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a Insight 1] TV 장르 헤게모니는 이동 중
광고계동향 기사입력 2014.04.16 02:17 조회 10465



필자의 어린 시절인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 당시 국민들 대다수의 문화적 행복권 추구에 절대적인 조건 중 하나는 단연 ‘지상파TV 본방 사수’였다. 정해진 시간에 많은 사람들이 보는 그 프로그램을 나도 시청했느냐의 여부는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타인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한 필수 조건이었고, 여유로운 삶을 즐길 줄 아는 문화 시민의 대열에 낄 수 있느냐 마느냐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였다. 필자와 함께 어린 시절을 보낸 20세기 소년들은 엄마를 찾아 머나먼 우주여행에 나선 소년 철이의 안부를 일주일 내내 염려하다가 일요일 아침이면 늦잠도 포기한 채 TV 앞에 앉아 <은하철도999>를 보며 열광하곤 했다. 아빠들은 권투 중계의 레전드 콤비 송재익 아나운서-한보영 해설위원의 입담과 함께 장정구의 세계 타이틀 1X차 방어전을 즐기기 위해 저녁 약속을 포기하고 서둘러 집으로 향했으며, 당대의 메가 히트 드라마였던 김수현의 <사랑이 뭐길래>를 조금이라도 놓칠 수 없었던 그 시절의 엄마들은 주말 저녁이 다가오면 일찌감치 식구들에게 이른 저녁을 챙겨 먹여야 했다.

이렇듯, 즐길 거리가 많지 않던 시절 지상파TV는 대중문화의 주도권이 영화에서 TV로 옮겨간 1970년대부터1) 2000년대 초반에 이르기까지 30여 년 동안 대한민국 국민들의 생활 패턴을 장악하다시피 하고 문화 트렌드를 주도하며 이른바 ‘대세 미디어’로서 압도적인 위력을 발휘해왔다. 그러나 이후 케이블PP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전문편성채널이 등장하고 그에 따라 대중들의 성향도 변화하면서,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높게만 보이던 지상파TV의 위상도 변하게 되었다. 非지상파 채널들이 지난 10여 년간 대중을 향해 날린 ‘장르적 전문성’이라는 무수한 잽이 오늘날 ‘TV미디어 판도의 재편’이라는 의미 있는 결과를 낳기 시작한 것이다.


2000년대 초반, 영화전문 채널이 있었다

그때 그 시절, <주말의 명화>나 <토요명화>의 그 유명한 시그널 음악이 울려 퍼지길 기다리며 늦은 밤까지 졸린 눈을 비벼가면서 TV 앞에 앉아 있어 본 적이 있는가. 미드 열풍의 원조 격인 외화시리즈 <맥가이버>나 <V>의 지난 주 에피소드를 놓고 학교에서 친구들과 격한 논쟁을 벌여본 적이 있는가. 이처럼 영화 프로그램은 지상파 TV의 입지를 튼튼하게 하는 데 일조했던 중요한 장르 중 하나였는데, 지상파TV 영향력 흔들기의 선봉장 역할을 한 것은 바로 이 영화 장르였다.

영화는 그 장르적 특수성으로 인해 전문 편성에 가장 걸맞은 형태의 콘텐츠로 평가 받았다. 90년대 중반 케이블TV가 출범할 당시에도 채널 라인업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을 정도였다. 이후 몇 번의 우여곡절을 거치고 난 뒤, 2003년부터 시청률 집계가 실시되고 2005년까지 가입 가구가 급격히 확대되자 케이블TV는 안정적 수준의 시청 저변을 확보하게 되었다. 그에 따른 광고 수주가 맞물리면서 영화 전문 채널은 2000년대 중반까지 케이블TV 산업의 발전을 주도했다. 영화 채널의 성공 여부는 최신 영화 판권을 원활하게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는데, 당시의 영화 전문 채널들은 메이저 영화 제작-배급사들과 같은 모기업을 둔 계열사 관계에 있었기 때문에 최신 영화 판권 및 1st-Run 권한 확보에 있어 지상파TV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이는 경쟁력 높은 라이브러리 구축으로 이어졌다. 시청자들은 영화 전문 채널의 경쟁력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냈고, 이로 인해 시청자들의 TV 이용 패턴에 변화가 생겨났다.

