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NNER NOTE] 멸종위기 광고인 보호 프로젝트 Episode. 02
INNOCEAN Worldwide 기사입력 2017.01.12 12:00 조회 10651




TEXT. 석아영 팀장 & 최현수 인턴 (넥스트캠페인4팀, INNOCEAN Worldwide)
PHOTOGRAPH. Studio 1839

넥스트캠페인4팀
2016년, '멸종위기 광고인 보호 프로젝트'를 위해 철없고 맥없는 과잉웃음장애 아영 팀장을 중심으로 광고인 5명이 모였다. 무결점 막내 Killer 아름, 유리멘탈 Lovely 하빈, 오지라퍼 Sweet 문희, 그리고 외장하드 Genius 진.




공룡의 멸종에는 세 가지 정도의 가설이 있다. 운석 충돌설, 환경 변화설, 알 도둑설. 계속되는 기후변화, 환경오염 그리고 많은 이들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는 알파고의 등장으로 보건대, 지금 우리 역시 멸종 위기에 처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많은 재난영화에서 늘 그랬던 것처럼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외계인이 침략해도, 거대 운석이 날아와도, 좀비가 뛰어다녀도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이과계분들이 고군분투하고 계시니까...

광고인 역시, 그럴 것이다. (우리는 답을 찾는 데 이력이 나 있지 않은가) 그런데 답을 찾아낸다 한들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며 이 위기를 헤쳐나갈 능력이 우리에게 있는지 궁금해졌다. 말하자면, 위기의 광고계를 구해낼 제다이가 될 만한 포스의 소유자인지. 지구의 광고인이 단체로 이민 갈 행성을 찾아가는 우주선 '인듀어런스호(Endurance)'에 탑승할 자격이 있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었다.

그때 마침, 미네소타에서 온 빙봉(Bing Bong)이 우리 팀에 등장했다. 빙봉이라 불리는 인턴 최현수 군에게 하루에도 몇 번씩 다섯 가지 감정들과 질풍노도를 겪고 있는 멸종위기 광고인 다섯 명을 샅샅이 파헤치는 관찰기. 인사이드아웃(Inside out)을 부탁했다. 지쳐가는 우리가 지나온 한때인 대학, 인턴, 취업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순수한 빙봉이라면 우리의 멸종/생존 가능성을 솔직하게 말해줄 것 같았다.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빙봉아?"




미네소타 출신 빙봉(Bing Bong)의 인사이드 아웃
멸종위기 광고인 관찰기 (빙봉: 최현수 인턴)

똑같이 생긴 수많은 책상 사이에 내 자리가 어딘지도 모를 첫날, 관찰기를 작성하라고 했다. 두 번 놀랐다. 오자마자 관찰기라니. 그리고 주제가 멸종위기 광고인이라서. 내가 되고 싶은 직업상의 실태가 멸종위기란다. 게다가 미네소타에서 왔다고 나를 자꾸 빙봉이라고 부른다. 이상한 사람들 같은데 재미있을 것 같았다.


 

 

2주째 우리 팀과 함께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다들 감정표현을 다 하는 것 같으면서도(가끔은 볼륨도 크게), 속으론 항상 또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문희 대리님 역시 단순한 성격이라고 하지만 결코 생각을 멈추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식사 메뉴 선택 등 행동으로는 절대 떠올릴 수 없는데 머릿속으로는 다이어트 생각을 멈추지 않고 있다. 배우 이미도와 순풍산부인과의 미달이를 떠오르게 하는 대리님. 활기 넘치고 발랄하고, 회식 중 절도 있는 춤을 추면서도 칠레와 전화 통화를 해야 하는 프로젝트를 생각하는 문희 대리님. 도태되지 않기 위해 가져야 할 광고인의 덕목이다. Sweet 문희 생존가능성: 20%




품절녀 반열에 오른 (한효주만큼 아름다운) 아름 대리님은 결혼준비가 한창이라 계단을 오르내리면서도 누군가와 한창이라 계단을 오르내리면서도 누군가와 꾸준히 연락을 한다. 그래도 다 같이 있을 땐 다시 프로페셔널한 FM모드. 모두의 업무 편의성(?)을 위해 시간과 룰을 철저하게 지킨다. 나한테 부담을 주기 싫다고 말씀하시는 게 더 부담인지 모르는지, 아니면 한 단계 더 스마트한 훈련전략인지(후자라면 더 열심히 해야겠다.) 모르겠지만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꾸준함과 듬직함을 보여주고 있다. 주변상황이 어떻든, 언제나 업무를 생각하는 모습에서 광고인이 꿈인 이들은 다람쥐 같은 성실함을 배울 수 있다. Killer 아름 생존가능성: 20%




