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카메라 시장 ‘큰손’이 되다
TEXT. 박웅서 (inews24 기자)
자고로 디지털 카메라는 자동차, AV기기와 더불어 남성들의 대표 전유물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여성들이 디지털 카메라를 꽉 쥐고 있다. 스마트폰 인기에 직격탄을 맞은 카메라 시장이 더 이상 기존 고객들만으로는 안정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없게 되자 결국 여성에게까지 눈을 돌리게 된 것. 이처럼 디카시장의 ‘女風’은 요즘 디지털 카메라 시장을 분석할 때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현상이다.
잠깐 국내 디지털 카메라 시장 상황을 짚고 넘어가자. 요즘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서는 ‘미러리스 카메라’를 빼놓고는 얘기를 할 수가 없다. 지난 2008년 말 처음 등장한 미러리스 카메라는 5년도 채 안 된 짧은 사이 전체 카메라 업계를 먹여 살리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GFK에 따르면 미러리스 카메라는 매년 10%씩 고성장하며 전체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서 비중을 늘려나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인 2012년 전체 렌즈교환식 카메라 시장에서는 미러리스 카메라의 점유율이 39.8%나 됐다. 이번 점유율은 수량 기준 약 18만 대 수준으로 DSLR 카메라와의 차이도 10%p 차로 좁혀졌다. 카메라 업계는 올해 미러리스 카메라가 DSLR의 판매량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러리스 카메라를 취급하는 업체들도 그만큼 늘어났다. 2000년대 말 미러리스 카메라 초창기에는 미러리스 전용 규격인 ‘마이크로포서드’를 공동 개발한 파나소닉과 올림푸스만 있었지만 뒤이어 삼성전자, 소니, 펜탁스리코, 후지필름 등이 잇따라 관련 제품을 선보이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DSLR의 비중 축소 및 판매 감소를 우려하던 니콘과 캐논도 각각 ‘니콘1’(2011년), ‘EOS-M’(2012년)이라는 미러리스 카메라를 내놨다.
미러리스 카메라에 대한 장황한 설명을 펼쳐놓은 이유는 미러리스 카메라의 인기가 바로 여성 유저에게서 기인하는 까닭이다. 실제 사례를 보면 더 확실해진다.
소니 ‘NEX-F3’는 지난 2012년 한 해 단일 모델로 가장 많이 판매된 미러리스 카메라다. 이 제품은 전체 구매자 중 여성 고객의 비율이 무려 70%에 이른다. 소니는 지난해 5월 이 제품을 출시하면서부터 여성 고객들을 타깃으로 잡았고, 제대로 먹혀들었다. 제품 뒷면에 있는 LCD를 위로 180도 거꾸로 올려 마치 거울을 보며 ‘셀카’를 찍는 기능에 여성들은 열광했다. 소니는 올해 후속 모델인 ‘NEX-3N’을 내놓으며 여심을 공략했고 그 결과 지난 1분기 국내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에서 약 48%가 넘는 높은 점유율을 독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후지필름 ‘X 시리즈’도 좋은 예다. X100, X-pro1등 X 시리즈는 아날로그 디자인과 수동 조작 등 레트로 콘셉트를 고집하는 제품 라인업으로 여성 소비자들의 취향과는 사실 거리가 좀 멀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제품들의 사용자 중 초보 유저가 70%, 이 중 여성 유저가 4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소비자가 중요해지자 카메라 광고도 달라졌다. 겨냥하는 소비자층이 달라졌으니 당연한 현상이다. 과거 카메라 광고는 남자들의 소유욕이나 탐험심 등을 주로 자극했지만 요즘 광고는 여성 고객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NE1 산다라박이 화장대에서 카메라를 꺼내거나(니콘), 배우 손예진이 셀카를 찍고(소니), 한효주는 페이스북으로 바로 사진을 업로드하는(삼성) 식이다.
덩달아 카메라가 예뻐지기도 했다. 원래 디지털 카메라는 멋 없는 물건이었다. DSLR을 보라. 마치 성능과 디자인이 정확히 반비례 곡선을 그리는 것처럼 좋은(비싼) 제품일수록 크고, 무겁고, 못생겼다.
이런 불상사는 올림푸스 ‘펜(PEN)’ 이후로 달라졌다. 수려한 디자인의 미러리스 카메라 올림푸스 펜이 인기를 끌자 카메라는 점차 세련된 외관을 갖추기 시작했다. 물론 이 역시 까다롭고 섬세한 여성들의 눈높이를 충족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다.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서 여성들의 입지는 앞으로 더 높아질 전망이다. 이는 역설적이게도 카메라 시장을 잠식하는 스마트폰 덕분이다.
스마트폰은 사실 디지털 카메라 시장 침체의 주범이다. 실제로 스마트폰 때문에 지난해 국내에서 컴팩트 카메라 시장 규모가 40%나 줄어들었다.
그런데 이런 스마트폰이 반대로 ‘사진 문화’를 키우고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일상에서 사진을 촬영할 기회가 많아졌기 때문. 비록 계기는 스마트폰이었지만 어찌됐건 사람들이 사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 나중에는 더 제대로 된 촬영기기, 즉 디지털 카메라로 관심을 확장하게 된다.
스마트폰과 여성, 그리고 디지털 카메라와의 관계는 꽤 흥미롭다. 우리나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최근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은 시간을 스마트폰에 투자한다는 결과를 내놨다. 영국에서도 소비자통계기관 데일리리서치의 조사를 인용해 스마트폰 사용자의 58%가 여성이라는 내용이 보도됐다.
카메라를 꽉 쥔, 혹은 앞으로 쥐게 될 여성들의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가는 대목이다.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의 선두주자인캐논과 소니는 각각 수지와 손예진을 모델로 기용하며 여심몰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TREND REPORT] 여성, 카메라 시장 ‘큰손’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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