한편 지상파TV 3사의 간판 영화 프로그램인 MBC-TV <주말의 명화>, KBS-2TV <토요명화>, SBS-TV <영화특급>은 최신 영화 판권 확보 실패와 시청자 이탈, 이에 따른 경쟁력 상실이 고착화되면서 순차적으로 폐지 수순을 밟게 된다. 지상파TV의 영화 시대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것이다. 현재 지상파TV에서는 관행적으로 최신 영화를 1년에 두 번 명절 때에 방영하나, 이미 대다수 영화 시청자들의 관심은 케이블TV로 옮겨갔다고 할 수 있다. 극장용 영화 이외에 외화시리즈 역시 편성 횟수는 해마다 줄고 그 질 또한 높아진 시청자들의 안목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방영된 외화시리즈 중 방영 당시 신드롬을 일으켰던 <프리즌 브레이크>, <스파르타쿠스>, <셜록> 등의 편성권은 모두 케이블TV가 보유하고 있었다. 현재의 지상파TV 외화시리즈는 과거의 영화에 필적할 만한 이렇다 할 이슈를 창출하지 못한 채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애니메이션과 스포츠 채널의 약진

이처럼 영화 장르에 의해 촉발된 TV 헤게모니의 이동 현상은 바로 뒤이어 애니메이션과 스포츠 장르에서도 나타나게 된다. 앞서 얘기한 영화 장르가 성별, 연령대, 직업군을 막론하고 굉장히 넓은 영역의 타깃을 커버함에 비해, 애니메이션과 스포츠 장르는 타깃의 범위가 협소하고 장르 충성도가 높은 특성을 지녔다는 점에서 또 다른 차원의 태생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애니메이션 장르는 주부와 어린이라는 TV 시청시간이 가장 많은 대표적 연령, 직업군이 주 타깃이다. 이 덕분에 애니메이션은 시청률에 있어 타깃 특성에 기인한 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몇 년 간 케이블TV의 성장에 있어서 주도적 위치를 점한 바 있다. <표1>


투니버스, 챔프 등 2000년대 초중반 애니메이션 장르의 메이저PP들은 <짱구는 못 말려>, <아따맘마> 등 인기 애니메이션을 종일 편성하는 등 지상파TV에서는 시도할 수 없었던, 케이블PP의 특수성을 십분 활용한 파격적인 편성 전략을 통해 타깃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어냈고 지상파와의 경쟁에서 점진적으로 우위를 확보해 갔다. 이러한 상황 아래서 EBS를 제외한 지상파 채널들은 어린이 프로그램의 전략적 편성을 포기하는 양상을 띄어갔고, 이는 이 장르에서 지상파와 케이블의 달라진 위상을 반증했다.

스포츠만을 전문적으로 편성하는 데 있어서의 관건은 바로 경쟁력을 갖춘 콘텐츠의 양이었다. 물론 프로야구, 프로농구 등 다양한 국내 프로 스포츠가 존재하고는 있었지만, 과거처럼 온 가족, 온 동네 사람들을 TV 앞에 모아놓고 승리를 열망하게 만들 만한 파급력을 지닌 종목은 아니었다. 거기다가 2000년대 중반 프로야구의 인기가 하락하면서 스포츠 전문 채널은 시청자를 열광시킬 만한 킬러 콘텐츠의 부재를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운 좋게도 이를 기우로 만들어버린 것이 각 종목 선수들의 해외 무대 진출과 선전이다.

