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한 메인스트림에 날리는 서브컬처의 통쾌한 펀치! ? QWER에 영향을 준 캐릭터들
HS Ad 기사입력 2024.06.10 10:32 조회 445
 
 
걸밴드 QWER의 인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QWER의 미니 1집 앨범 수록곡 <고민중독>은 음악방송 출연 없이 1위 후보에 올랐을뿐더러, 발매 2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멜론 차트 4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QWER의 위아래로 하이브, 카카오엔터, SM과 같은 대형자본이 제작한 노래들만 있다는 점에서 더욱 놀라운 결과입니다. QWER의 인기를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아래 영상)도 있습니다. 저는 그런 거창한 분석이나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오타쿠 시선에서의 주관적인 평가를 해보겠습니다.
 
‘텐덕 서브컬처 오타쿠가 고고한 메인스트림 자본가에게 날리는 통쾌한 펀치!'

 

소셜 데이터로 QWER을 분석하여 꽤 놀라운 결과를 알려준다. QWER 등장 이후, ‘걸밴드’라는 검색어가 ‘록밴드’를 넘어섰다는 점은 가히 충격적이다 / 출처: 생활변화관측소 유튜브


트위치 여캠 BJ, 틱톡커, 실패한 일본 아이돌, 이들을 모아서 만든 밴드가 이렇게 메인스트림에 안착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사람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과거 이들이 만들었던 콘텐츠가 물론 불법은 아니지만, 어디 가서 즐겨본다고 말하기에는 좀 꺼려지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기원인 인터넷 방송, 애니, 게임 등의 서브컬처를 숨기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학원 애니메이션의 필수요소인 청춘과 낭만(+교복)을 장착한 신곡 <고민중독>으로 대중의 공감까지 얻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헬스 유튜버 ‘김계란’은 이들을 모집하는 과정부터 유튜브 콘텐츠로 생산하여 이슈를 만들었습니다. 김계란은 QWER이 ‘성장형 밴드’로 <최애의 아이>, <봇치 더 록!>, <케이온!>등의 일본 애니메이션을 레퍼런스로 했다는 점을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QWER이 애니메이션들의 캐릭터들과 어떤 면에서 닮아 있는지를 제 맘대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최애의 아이>는 지난 글로 복습해 주시기 바랍니다!


장난 같은 밴드명 : QWER ≒ 방과 후 티타임 ≒ 결속밴드


<케이온!>은 1학년 여고생들의 경음악부(밴드부) 동아리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을 넘어 2009년 일본 대중문화를 통틀어서도 가장 큰 성공을 거둡니다. 삽입곡 모두가 오리콘 차트 상위권에 오르고, 멤버들이 사용하는 악기는 일본 전역에서 품절이 될 정도로 걸밴드 붐을 일으켰습니다. 상업적인 성공보다도, ‘일상물’이라는 하나의 트렌드를 정립했다는 점에서 애니메이션 역사를 설명할 때에도 빼놓을 수 없는 작품입니다.

<케이온!>의 동아리 부원들은 학교생활이나 진로, 심지어 음악에도 그다지 진지하지 않습니다. 그저 방과 후에 함께 모여 동아리실에서 차를 마시고, 수다를 떠는 것을 좋아할 뿐입니다. 목표를 향해 지금의 모든 것을 희생하는 각박한 삶과 정반대 지점에 있다는 것이 이 작품의 매력 포인트입니다. 동아리 밴드명은 장난 삼아 ‘방과 후 티타임’으로 정해지지만, 이 밴드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이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방과후 티타임(좌), 결속밴드(중), QWER(우) / 출처: 공식 홈페이지 및 공식 뮤직비디오)


<봇치 더 록!(한국명 : 외톨이 더 록!)>은 재치 있는 연출과 고퀄리티 음악으로 많은 인기를 끌었으며, 원작의 인기와 막강한 자본을 등에 업은 <체인소맨>마저 제치고 2022년 4분기의 승리자가 되었습니다. 김계란이 초기 QWER의 밴드명을 ‘기모찌 더 록!’으로 하려고 했었다는 이야기는 유명합니다.
 
