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역사상 유례없는 스물두 살을 살고 있는김연아. 그녀에게 2011년과 2012년은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와의 만남이라고 할 수있다. 피겨 스케이팅이라는 불모의 영역에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는 성과를 내고, 전 국민이 사랑하는 셀러브리티로서, 스포츠 외교뿐 아니라 유니세프, 장애인 올림픽 홍보대사 활동을 하는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얼굴로서 잠시 스케이트를 벗은 김연아에게 세상은 더 큰 경기장일지도 모르겠다.




" 올림픽이라는 무대가 4년에 한 번만 경험할 수 있는 것이라서 대부분의 선수들이 한두 번 경험하게 되는데, 안 떨릴 수는 없겠죠. 어떤 일이든지 준비가 잘되어 있으면, 실전에서 떨리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 중요한 무대 전에 제대로 준비하고, 확신하는 데에서 오는 자신감이 비결이라면 비결이겠죠. 한 만큼 나온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어요."




자기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에서 승리해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여유인지, 이 아름답고 확고한 표정의 피겨 퀸에게서 스물두 살의 신선함을 발견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 쿠페 신차 발회가 열리는 전남 영암의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만난 김연아와 이노션 월드와이드의 2년 차 AE인 김진과의 인터뷰는 스스로를 새로운 세대, 새로 시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공통점에서 출발했다.




이노션 월드와이드(이하 이노션) 안녕하세요? 바쁜 스케줄 중에 이렇게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4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김연아 선수를 만나는 영광 을 안게 된 이노션 월드와이드에서 광고 AE를 맡고 있는 김진이라고 합니다. 우선, 김연아 선수의 근황이 궁금한데요. 요즘 학교 생활하는 재미에 푹 빠지셨다는데,어떤 생활을 하고 계신가요?

김연아 저는 운동을 하느라 중학교 때부터 제대로 학교 생활을 하지 못했어요. 대학교에 진학하고 나서도 올림픽 준비를 하느라 학교에 다니지 못하다 이제야 대학생 같은 생활을 하고 있어요. 사실 학교에 가면 저를 알아보시는 분이 많아서 불편한 일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도 많았거든요. 그런데 아침 일찍 가서 대부분 제 전공위주의 수업을 들으니까, 제가 학교에 나오는지 모르는분이 더 많으실 거예요. 덕분에 조용히, 잘 다니고 있습니다.

이노션 그래도 오랜만의 학교 생활에서 어려운 점이 있을 것 같은데요?

김연아 일단 제 전공이 대부분 체육특기생들이 들어오는 과라서 교수님도, 함께 수업을 듣는 학생들도 선수 출신이 많아요. 서로 이해를 많이 해주죠. 교양 수업을 들을 때는 좀 힘들기도 해요. (웃음) 가장 어려운 점은 제가 학교에서 생활하는 것을 낯설어한다는 것이죠.

이노션 올해에는 학교 생활과 방송 활동, 스포츠 외교 활동 등 정말 다양한 분야를 경험해본 일 년으로 기억될 것 같은데요. 지금까지 해보았던 것 이외에 다른 관심 가는 분야는 있나요?

김연아 저는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했고, 지금껏 선수로 살았고, 또 제가 가장 잘 아는 분야가 운동이어서, 나중에도 피겨 스케이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을 것 같은데요.

이노션 그렇다면 개인적으로 운동 이외에 하고 싶은 일은? 예전에 올림픽 끝나고 나서 편안하게 여행 가고 싶다는 소원을 말한 적도 있는데.

김연아 저도 그런 대답을 하면서 ‘에이, 이게 당장 가능하겠어?’라고는 생각했어요. (웃음) 아직 그런 소원에 어울릴 만한 여행을 하지는 못했어요. 아무래도 경기를 위해 해외에 나가는 일이 많은데, 여러 나라를 가더라도겨우 경기장이나 호텔에 머무르다가 돌아오곤 하거든요. 그래서 나중에 이런 나라들을 천천히 시간을 갖고 제대로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거죠.꼭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라기보다,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이노션 당신은 어린 나이에 성공하여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새로운 길을개척해간 새로운 인물로 평가받고 있어요. 이런 성공과 관심이 부담스러웠 던 적이 있나요?

김연아 사실, 다른 사람들이 저를 어떻게 평가하고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저는 잘 몰라요. 아마 그런 시간에도 저는 운동을 하고 있었을 거예요. 제일에 집중하는 시간도 모자라던 때여서, 주변의 시선에까지 신경을 쓰지는 못했어요. 관심이 부담스러웠다기보다 제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하는 시간들이었어요. 선수 생활이란 매년 똑같은 스케줄로 일 년을 보내는 것을 의미해요. 비시즌에는 시즌을 준비하고, 올림픽 전에는 올림픽을 열심히 준비하고요. 요즘에는 주변에서 제가 앞으로 해야 할 일, 지금 해야 하는 일들에대해 많은 조언을 해주세요. 저는 그런 조언들을 참고해 이제부터의 일들은 천천히 결정하고 싶어요.


이노션 선수로서 가장 큰 무대인 올림픽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본 경험도 있는데, 그런 무대에서는 실력 이상으로 긴장하지 않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저도 AE로서 제 자신의 무대를 갖게 될 때 떨면 안 된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김연아 선수가 긴장감을 컨트롤하는 노하우에 대해 알고싶은데요.

