 이 른바 '트레일러닝'이 붐을 이뤘고, 덩달아 등산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한국 사람들만 아웃도어에 관심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스페인이 거점인 SPA 브랜드 자라(ZARA)에서 작년 초 스포 츠 컬렉션을 출시했다. 여기서 스포츠는 정확하게 말하자면 '아웃도어'다. 이들이 촬영한 룩북엔 사이클링, 등산, 암 벽등반 등을 즐기는 진짜 아웃도어 마니아 모델들이 등장한다. 러닝화, 농구화 등 일반 스포츠 영역의 제품을 중점 적으로 만들던 아디다스에서도 2020년부터 트레일러닝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아디다스의 아웃도어 라인 테렉스(TERREX)도 최근 한국에 재론칭했다. 테렉스는 2012년 한국에 첫 선을 보였다가 몇 년 뒤 종적을 감췄는데, 거의 10년 만에 다시 나타난 것이다.


자라 Athleticz 콜렉션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스키, 크로스 트레이닝, 패들테니스, 클라이밍 의류 및 장비 / 출처 zara.com


돌고 도는 아웃도어 붐

지금 한국에서 불고 있는 아웃도어 열풍은 처음이 아니다. 이건 마치 파도처럼 밀려왔다가 쓸려가곤 했다. 그 과정 을 잠깐 살펴보자. 1980년대가 그 첫 파도였다. 당시 등산객들은 산 여기저기서 캠핑을 하며 고기를 구웠다. 지리산 세석대피소 인근엔 주말마다 텐트촌이 만들어졌다. 1990년대, 국립공원에서 시행한 취사 야영 금지법이 여기에 찬 물을 끼얹었다. 텐트촌은 사라졌고 이후 국내 수많은 아웃도어 업체도 망해서 없어졌다. 다시 사람들의 시선이 산으 로 쏠린 건 90년대 후반 IMF때다. 직장에서 해고당한 회사원들이 등산·아웃도어 문화를 주도했다. 몇 년 후 이 유행 은 수그러들었다가 2000년대 후반 캠핑족이 늘어나면서 아웃도어 시장이 살아났다. 스키장에서 스노보드 타던 친 구들이 캠핑장으로 내려오면서부터다. 이 유행은 3년 정도 지속됐다가 또 잠잠해졌다. 그 조용했던 국내 아웃도어 시장을 다시 떠들썩하게 만든 게 얼마 전의 코로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