<봇치 더 록!>은 <케이온!>과 다르게 라이브 하우스에서 밴드를 결성한 여고생들의 이야기입니다. 지나치게 내향적인 성격으로 타인과 잘 소통하지 못하는 성격을 가진 고토 히토리(별명 : 봇치/일본어로 ‘히토리 봇치’는 ‘외톨이’라는 의미)가 우연한 기회에 밴드에 합류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밴드명 ‘결속밴드’는 우리가 여러 개의 전선들을 정리할 때 쓰는 ‘케이블 타이’를 말합니다. 동음이의어를 활용한 장난이지만,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던 봇치를 억지로라도 묶어준다는 의미에서, 역시 매우 적합한 밴드명입니다.

 

<봇치 더 록!> 결속밴드의 노래 <잊어주지 않을 거야> 핵인싸 보컬리스트가 방구석 외톨이가 쓴 가사를 즐겁게 부르는 것이 매력이다 / 출처: 화복화 [BokHwa / 花復花] 유튜브


밴드명 ‘QWER’ 또한 사실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LOL)’이라는 게임에서 스킬을 사용하는 버튼명을 모아 놓았을 뿐입니다. 역시 장난스러운 이름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 밴드명은 매우 절묘합니다. 이 밴드명은 ‘우리만 알고 있는 비밀구호’처럼 QWER의 의미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을 구분되게 만듭니다. 팬덤명 ‘바위게’와 데뷔곡 ‘디스코드’까지, 데뷔 전부터 서브컬처 팬덤을 갖고 있었던 이들은 최초에 자신들이 공략해야 할 대상을 정확하게 타겟팅했습니다.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연주자 : 김계란(QWER) ≒ 코토부키 츠무기(방과 후 티타임)

‘방과 후 티타임’이 현실에 존재하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멤버는 드러머 리츠도 아니고, 노래 잘하는 베이시스트 미오도 아니며, 프런트맨 유이도 아닙니다. 어떤 일에도 느긋한 웃음을 짓는 키보디스트 츠무기입니다. 츠무기의 가장 큰 매력은… 부자라는 점입니다. 밴드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돈이 필요합니다. 츠무기의 가게에서 악기를 싸게 사고, 츠무기의 별장에서 연습실이 딸린 합숙을 하고, 츠무기가 선물로 받은 차와 다과로 동아리방에서 수다를 떱니다. <케이온!>이 만들어낸 너무나 사랑스러운 판타지는 츠무기라는 치트키가 있기에 가능합니다.

밴드의 사장이라고 불리는 김계란은 유튜브 시대 최고의 크리에이터 중 한 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짜 사나이> <우마게임> 등 오리지널 콘텐츠로도 큰 성공을 거두던 그는 야심 차게 추진한 대형 프로젝트가 코로나와 전쟁 등의 이슈로 무산되며 위기를 맞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새롭게 추진하는 걸밴드 프로젝트에 투자를 아끼지 않습니다. 그는 멤버들이 개인 활동과 밴드를 병행할 수 있도록 빌딩 한 채를 통째로 빌려 멤버들에게 각자의 생활공간과 연습실을 제공합니다. 그의 열정과 투자가 없었더라면 QWER은 현실화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방과후 티타임’의 전설적인 첫 번째 노래 <후와후와(푹신푹신) 타임> 스쿨밴드의 특징을 살린 풋풋함이 매력이다 / 출처: Ho-kago Tea Time - 주제 유튜브


리더이자 드러머 : 쵸단(QWER) = 리츠(방과 후 티타임) = 니지카(결속밴드)
 