회사 인근 모든 맛집을 퀄리티 있게 평가할 수 있는 진 대리님은 한때 힙합을 지향했고, 만화광이었고, 또 지금은 EXO-으르렁 90%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칫솔 전문가이다. 퍼즐 조각처럼 다양한 경험과 일할 땐 흐트러짐 없는 모습이 진지한 배우 박용우를 연상케하고, 커피를 마시면서 대화를 할 땐 간지러운 곳을 긁어주는 재치 있는 입담이 <미생>의 변요한을 연상시킨다. 이런 개성 있는 대리님이 일에 치이고 문희 대리님 웃음소리에 치이지만, 다른 사람의 개성을 찾아주는 걸 볼 땐 본인만의 특유의 관찰력이 돋보인다. 당연히 광고인에게 필요한 덕목. Genius 진 생존가능성 20%


 

 
광고인을 꿈꿀 때 그렸던 모습을 지금의 4팀에서 실현하고 있다는 하빈 대리님. 첫인상은 장난기가 많고, 액티브한 성격인 줄 알았는데 어찌 보면 내가 틀린 것 같다. 평화롭고, 편안한 기린 같으면서도, 좋고 싫음이 확실하고 하나에 몰입하는 마니악한 모습도 있다(업무 중/커피 기다리기 전 게임 중). 힘들 땐 내일의 나에게 선물하는 마음으로 매일매일 선물을 준비하는 대리님은 가끔 여성스럽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 다가와 하나하나 챙겨주는 훈훈함은 역시 이성에게 인기가 많을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웃을 때 눈가의 주름이 더 궁금하고 알아가고 싶어지게 하는 매력의 소유자. 광고인은 본인의 매력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Lovely 하빈 생존가능성: 20%


 

 
고작 2주밖에 지나지 않아 쓴 관찰일지다. 그 안에 내가 얼마나 부족하고 마음만 앞선 꼬맹이인지 절감했다. 그런 나를 때론 엄마처럼, 때론 누나처럼 물심양면 도와주신 우리 석아영 팀장님. aka 이노션의 정유미. 시켜서 쓴 aka가 아니라 보면 볼수록 그러신 것 같다. 팀에 활기를 불어넣는 호탕한 웃음소리, 개성 있는 데일리 코디, 광고인다운 진지한 모습, 소녀소녀하신 걸음. 정유미를 넘어 이미 생존의 노하우를 알고 게신 듯하다. 기본은 절대 잃지 않되 지키기보단 버리면서 하는 진화, 영원하지 않을 거라는 경각힘. 이러한 '생존강령'은 올해가 2017년이라 계속 착각하는 팀장님의 울림 있는 신조다. 겸손함과 귀여움을 탑재한 소위 '프랑스 할머니'의 기본과 본질이 희미해질 일은 없을 것 같다. 과잉웃음 장애 아영 생존가능성: 20%


 

 
관찰결과, 생존가능성이 가장 높고 적은 사람은 없다. 나는? 내 심정을 축구로 비유하자면 (참고로 난 리퍼풀팬), 리그 1, 2위를 다투는 팀에 어느 날 2군의 풋내기 선수가 1군의 주전 선수들, 감독과 함께 전쟁 같은 리그 경기를 같이 뛰는 격이다. 패스를 하기도, 받기도 두려운 상황. 할 수 있는 거라곤 보고 배우고 부딪히는 것뿐이다. 그러고 싶고 그럴 것이다. 노력의 상흔이 깊어지면 언젠간 닥칠 멸종위기에서 주전 선수들과 함께 이겨내리라는 바람과 함께. 나의 생존가능성: 수치화 불가



우리 팀의 생존가능성을 모두 더하면 100%가 되는 오글거리고 말랑말랑한 관찰이 현실보다 살짝 더 부정적인 관점으로 보는 멸종위기 광고인에 silver linging이 되길 바라며 관찰일지를 기록했다. 영화 속에서 라일리를 달에 보내주고 싶어했던 빙봉의 마지막 대사, "Take her to the moon for me, Okay?"처럼 나의 꿈인 많은 광고인 선배님들이 꼭 끝까지 살아남기를 바라며 빙봉송을 나직이 불러본다.


Who's the best in every way,

and wants to sing

this song to say  ♬ ♬

Bing Bong, Bing BONG!



멸종위기 ·  광고인 ·  광고인보호 ·  생존가능성 ·  이노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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