2005년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 입단한 박지성은 유럽 축구를 일부 마니아들만의 스포츠를 넘어 일반 대중의 관심사로 만들었다. ‘박세리 키즈’였던 신지애, 최나연 등이 미 LPGA에서 일으킨 돌풍은 골프가 대중화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여기에 WBC 및 올림픽에서 한국 야구 대표팀이 거둔 쾌거로 인해 프로야구가 국민 스포츠였던 80~90년대로 시간을 되돌려 놓으며 매년 관중 동원 신기록을 경신하자 스포츠 전문 채널들은 ‘편성 경쟁력을 갖춘 콘텐츠의 확보’라는 당면 과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스포츠에 대한 기존 수요층에 더해 새롭게 형성된 시청자 층까지 자신들의 영역으로 흡수하게 되었다.

아직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초대형 스포츠 이벤트의 중계방송은 여전히 지상파의 전유물로 여겨지고 있으나, 평상시 대중의 안테나는 국내외 주요 프로 스포츠를 중심으로 다양한 라인업으로 무장한 스포츠 전문 채널로 향해 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필자가 재직 중인 JTBC는 WBC, 월드컵 지역 최종 예선, 동아시안컵 축구 등을 독점 생중계하면서 지상파 중계에 못지않은 시청률을 기록함으로써 非지상파 채널을 통해서도 이 같은 준대형 스포츠 이벤트들의 중계가 가능하며 시청자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는 향후 더욱 치열해질 지상파-非지상파 채널 간 스포츠 판권 확보 경쟁을 예고한다.

영화, 애니메이션, 스포츠 장르에서 보았듯 그 때까지 특정 장르에 있어서 시청자의 이동은, ‘기존에 존재하던 혹은 정해져 있던’ 콘텐츠의 방영권을 누가 갖느냐에 의해 좌우되었다. 다시 말하면, 유료방송채널 초기의 경쟁력은 다분히 외부 요인과 자본에 의존하는 성격이 강했고 그에 비해 자체 콘텐츠를 기획하는 능력과 생산 능력은 부재했기에 그 기반이 상당히 취약했다고 할 수 있다. 자연히 유료방송채널이 한 단계 더 높은 도약과 성장을 이루기 위해 밟아야 할 다음 행보는 자체 콘텐츠 생산력을 바탕으로 TV시청자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장르인 드라마와 예능에 도전하는 것으로 귀결됐다. 그리고 2006년 10월, ‘100% 자체 제작엔터테인먼트 채널’을 표방한 tvN이 출범했다.


tvN, 케이블형 드라마와 예능의 모델을 제시하다

드라마와 예능은 기본적으로 머니게임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던 시절이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캐스팅, 규모, 제작 편수 등 공식화된 무기를 갖추지 않은 채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기란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로 여겨졌다. tvN의 의의는, 이런 상황 아래서 모두에게 자연스럽게 잊혀졌던 ‘아이디어’라는 요소의 힘과 의미를 본래 위치로 되돌려놨다는 데 있다.

tvN은 개국 초기부터 마치 ‘케이블형 콘텐츠는 이런 것이다’라고 시위라도 하듯, ‘드라마와 예능의 새로운 룰은 우리가 정한다’라는 사명이라도 부여받은 듯, 새롭고 참신한 포맷의 드라마와 예능을 지속적으로 생산해나갔다. 비록 초기에는 전략적 결과이든 미숙함에서 비롯된 해프닝이든 선정성 논란과 일부 저질 콘텐츠로 인해 옐로우 채널이라는 손가락질을 받기도 했지만, <스캔들>, <리얼스토리 묘>, <막돼먹은 영애씨> 등 나름의 히트작을 배출하며 조금씩 인지도를 높여갔다.

개국 3년차인 2009년 여름은 훗날 케이블PP 드라마/예능 역사의 한 페이지에 기록될 만한 계절이다. tvN에서 <롤러코스터>가, 그리고 같은 CJ미디어 계열PP인 Mnet에서 <슈퍼스타K 시즌1>이 방영되면서, 2개 프로그램 모두가 TV시청자들로부터 그 때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반응을 이끌어낸 것이다.