애니메이션에서 청춘과 낭만을 구현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밴드든, 오케스트라든, 스포츠든, 공부든… 여고생이 하기만 하면 됩니다. 하지만 ‘여고생 밴드의 성장’ 서사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점이 있습니다. 드럼과 베이스의 리듬 파트는 단기간에 실력 성장이 어렵다는 점입니다. 리듬 파트가 불안하면 밴드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걸밴드 애니메이션은 최소한의 리얼리티를 위해 이 부분을 먼저 해결해야 합니다. 그래서 <케이온!>과 <봇치 더 록!> 모두 드럼과 베이스는 경력자인 설정으로 시작합니다. 특히 경력 있는 드러머, 리츠(방과 후 티타임)와 니지카(결속밴드)는 모두 밴드 결정의 주축이 되는 리더입니다. 리츠와 니지카는 밴드를 하고 싶은 열정으로 멤버를 모으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QWER의 Q, 쵸단도 실용음악과에서 드럼을 전공한 경력자로, 팀의 리더를 맡고 있습니다. 쵸단은 이미 유명한 트위치 스트리머였고, 다양한 유튜브 채널에서 활약하고 있었습니다. 김계란은 여행지에서 그녀가 드럼을 쳐서 사람들의 환호성을 이끌어내는 것을 보고 그녀를 설득하기 시작합니다. 쵸단이 기존 활동을 일부 포기하고 밴드 프로젝트에 합류하기로 결정한 순간이, 바로 QWER의 시작입니다. 덧붙여, QWER에서 베이스를 담당하고 있는 마젠타도, 미오(방과 후 티타임)와 야마다 료(결속밴드)처럼 드러머와 함께 초기부터 밴드를 지지해 주는 중요한 기둥입니다.

 

QWER의 팬이지만, 아직도 여캠 영상을 보는 것은 익숙지 않다… / 출처: 쵸단 유튜브



핵인싸 막내 기타리스트 : 히나(QWER) = 키타 이쿠요(결속밴드) + 아즈사(방과 후 티타임)


QWER에 영입된다고 알려졌을 때, 가장 놀라웠던 멤버는 바로 기타리스트 ‘히나’입니다. 히나는 구독자 400만 명 이상의 유명 틱톡커 ‘냥뇽녕냥’으로 활동하며, 한 번도 실물로 유튜브에 출연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녀의 합류(+실물 공개)는 큰 이슈가 되었고, 밴드의 인기도 덩달아 상승하였습니다.



틱톡커로서의 모습은… 직접 검색하길 바란다 / 출처: QWER 공식 유튜브


결속밴드 또한 핵인싸 멤버인 키타 이쿠요(기타/보컬)가 합류하면서 밴드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합니다. 그녀는 베이시스트인 야마다 료를 선망하여 밴드에 들어오겠다고 했지만, 사실 기타를 만져본 적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결국 도망치듯이 밴드를 떠났으나, 피나는 연습을 통해 밴드의 프런트맨으로 활약하게 됩니다. 히나 또한 QWER 합류 전에 기타를 연주해 본 적이 없는 생초보였으나, 나날이 발전하는 실력으로 팬들의 응원을 받고 있습니다.

히나의 모습이 공개되었을 때 ‘왜 틱톡 필터를 쓰는지 알 수가 없는’ 외모부터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거기에 더해, 천진난만한 말투로 자신의 의견을 차근차근 얘기하는 막내의 모습이 더 매력적입니다. 이런 ‘똑 부러지는 막내’는 방과 후 티타임의 아즈사(리드 기타)를 떠오르게 합니다. 아즈사는 밴드 내의 유일한 1학년으로, 매일 장난칠 궁리만 하는 2학년 선배들을 다잡아주는 믿음직한 막내입니다. 선배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막내라는 점에서 히나와 더욱 비슷합니다.



방과 후 티타임 선배들이 아즈사에 선물한 노래 <천사를 만났어>, <케이온!> 극장판에서는 선배들이 졸업한 후 혼자 남게 될 아즈사를 위해, 노래를 만드는 여정을 그린다. 이 극장판은 엄청난 흥행을 기록하였을 뿐만 아니라… 우리 와이프를 울렸다. / 출처: 민튜브ANIME 유튜브


합류한 보컬 시연은 가장 알려지지 않은 멤버였습니다. 시연은 아이돌의 꿈을 한국에서 이루지 못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아이돌 NMB48 (AKB48의 오사카 버전)의 멤버가 됩니다. 김계란이 그녀를 영입하러 일본에 갔을 때, 그녀는 박봉에 단칸방에서 생활하는 일본 아이돌 생활을 그만둔 상황이었습니다. 펭귄 슬리퍼를 신고 나와 온갖 잼민이 개그를 날리고, ‘빨리 돈을 벌어서 결혼하고 싶다. 결혼식에서 컵케이크를 구워서 돌릴 돈이 필요하다’라는 4차원 소녀.