김연아 원래 제 성격이 결과를 미리 걱정하고, 그런 소심한 면이 없어요. 결과가 나오면 그 결과 그대로 받아들이는 편이에요. 올림픽이라는 무대가 4년에 한 번만 경험할 수 있는 것이라서 대부분의 선수들이 한두 번 경험하게 되는데, 안 떨릴 수는 없겠죠. 하지만 그동안 수많은 경기를 경험해서인지 올림픽도 그중에 하나라고 생각했어요. 특별히 올림픽이라는 경기 때문에 제 인생이 크게 변하고, 그 경기 하나로 제 인생 전체가 평가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죠. 그리고 지금까지 올림픽 무대에서, 특히 여자 싱글 경기에서 이변이 많았어요. 금메달이 가장 유력하다고 평가받던 선수들이 정작 올림픽에서는 그다지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거든요. 그래서 저에게도 그런 일이 충분히 생길 수 있고, 연연할 필요가 없다, 금메달을 못 따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마음을 비웠더니 연습에 더 집중할 수 있었어요. 어떤 일이든지 준비가 잘 되어 있으면, 실전에서 떨리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 중요한 무대 전에 제대로 준비하고, 확신하는 데에서 오는 자신감이 비결이라면 비결이겠죠. 한 만큼 결과도 나온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어요.

이노션 당신은 스포츠 선수 중에서도 패션, 뷰티 분야의 아이콘으로 꼽히는 사람입니다. 김연아 선수의 어떤 점이 이런 면을 가능하게 했을까요?

김연아 피겨 스케이팅이 기술 이외에도 외모적인 부분을 중요하게 보니까요. 메이크업도 그렇고 코스튬도 그렇고요. 아무리 선수가 기술적인 면에서 완벽해도 외적으로 보여지는 부분과 잘 조화가 안 되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해요. 음악과도 잘 어울리고, 경기에서 전체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도 잘 맞아야 하니까요. 시즌을 보내면서 여러분의 평가도 듣고 고칠 수 있는 부분은 계속 수정하고 그런 과정을 거치지요. 아마도 피겨 스케이팅의 이런 면 때문에 저를 그렇게 보아주시는것 같아요.

이노션 일상 패션이 아닌데도 김연아 선수가 시즌을 시작하면서 코스튬이 공개되면 패션 전문가들이 등장해서 평가하기도 했는데, 스스로 패션이나 뷰티에 관심이
많나요?

김연아 제 나이 또래만큼의 관심? 아니 어쩌면 그만큼도 아닐지 몰라요. 제 나이 또래보다 바쁘게 지내니까요.

이노션 올해가 김연아 선수가 선수 생활을 시작한 이후에 새 프로그램을 준비하지 않는 첫 번째 비시즌일 것 같은데요. 이런 변화를 경험하는 기분은 어떤가요?

김연아 좋아요. (웃음) 피겨 스케이팅 선수에게 새해는 시즌 중반에 오기 때문에 새해를 맞는다는 그런 기분을 제대로 느낀 적이 없어요. 3월에 열리는 세계선수권이 끝나야 한 해가 지났구나 하게 되죠. 올해는 올림픽 끝나고 나서 10월부터 새 프로그램 준비하고, 4월에 세계선수권 경기가 있었죠. 그러고 나서는 계속 평창올림픽 준비 때문에 10월까지 바쁘게 지냈어요. 그러니 올해에는 제대로 된 새해를 맞게 될 것 같은데요. 제가 16년 정도 선수 생활을 하면서 이런 경험을 하게 될 날을 정말 기다렸거든요. 올림픽이 끝나고 나서 바로 이런 생활이 가능할 줄 알았어요. 이제 드디어 대학생으로, 제 나이 또래의 여학생같은 평범한 생활을 하게 된 점이 좋아요.

이노션 김연아 선수가 잠시 경기를 쉬면서 맞게 된 이 평화로운 시절에도사람들은 당신의 다음 행보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어요. 그런데 또 한 편으로 제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그런 질문이 거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는 광고를 꿈꾸면서 광고인이 되려고 노력했고, 제가 정말 원하는 광고회사에 들어와서 일단 첫 번째 꿈은 이룬 셈이거든요. 그러면서 다음 꿈이나 목표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요. 쉽게 정할 수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조금 다른 질문을 하고 싶은데, 김연아 선수가 두 발 자전거를 못탄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어요. 지금은 어떤가요?

김연아 보조 바퀴를 단 자전거까지는 타봤어요. 잘 타고 다녔거든요. 그런데 운동을 하면서 자전거를 탈 기회가 없었을 뿐이에요. 자전거를 타다가 몸을 다치면 안 되니까요.

이노션 저도 3년 전까지 못 탔어요. 나름 도전을 하겠다 해서 두 발 자전거를 타게 되었어요. 바쁜 생활 중에 새로운 것에 도전해볼 생각은?

김연아 일단 경기를 앞두고 힘들게 훈련하는 생활에서 잠시 벗어난 것만으로도 만족해요. 지금은요.

이노션 이제 새해가 다가오고 있는데, 자신에게 연하장을 쓴다면? 내년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날 것 같은가요?

김연아 행복하게 잘살 것! (웃음) 새로운 일을 많이 경험했고, 모두 잘 마무리되어서 다행인 한 해였어요. 제가 하고 싶었던 학교 생활도 시작했고, 모두들 제 다음을 궁금해하시지만, 저는 이렇게 많은 것을 시작했거든요. 그래서 지금까지처럼 무엇이 주어지든 잘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은반위의 대가’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김연아 선수는 자신의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일구어낸, 최고의 전문성을 가진
인물이다. 그녀가 어리다고 해서, 아직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포장 하는 데 서툴다고 해서
그녀만의 퀄리티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김연아는 오직 자신의 실력만으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스포츠 선수이자, 우리가
바라는 대한민국의 다음 세대를 대표한다.
잠시 스케이트화를 벗었지만, 국제 무대에서
대한민국을 알리는 새로운 얼굴로 김연아의
2012년은 또다시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