<롤러코스터>는 일상에서 얻은 소재와 신선한 포맷만으로도 예능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이다. 스타와 규모 중심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비슷한 포맷의 안전 노선만을 추구하던 안일한 지상파 예능들 속에서, ‘케이블스러움’, 혹은 ‘B급스러움’을 오히려 차별화된 장점으로 만들며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케이블産 예능의 가능성을 발굴해 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해외 오디션 프로그램인 <아메리칸 아이돌>, <브리티쉬 갓 탤런트>, <엑스팩터> 등에서 영향 받고, 예로부터 <전국노래자랑>, <주부가요열창> 등의 일반인 노래 경연은 가무를 즐기는 한국인들에게 사랑받아온 포맷임에 착안하여 만든 Mnet의 <슈퍼스타K 시즌1>은 7% 이상의 최고 회차 시청률(닐슨코리아, 수도권, 유료가구 기준)을 기록하고 이후 지상파TV에서도 유사 프로그램 제작 붐이 일 정도의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했다. 더 이상 케이블 예능이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대세’로 자리매김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였다. 이후에도 tvN표 ‘젊은 예능과 드라마’는 무수한 화제작을 양산해내며 진격을 거듭하고 있다.

tvN 예능과 드라마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철저하게 20~40대 시청자에게 포커스를 맞추는 타깃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20~40대는 후속 행동 잠재력이 높은 연령대로서 단순히 TV를 시청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언급하고 관련 내용을 모방하며 프로그램에 관여하려는 성향을 지닌다. 이른바 콘텐츠의 ‘확대 재생산’에 효과적이라는 뜻이다. 이들을 흡수한 tvN의 드라마와 예능은 단순히 집계되는 수치만으로는 평가하기 어려운, 시청률 그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한다. 이것이 젊은 드라마와 예능의 힘이다.


종합편성채널 출범으로 날개 단 非지상파 드라마와 예능

2011년 12월, 종합편성채널 4사가 동시에 개국했다. 기존 PP를 압도하는 커버리지와 자본력으로 한동안 많은 양의 자체 제작물을 쏟아내면서 개국 이후 1년 간 방송 콘텐츠는 전무후무한 수준의 양적 풍요를 경험하게 된다. 그 기간 동안 여러 가지 테스트와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채널별로 공략에 가장 적합한 핵심 시청자층이 선별되었고, 향후 투자에 대한 원칙과 제작 방침이 정해지면서 각 채널은 지향할 방향과 색깔을 달리 하며 각자의 길을 가게 되었다. 개국 후 2년 남짓한 시간이 흐른 지금, ‘양질의 콘텐츠 창출’이라는 종합편성채널 출범의 본래 취지에 부합하면서 긍정적 의미의 영향력을 발생시킨 장르는 드라마와 예능이라 하겠다.

