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이 지금은 감성시대이다. IQ보다 EQ라고 하기도 하고, 문화가 경제를 지배할 것이라고도 한다. 어찌 보면 산업화, 디지털화, 객체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세상이기에, 그런 삭막함을 메우기 위한 보상작용으로 ‘감성과 이미지’가 점점 더 득세하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여하튼, 이런 시절이기에 광고의 「소비자의 마음 뺏기」는 더욱 오묘해지고 치열해 질 수 밖에 없다. 소비자의 마음만 뺏을 수 있다면 기존의 광고 상식쯤은 유효기간 지나 상해버린 우유처럼 미련 없이 하수구에 따라 버릴 태세들이다. 여기서는 그와 같이 「소비자의 마음 뺏기」라는 만고불변의 원칙에 입각하여, 그 시각을 통하여 몇 가지 광고를 살펴 보겠다.
소비자 마음, 누가 더 많이 뺏고 있나 - 아반떼XD와 SM3
준중형차 시장의 싸움이 후끈 달아 올랐다. 현대자동차 아반떼XD와 르노삼성의 SM5의 광고전 또한 치열하다. 두 광고는 같은 타겟을 놓고 서로 다른 메시지에 다른 어프로우치를 하고 있다. 아반떼가 제품의 우위를 ‘진실’이라는 컨셉으로 일반 모델을 기용하여 사실적으로 포장하려 했다면, SM3는 구체적인 제품 우위에 대한 언급을 덮어 둔 채, ‘생각만 해도 ’라는 키 워드를 통해 생각만 해도 기분이 바뀌는 차로써, 감성적이고 이미지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주차 시킨 자기 차를 계속 뒤 돌아 보는 주인공이 자기 차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아반떼 광고- 처음 보는 신선한 소비자 모델, 계속 차를 뒤 돌아 보는 one scene one cut의 인트로가 기존 자동차 광고에서는 보지 못했던 신선함이 있어 좋았다. 그럼 그 카피 메시지를 보자. ‘남자들은 힘이 좋아서 아반떼를 탄다지요. 제 눈엔 스타일이 더 매력적이었습니다. (자막: 강자의 디자인 뉴엣지스타일) 진실을 아니까요. 사랑합니다!’ 무슨 얘길까? ’남다른 스타일, 그것이 나만이 아는 진실이다.
그래서 아반떼를 사랑한다.’ 이런 내용일까? 여기서 몇 가지 껄끄러운 물음표가 말풍선 되어 떠오른다. 진실을 알리기 위한 소비자 모델, 그리고 그녀가 하는 말 들- 이것을 과연 소비자가 진솔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광고 내용이 편안하게 소비자의 마음 속에, 머리 속에 스며 들고 있을까? 소비자 그들의 ‘마음’을 확실히 뺏고 있을까? ‘진실’이라는 컨셉을 살리기 위해선, 최대한도로 리얼리티를 살리는 tone&manner여야 하지 않았을까? 모델도 비주얼톤도…그리고 결정적으로 카피 메시지도…
헌대자동차 아반떼XD
다음엔 르노삼성 SM3 광고를 보자. 이 광고는 같은 타겟에 커뮤니케이션하는 광고이지만 아반떼와는 달리 철저히 감성적이고 이미지적이다. 실연의 아픔에 눈물을 떨구던 남과 여. SM3와 함께 하는 혼자만의 드라이브를 생각하니 금방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카피 메시지는 ‘생각만 해도 기분이 바뀌는 차가 있습니다. 생각만 해도 SM3.’이다. 비주얼은 지극히 이미지적이고 감성적이다.
‘생각만 해도 기분이 바뀌는 차가 SM3다. 그렇게 좋은 이유? 그건 영업사원한테 자세히 물어 봐…’ 이런 식이다. 감성의 시대를 살아 가는 소비자들이기에, 외형과 멋을 중요시 하는 루키즘에 익숙해져 있는 소비자들이기에, 대표적인 고관여 제품인 자동차임에 불구하고 지극히 감성적이고 이미지적인 접근을 하고 있는 걸까. 그들, 요즘 소비자들의「마음을 뺏기」위해서 말이다. 결국 그에 대한 해답과 그것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은 소비자가 해 주리라.
르노삼성 SM3
We are the world-브랜드여 그들의 땅에 살아라. 그래야 마음을 뺏는다
나이키- 세계에 그 이름을 널리 떨치고 있는 미국 태생의 글로벌 브랜드이다. 펩시콜라- 역시 코카콜라와 함께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지 이미 오래다. 그런데 이 제품들의 광고를 보자. 이들 어디에 미국적인 냄새가 나던가?
펩시콜라
글로벌 브랜드에게는 철저한 현지화, 철저한 현지 소비자 지향적 커뮤니케이션만이 가장 효과적인 생존전략이자 확장전략이라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의 마음을 뺏기」위해서는 소비자 그들의 땅에서 그들과 함께 숨쉬고, 그들과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진리를 글로벌 브랜드는 온몸으로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