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기획하지 않은 자유
Cheil Worldwide, 2009년 03월, 398호 기사입력 2009.05.06 12:00 조회 3557

최인아ㅣ제작본부장 전무 namoo.choi@cheil.com

최근 우리 업계의 화두(話頭) 한 가지는 '미디어가 크리에이티브'라는 겁니다. 정해진 미디어 안에서 크리에이티브를 어떻게 구사할까가 아니라, 무엇을 미디어로 활용해서 커뮤니케이션을 할까로 생각의 출발점이 달라지는 겁니다.

때로는 미디어로 치자 않았던 것들이 광고 크리에이티브의 채널이 되기도 하는데, 크리에이티브를 담을 그릇이 다르니 그 안에 담는 콘텐츠는 더 큰 폭으로 달라집니다.

고미숙의 <아무도 기획하지 않은 자유>라는 책을 보셨는지요? 제가 지난 범에 '탐구'와 '독서일기'를 운운할 때부터 소개를 마음에 둔 책이었는데요, 그녀와 동료 지식인들의 '연구공간 수유+너머'라는 새로운 장을 만들고 거기서 지식을 생산하고 전달하며 사회와 소통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우리 업으로 치자면 콘텐츠를 커뮤니케이션하는 새로운 채널을 열어 젖힌 것이죠.

고전 평론가를 자칭하는 고미숙이 주축이 된 지식인 공동체 '연구공간 수유+너머'는 그녀 외에 이진경과 공병권 등 인문학자들이 참여하고 있는데요, 그들의 전공이 주로 인문학인 데는 사정이 있어 보입니다. 사실 대한민국에서 인문학 계통을 공부한 사람이 대학에 자리 잡기란 얼마나 어려운지요? 얼마 전에 만난 소장 역사학자 한 사람은 1년에 3000만 원만 주면 참으로 행복하게 공부하고 가르치겠다고 토로하더군요.


사람들이 거두는 성과의 대부분은 어려움을 돌파하는 과정에서 얻어진 것이라고 이미 말씀드렸습니다만, 이들인 '연구공간 수유+너머'를 만들게 된 것도 실은, 대학엔 그들이 자리가 없다는 현실을 마주하고 그 벽을 돌파하는 과정에서 나온 아이디어였습니다. '대학이 지식을 생산하고 소통하는 채널의 중심인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꼭 대학에서만 그런 활동이 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며, 대학 안에 자리가 없다면 바깥에 만들면 되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으로 실험에 돌입한 겁니다.

같이 모여 공부하고 연구하며 소통할 뿐 아니라, 밥도, 일상도 나누며 그것으로써 밥 벌이도 하는 장(場)이자 채널... 그래서 탄생한 것이 '연구공간 수유+너머'입니다. 그런데 이들은 자신들이 생산한 지식의 공유를 지식인 족속들로 한정하지 않았습니다. 일반인 대상으로 세미나와 클래스를 열어 사회와 소통했는데, 요즘 말로 '오픈 소스'를 일찍부터 시도한 겁니다.

저는 이들의 활동에서 '미디어가 크리에이트브'라는 우리 업계의 화두가 사회 이곳 저곳에서 대두되는 기운을 느꼈습니다. 기존의 장(場)과 무대, 채널에 갇히지 않고 새로운 채널을 모색하는 도저한 움직임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책제목 <아무도 기획하지 않은 자유>도 의미심장합니다.

처음부터 이런 실험을 기획한 것은 아니었으나 열리지 않는 문을 마주하고, 길을 찾아 발을 내딛어 보니 뜻밖에도 활짝 길이 열렸고 아울러 기기엔 자유도 있더라는 메시지가 읽힙니다.

참고로 고미숙 그녀는 이 책 외에도 <한국의 근대성, 그 기원을 찾아서> <열하일기, 웃음과 역성의 유쾌한 시공간> <나비와 전사> <삶과 문명의 눈부신 비전 열하일기>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비평기계> <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 <이 영화를 보라> 등을 썼습니다.저는 이 중에 이달에 소개해 드린 <아무도 기획하지 않은 자유>와 <한국의 근대성, 그 기원을 찾아서>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를 읽었는데, 괜찮았습니다.

그녀의 글은 사람으로 치면 좀 수다스러워서 자주 마주하기는 부담스럽지만, 생각은 올바른 곳을 향하고 있고 다행히 텍스트는 소리가 나지 않으니 책으로 대하기는 유쾌합니다.

우리 업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는 단초나 우리 업의 향방에 대한 이해를 광고 책이나 마케팅 책에서만 얻는 것은 아닐 겁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도 광고 책이 아닌 다른 분야의 책을 소개드릴 생각인데, 제 취향대로 고른 책이 여러분께 도움이 될지 궁금하네요.