tvN이 앞서 非지상파의 불모의 영역이었던 드라마와 예능 장르에 도전하면서 프론티어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면, 종합편성채널은 여기에 가세해 지상파-非지상파 간 드라마, 예능이 본격적으로 경쟁하는 시기를 열었다고 할 수 있다. 그간 종합편성채널은 지상파를 따라잡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케이블 카테고리 내부에서 경쟁하면서 상당수의 영향력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며 자생력을 키워왔다. 대한민국 사교육의 현실을 날카롭게 꼬집으며 종합편성채널 히트 상품 1호로서 자리매김한 <아내의 자격>을 필두로, 非지상파 드라마 최초로 시청률 10% 돌파라는 기록을 작성한 <무자식상팔자>, 시사와 예능을 결합함으로써 종합편성채널형 예능의 개념을 정립한 <썰전>, 오디션 프로그램 포맷을 일부 차용하고 여기에 ‘모창’이라는 B급 재미를 접목한 독특한 아이디어로 성공을 거둔 <히든싱어>, 연애, 19금 등의 소재로 종합편성채널의 콘텐츠가 젊은 층에까지 어필할 수 있음을 보여준 <마녀사냥>, 먹거리의 생산, 유통, 소비와 관련된 문화를 비판하고 대안을 모색한 <먹거리 X파일> 등 히트 콘텐츠들은, 종합편성채널에 대해 대중이 갖는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전환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종합편성채널의 드라마와 예능 콘텐츠가 갖는 또 다른 의의는 tvN이 지상파와 경쟁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을 택했다는 점이다. 즉 기존의 방법론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고 독자적인 경쟁의 문법을 구축했다는 뜻이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tvN 드라마와 예능은 말 그대로 ‘非지상파적’ 성격이 강하다. 지상파가 놓치고 있는 소소한 감성을 소재로 그들의 코어 타깃에 소구하는 방식은, 광범위한 타깃에게 가급적 익숙한 이야기를 전달하려 하는 지상파의 메이저적 접근과 정확히 대척점에 있는 마이너적 접근이다. 반짝반짝 빛나던 우리들의 90년대를 추억하는 <응답하라> 시리즈가 그러했고, 1인 가구 젊은이들을 소재로 다룬 최근의 <식샤를 합시다> 역시 그러한 성향의 콘텐츠였다.

종합편성채널의 드라마와 예능은 이와는 약간 궤를 달리 한다. 연예인 엄마, 아빠와 그들의 10대 자녀들이 등장하는 토크쇼 <유자식상팔자>는 시청자들이 기존에 익숙하게 봐왔던 가족 토크쇼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현재 방영 중인 미니시리즈 <밀회>에서 다루는 남녀 간 불륜과 부조리한 현실 비판이라는 소재는 그동안 지상파TV에서도 종종 다루어져 온 것들이다. 종합편성채널 드라마, 예능의 차별적 요소는 소재나 포맷 자체의 차이보다 그것을 표현함에 있어서의 디테일에 있다고 하겠다. 형식에 약간의 변화를 주거나 소재를 다루는 수위를 높이거나 미술적 요소의 퀄리티를 지상파TV 콘텐츠 수준 이상으로 올리는 등의 종합편성채널의 전략은 웰메이드/유사 지상파 전략으로 지칭할 수 있다. 틈새 공략만이 유일한 길이 아니며, 지상파TV와 유사한 정서를 가지고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종합편성채널의 드라마와 예능은 메이저와 마이너의 이분법적 구분에서 벗어나 좀 더 세분화된 다분법의 패러다임을 창출해낸다. 이처럼 ‘익숙’과 ‘파격’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제3의 전략을 통해 종합편성채널의 드라마와 예능은 유료채널 시청률 마의 벽을 돌파해나가는 사례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나가고 있다. 과거엔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동시간대 경쟁에서 非지상파 채널이 지상파를 추월하는 상황을 낯설지 않게 보게 된 것이다.


다가올 10년 후의 판도가 궁금하다

지상파 콘텐츠는 이처럼 특정 장르를 중심으로 차례로 유료채널에 헤게모니를 빼앗기면서 갈수록 예전만한 파급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하향 평준화되는 추세에 있다. 여기서 앞으로의 전망을 더욱 부정적으로 만드는 것은 지상파의 시청 연령대가 점점 고령화되어 간다는 사실이다. 지상파 채널의 50세 이상 연령대 비중은 2003년 26%에서 2008년 34%, 2013년 43%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닐슨코리아, 수도권, 6~24시대 기준) 이는 젊은 연령대의 시청률을 견인해야 할 드라마와 예능의 시청층이 고령화된 데서 기인한 바가 크다.