제 멋대로이지만 왠지 걱정되는 그녀의 모습은 <케이온!>의 주인공 히라사와 유이(보컬/기타)를 떠오르게 합니다. 유이는 세상이 우리에게 강요하는 진지함은 1도 가지고 있지 않은 천진난만 캐릭터입니다. 자신이 무엇을 하면 좋을지, 무엇이 하고 싶은지조차 알지 못한 채, 경음부의 동아리실의 문을 두드립니다. "휘파람이나 캐스터네츠 같은 가벼운 음악을 하는 곳이니 괜찮겠지?"

단순히 4차원 캐릭터로 인식되던 시연은 QWER 데뷔 이후 가장 극적인 변화를 맞습니다. 그녀는 성장형 밴드의 아마추어리즘을 무색하게 만드는 청량한 목소리와 뛰어난 노래 실력을 보여줍니다. 그녀가 아이돌이 되기 위해 꾸준히 갈고닦았던 실력이 드러나는 순간, QWER까지 도달하기 위해 지나왔던 긴 방황의 시간이 대중의 마음을 흔드는 핵심 서사가 됩니다.

<봇치 더 록!>의 주인공 고토 히토리(기타)는 매우 수줍은 성격 때문에 친구 하나 없는 외톨이 생활을 하고 있었고, 인기를 얻어 보겠다는 생각에 기타를 시작합니다. 결국, 실력 있는 기타리스트 유튜버가 된 그녀에게 아직도 친구는 없습니다. 우연히 참여하게 된 결속밴드는 그녀를 세상으로 꺼내어 주는 계기가 됩니다. 아무도 모르고 있던 가치를 마침내 인정받게 된다는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감동적입니다.



결속밴드 노래 <그 밴드> 라이브 장면. 봇치는 여전히 외톨이이지만, 분명히 성장하고 있다.
/ 출처: 찰프 유튜브


보일 듯 말 듯 너무 작아서 더 아름다운 성장

<케이온!>의 주인공 히라사와 유이나 <봇치 더 록!>의 주인공 고토 히토리는 인격적으로는 매우 미성숙한 캐릭터입니다. ‘성장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라는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답이 없어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TV 드라마였다면 ‘밴드활동을 계기로 마음의 벽을 허물고 인간관계도 좋아져서 결국 사회적으로 성공하게 되었다’는 건강한 결말로 마무리되었을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두 작품 모두, 이야기가 마무리될 때까지 그들의 인격은 전혀 성장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봇치 더 록!>의 마지막 회 엔딩 크레딧이 나온 후, 봇치의 마지막 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알바 가기 싫다…(사람을 만나기 싫다)”

너무 조금 성장해서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이거나, 혹은 아예 성장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이제 마음이 조금 놓입니다. 논리적으로 설명할 순 없지만, 밴드로서 성장한 그들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잘 해낼 수 있을 거야’라는 기분이 듭니다. 이렇듯 미세하게 느껴지는 성장이 더 아름다워 보이는 건 저뿐일까요?



< 구르는   돌 ,  너에게   아침이   내린다 > 결속밴드 / 출처: Unregi 유튜브


가능하다면 세상을 난 다시 칠하고 싶어
전쟁을 없앤다든지 그런 거창한 건 아니야
하지만 조금은, 그것도 있으려나

배우나 영화 스타가 될 수는 없어
그러긴커녕 너의 앞에서조차 제대로 웃지도 못하는 걸
그런 내게 무슨 답이 있겠어

뭐가 틀렸는지 그것조차도 알 수가 없어 rollin’ rollin’
처음부터 갖고 있지 않았는데도 가슴이 아파와
우리들은 분명 앞으로도 ?마음이 뒤얽힌 채 rollin’ rollin’
얼어붙은 지면을 굴러가듯이, 달려갔어
HSAd ·  qwer ·  결속밴드 ·  방과후티타임 ·  봇치더록 ·  서브컬처 ·  애니메이션 ·  최애의아이 ·  캐릭터 ·  케이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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