그나저나 올해는 기온이 높아서 ?꽃이 빨리 핀다고 합니다. 드라마는 놓칠지 언정 벚꽃의 개화(開化)는 남도에 가서 감상하고 싶은데 잘 될까요....
봄입니다. 행복하세요.

미디어 ·  크리에이티브 ·  커뮤니케이션 ·  채널 ·  연구공간 수유+너머 ·  고미숙 ·  도서 ·   ·   · 
이 기사에 대한 의견 ( 총 0개 )
[BRAND REPORT] 건강한 세상을 만드는 건강한 소통 헬스 커뮤니케이션
최근 헬스 커뮤니케이션(Health Communication)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여러 분야에서 커뮤니케이션, 즉 소통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유독 헬스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이 강조 되는 것을 보면 그만큼 이 분야에서 소통의 중요성이 등한시 되어 왔던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해 본다.
2023년 광고 시장 결산 및 2024년 전망
2023년 연초 광고 시장에 드리웠던 불안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지난 2021년 20.4%라는 큰 성장 이후 2022년 5.4% 재 성장하며 숨 고르기로 다시 한번 도약을 준비하던 광고 시장이었다. 하지만 발표된 다수의 전망들은 2023년 광고 시장의 축소를 내다보고 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 따르면 2023년 광고비는 전년 대비 3.1%p 하락으로 전망됐고, 이중 방송 광고비는 17.7% 감소가 예상됐다.
광고회사 광고주 현황조사
광고회사 현황조사 광고회사 성장세 주춤한 가운데, 해외물량 늘어 ’23년 10대 광고회사 취급액 20조 8,218억 원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글로벌 추세
  광고에서 중요하게 고려되는 것 중 하나는 ‘어떤 방법을 통해 최대의 광고 효과를 얻을 것인가’ 일 것입니다. 여러 광고 전략 중, 고전적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된 것은 유명인을 주요 매개로 브랜드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셀러브리티 마케팅 혹은 유명인 모델 광고 (celebrity endorsement; McCracken, 1989) 전략입니다.   우버 이츠(Uber Eats)의 제니퍼 애니스톤, 데이비드
광고계 러브콜 쇄도, 스튜디오 것(GUT) 이현행 감독
감각적, 트렌디, 세련, 완성도, 영상미, 신선, 구도, 멋진 노래, 디테일, 강력한 비주얼의 완성... 한 광고에 쏟아진 반응이다.
[BRAND REPORT] 건강한 세상을 만드는 건강한 소통 헬스 커뮤니케이션
최근 헬스 커뮤니케이션(Health Communication)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여러 분야에서 커뮤니케이션, 즉 소통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유독 헬스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이 강조 되는 것을 보면 그만큼 이 분야에서 소통의 중요성이 등한시 되어 왔던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해 본다.
[월간 2024밈] 7월 편 - 7월에 공휴일 없음? 이것 뭐에요~???
  GOAT 하다? 느낌 좋은 밈&좋은 느낌을 줌 07월 공휴일 없음? 이것 뭐에요~??? 아이폰 스.꾸? 티라미수 케익~? T라 미숙하다고?  GOAT 하다?    Greatest Of All Time의 줄임말 GOAT. 해외에서 시작된 밈이에요. '역사상 최고의 스포츠 선수'를 의미하며 하며 주로 운동선수들에게 사용하는 밈인데요.   현재, 특히 국내에서는 운동선수뿐
광고계 러브콜 쇄도, 스튜디오 것(GUT) 이현행 감독
감각적, 트렌디, 세련, 완성도, 영상미, 신선, 구도, 멋진 노래, 디테일, 강력한 비주얼의 완성... 한 광고에 쏟아진 반응이다.
[Special] 커뮤니케이터가 일하며 꼭 알아야 할 Bible Site
생각의 축을 쌓아 가속도를 붙여야 할 순간, 방전된 배터리처럼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 분, 마케팅 회사에 다닌다는 이유로 늘 트렌드에 앞서야 한다는 중압감을 갖고 계신 분, 쌓이는 일감 앞에 한 호흡 길게 쉬어가는 여유가 필요하신 분 우리가 ‘커뮤니케이터’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며 몰라서는 안 될 Bible Site를 각 영역별 전문가가 추천합니다.
기술의 힘인가, 사람의 힘인가
  올 6월도 칸에서 수많은 아이디어가 경쟁을 했고, 유의미한 작품들이 수상했습니다. 늘 좋은 세상으로의 변화를 꿈꾸는 칸의 사자는 올해도 여전했습니다. 하지만 예상했듯 생성형 AI는 주요 주제가 되었고, 구글은 세션을 통해 AI가 마케팅 전략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만들고 개인화할 수 있는지를 강조했습니다. 메타는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이 브랜드 경험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강조했고, 브랜드와 소비자가 새롭게 소통하는 방법