이에 반해, 현재 유료채널 카테고리는 드라마, 예능 장르를 중심으로 20~40대 젊은 시청자 층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시기별 유료채널 20~40대 타깃 시청률을 살펴보면, 10년 전 영화 및 지상파 재방송 채널이 득세하던 구도에서<표2> 현재는 tvN, JTBC 등 자체 제작 오리지널 콘텐츠를 내세운 채널이 시청률 최상위권을 차지하는 양상으로 변모한 것을 볼 수 있다. <표3> 이처럼 드라마와 예능은 현재 유료채널의 대세를 이루면서 시장의 파이를 키워가고 있다.

드라마와 예능을 중심으로 한 40대 이하 젊은 연령층의 脫지상파화는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되며 유료채널의 성장 동력이 되어줄 것으로 보인다. 이슈 메이킹을 하기에 유리한 시청 층이자 장르라는 점에서 경쟁 상황에 있어 유료채널의 불리한 여건을 극복하는 데도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이로 인해 유료채널의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지고 지상파와의 간극도 더욱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타 장르에 비해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드라마와 예능이 非지상파에서 롱런하느냐의 여부는 결국 채산성의 문제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비용 투입-광고 수주와 판권 판매를 통한 이익 창출이라는 선순환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제 아무리 시청자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는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방송사라 해도 언제까지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출혈을 감내하기란 불가능하다.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는 아이디어란 결국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방송사마다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콘텐츠별 ROI를 따지는 경향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질 것이고 그 과정에서 이후의 헤게모니 이동 장르가 결정될 것이다.

대중의 니즈에 의해 상이한 장르들이 결합한 새로운 크로스오버 장르가 개발될 수도 있다. 다른 문화의 영역이 TV에 수혈될 수도 있다. 인터넷과 모바일에의 접목이 용이한 장르가 생길 수도 있다. 혹은 지금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던 전혀 새로운 장르가 탄생할 수도 있다. 돌파구가 장르가 아닐 수도 있다. 결국엔 또 다른 가능성이 발견될 것이다.

방송이 레드오션이 된 것은 이미 오래 전 일이고 이제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졌다. 그 누구도 그 어디도 안심할 수 없다. 헤게모니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자들과 빼앗으려는 자들, 그들의 싸움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10년 후 TV 미디어의 판도가 벌써부터 궁금해지는 이유다.