[BRAND REPORT] 건강한 세상을 만드는 건강한 소통 헬스 커뮤니케이션
최근 헬스 커뮤니케이션(Health Communication)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여러 분야에서 커뮤니케이션, 즉 소통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유독 헬스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이 강조 되는 것을 보면 그만큼 이 분야에서 소통의 중요성이 등한시 되어 왔던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해 본다.
[월간 2024밈] 7월 편 - 7월에 공휴일 없음? 이것 뭐에요~???
  GOAT 하다? 느낌 좋은 밈&좋은 느낌을 줌 07월 공휴일 없음? 이것 뭐에요~??? 아이폰 스.꾸? 티라미수 케익~? T라 미숙하다고?  GOAT 하다?    Greatest Of All Time의 줄임말 GOAT. 해외에서 시작된 밈이에요. '역사상 최고의 스포츠 선수'를 의미하며 하며 주로 운동선수들에게 사용하는 밈인데요.   현재, 특히 국내에서는 운동선수뿐
광고계 러브콜 쇄도, 스튜디오 것(GUT) 이현행 감독
감각적, 트렌디, 세련, 완성도, 영상미, 신선, 구도, 멋진 노래, 디테일, 강력한 비주얼의 완성... 한 광고에 쏟아진 반응이다.
[Special] 커뮤니케이터가 일하며 꼭 알아야 할 Bible Site
생각의 축을 쌓아 가속도를 붙여야 할 순간, 방전된 배터리처럼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 분, 마케팅 회사에 다닌다는 이유로 늘 트렌드에 앞서야 한다는 중압감을 갖고 계신 분, 쌓이는 일감 앞에 한 호흡 길게 쉬어가는 여유가 필요하신 분 우리가 ‘커뮤니케이터’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며 몰라서는 안 될 Bible Site를 각 영역별 전문가가 추천합니다.
기술의 힘인가, 사람의 힘인가
  올 6월도 칸에서 수많은 아이디어가 경쟁을 했고, 유의미한 작품들이 수상했습니다. 늘 좋은 세상으로의 변화를 꿈꾸는 칸의 사자는 올해도 여전했습니다. 하지만 예상했듯 생성형 AI는 주요 주제가 되었고, 구글은 세션을 통해 AI가 마케팅 전략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만들고 개인화할 수 있는지를 강조했습니다. 메타는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이 브랜드 경험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강조했고, 브랜드와 소비자가 새롭게 소통하는 방법
[BRAND REPORT] 건강한 세상을 만드는 건강한 소통 헬스 커뮤니케이션
최근 헬스 커뮤니케이션(Health Communication)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여러 분야에서 커뮤니케이션, 즉 소통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유독 헬스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이 강조 되는 것을 보면 그만큼 이 분야에서 소통의 중요성이 등한시 되어 왔던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해 본다.
[월간 2024밈] 7월 편 - 7월에 공휴일 없음? 이것 뭐에요~???
  GOAT 하다? 느낌 좋은 밈&좋은 느낌을 줌 07월 공휴일 없음? 이것 뭐에요~??? 아이폰 스.꾸? 티라미수 케익~? T라 미숙하다고?  GOAT 하다?    Greatest Of All Time의 줄임말 GOAT. 해외에서 시작된 밈이에요. '역사상 최고의 스포츠 선수'를 의미하며 하며 주로 운동선수들에게 사용하는 밈인데요.   현재, 특히 국내에서는 운동선수뿐
광고계 러브콜 쇄도, 스튜디오 것(GUT) 이현행 감독
감각적, 트렌디, 세련, 완성도, 영상미, 신선, 구도, 멋진 노래, 디테일, 강력한 비주얼의 완성... 한 광고에 쏟아진 반응이다.
[Special] 커뮤니케이터가 일하며 꼭 알아야 할 Bible Site
생각의 축을 쌓아 가속도를 붙여야 할 순간, 방전된 배터리처럼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 분, 마케팅 회사에 다닌다는 이유로 늘 트렌드에 앞서야 한다는 중압감을 갖고 계신 분, 쌓이는 일감 앞에 한 호흡 길게 쉬어가는 여유가 필요하신 분 우리가 ‘커뮤니케이터’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며 몰라서는 안 될 Bible Site를 각 영역별 전문가가 추천합니다.
기술의 힘인가, 사람의 힘인가
  올 6월도 칸에서 수많은 아이디어가 경쟁을 했고, 유의미한 작품들이 수상했습니다. 늘 좋은 세상으로의 변화를 꿈꾸는 칸의 사자는 올해도 여전했습니다. 하지만 예상했듯 생성형 AI는 주요 주제가 되었고, 구글은 세션을 통해 AI가 마케팅 전략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만들고 개인화할 수 있는지를 강조했습니다. 메타는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이 브랜드 경험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강조했고, 브랜드와 소비자가 새롭게 소통하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