드라마 ·  예능 ·  시청률 ·  종합편성채널 ·  케이블 ·  드라마 ·  tvN ·  애니메이션 ·  헤게모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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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 MANUAL] I Decided Not to Worry Anymore 힘 빼고 가볍게 툭
8편: 권성철 YCD 설마 하던 일이 벌어졌다. 지난 호에 김정아 제작1센터장님이 나오신 걸 보면서 권성철 CD는 생각했다. 이 다음엔 내가 될 수도 있겠다는... 그 예감은 적중했다. 당장 눈앞에 놓인 일이 산더미다. 하지만 더 이상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힘 빼고. 가볍게. 툭. 일단 그렇게 카메라 앞에 섰다. TEXT. Life is Orange 편집팀 PHOTOGRAPH. Studio 1839 무슨 이야기를 쓸까? 내 앞에
구글의 AI는 자비스를 꿈꾸고 있을까?
 전승민 과학 전문 저술가   챗GPT를 발표해 세상을 놀라게 했던 오픈AI가 챗GPT의 새 버전 ‘GPT-4o’를 깜짝 발표했다. GPT-4o의 가장 큰 특징은 지금까지 키보드로 소통해야 했던 대화형 AI에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반응하는 ‘음성 대화’ 기능을 추가했다는 점이었다.   GPT-4o를 활용한 각종 기능을 시연하는 라이브 데모 (출처 : OpenAI
이노션, 강남대로 최대 LED 미디어월 ‘더 몬테 강남’ 론칭
  -디지털 아트 캔버스로 새롭게 태어난 옥외 전광판 - 이노션이 서울시 강남대로에 최대 규격 및 최고 화질의 LED 미디어월 ‘더 몬테 강남’을 새롭게 론칭하고 다채로운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다. 대규모 LED 미디어월 ‘더 몬테 강남’은 이노션이 자체 운영하는 옥외 미디어 프라퍼티로, 강남역 사거리 몬테소리 빌딩에 설치된 기존의 전광판을 리뉴얼해 재탄생했다. 총 면적은 337.5㎡로
2023년 광고 시장 결산 및 2024년 전망
2023년 연초 광고 시장에 드리웠던 불안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지난 2021년 20.4%라는 큰 성장 이후 2022년 5.4% 재 성장하며 숨 고르기로 다시 한번 도약을 준비하던 광고 시장이었다. 하지만 발표된 다수의 전망들은 2023년 광고 시장의 축소를 내다보고 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 따르면 2023년 광고비는 전년 대비 3.1%p 하락으로 전망됐고, 이중 방송 광고비는 17.7% 감소가 예상됐다.
파리올림픽 마케팅의 모든 것
세상에서 가장 큰 스포츠 이벤트인 ‘올림픽’. 올림픽은 스포츠가 적어도 4년에 한 번 제대로 빛나게 하는 지구촌 축제로 전 세계의 다양한 종목을 한꺼번에 담아낸 유일무이한 플랫폼이다.
[CD MANUAL] I Decided Not to Worry Anymore 힘 빼고 가볍게 툭
8편: 권성철 YCD 설마 하던 일이 벌어졌다. 지난 호에 김정아 제작1센터장님이 나오신 걸 보면서 권성철 CD는 생각했다. 이 다음엔 내가 될 수도 있겠다는... 그 예감은 적중했다. 당장 눈앞에 놓인 일이 산더미다. 하지만 더 이상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힘 빼고. 가볍게. 툭. 일단 그렇게 카메라 앞에 섰다. TEXT. Life is Orange 편집팀 PHOTOGRAPH. Studio 1839 무슨 이야기를 쓸까? 내 앞에
구글의 AI는 자비스를 꿈꾸고 있을까?
 전승민 과학 전문 저술가   챗GPT를 발표해 세상을 놀라게 했던 오픈AI가 챗GPT의 새 버전 ‘GPT-4o’를 깜짝 발표했다. GPT-4o의 가장 큰 특징은 지금까지 키보드로 소통해야 했던 대화형 AI에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반응하는 ‘음성 대화’ 기능을 추가했다는 점이었다.   GPT-4o를 활용한 각종 기능을 시연하는 라이브 데모 (출처 : OpenAI
이노션, 강남대로 최대 LED 미디어월 ‘더 몬테 강남’ 론칭
  -디지털 아트 캔버스로 새롭게 태어난 옥외 전광판 - 이노션이 서울시 강남대로에 최대 규격 및 최고 화질의 LED 미디어월 ‘더 몬테 강남’을 새롭게 론칭하고 다채로운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다. 대규모 LED 미디어월 ‘더 몬테 강남’은 이노션이 자체 운영하는 옥외 미디어 프라퍼티로, 강남역 사거리 몬테소리 빌딩에 설치된 기존의 전광판을 리뉴얼해 재탄생했다. 총 면적은 337.5㎡로
2023년 광고 시장 결산 및 2024년 전망
2023년 연초 광고 시장에 드리웠던 불안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지난 2021년 20.4%라는 큰 성장 이후 2022년 5.4% 재 성장하며 숨 고르기로 다시 한번 도약을 준비하던 광고 시장이었다. 하지만 발표된 다수의 전망들은 2023년 광고 시장의 축소를 내다보고 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 따르면 2023년 광고비는 전년 대비 3.1%p 하락으로 전망됐고, 이중 방송 광고비는 17.7% 감소가 예상됐다.
파리올림픽 마케팅의 모든 것
세상에서 가장 큰 스포츠 이벤트인 ‘올림픽’. 올림픽은 스포츠가 적어도 4년에 한 번 제대로 빛나게 하는 지구촌 축제로 전 세계의 다양한 종목을 한꺼번에 담아낸 유일무이한 플랫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