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월드컵이야? 월드컵 어디서 열리는데?”
제1막 “그냥 포기해”
사람들은 더 이상 월드컵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여러 조사 결과들도 이를 뒷받침했다. ‘무려’ 1999년에 태어난 이들이 당당히 술을 마실 수 있는 이 시대에 4강 신화의 영광은 아무리 찾아도 온데간데없었다.
게다가 최근 월드컵에서 보였던 아쉬운 성적, 계속돼 온 국내 프로축구의 흥행 부진, 거기에 최악의 조 추첨 결과까지 더해져, 애초에 축구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은 물론 축구라는 스포츠를 주로 소비하던 이들에게도 월드컵은 기대하지 않는 이벤트가 되고 말았다.
그런데 묘하게도 한국 청년들의 현실이 바로 이런 상황과 많이 닮아 있었다. 우리가 살펴본 대한민국의 청년들은 새로운 꿈에 대한 기대를 품기보다 주어진 현실에 빠르게 적응하는 길을 택하고 있었다. 아니, 택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것이, 포기하지 말라고 그들에게 선뜻 말할 수만은 없는 이유이기도 했다.
제2막 월드컵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
1등에겐 찬사를, 2등에겐 위로를 건네는 사회. 똑같은 잣대만을 들이대며 경쟁을 강요하는 사회. 그것이 카스의 메인 타깃인 20대가 생각하는 우리 사회의 현실이었다. 정작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건 따로 있었지만, 뭔가 그들을 눈치 보게 만들 뿐이었다.
우리는 그들을 ‘눈치 보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20대의 다양한 목소리를 수집했다. 그 결과 정형화된 성공의 기준, 부모님의 높은 기대치, 취업에 대한 스트레스 등 여러 가지 원인을 찾을 수 있었지만, 그중에서 우리가 가장 주목했던 건 바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한 번도 병원에 가 보지 않은 사람에게 병원이란 매우 두려운 존재이듯 실패를 겪어 보지 않은 이들에게 실패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두려운 일에 가까웠다. 그래서 몸소 보여주기로 했다.
▲ 안 된다는 생각은 버려! 카스 로고를 뒤집었다.
솔직히 국내 시장 1위 브랜드가 제품의 로고를 뒤집어 버리는 건 꽤나 큰 결단이 필요한 일이었다. 그것은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안 된다는 생각을 버리자”고 말하려는 의지의 표출이기도 했고, 그들과 눈높이를 나란히 하기 위한 노력이기도 했다. 그렇게 조금은 특별한 제품 출시를 신호탄으로 대망의 월드컵 캠페인이 론칭됐고, 우리는 본격적으로 월드컵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했다. 단, 카스의 타깃에게 가장 익숙한 방식으로.
▲ AOMG와의 협업에서 가장 고민했던 건 카스의 브랜드를 얼마나 노출할 것인가였다.
우리가 아티스트에게 요구한 건 딱 한 가지,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해 달라는 것뿐이었다. 제품을 연상시키는 가사를 써 달라거나 뮤직비디오에 제품 로고를 노출해 달라 따위의 요구는 하지 않았다(오히려 감독의 편집본에서 제품 노출 장면을 빼 달라는 요구는 했다). 그리고 그 결과, 기존의 커머셜 뮤직 콘텐츠와는 확연히 다른 반응을 느끼며, 브랜드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다.
▲ 이 순간 그들은 카스라는 브랜드 그 자체였다.
제3막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강 독일, 이탈리아를 꺾고 올라온 스웨덴, 북중미의 강호 멕시코까지. 우리가 정말 이길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어 본 것도 사실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우리가 열세라는 점에 이의를 제기할 이가 많지 않을 것이듯 말이다. 하지만 그런 질문 자체에 오류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포기하면 이미 승패는 결정 납니다.”
반드시 이기리라는 보장은 누구에게도 없다. 반대로 그 누구도 질 것이라는 장담도 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분명한 것 하나가 있다. 포기하면 끝난다는 것.
▲ 우리가 그들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건 용기였다.
“해 보기 전까진 아무도 모른다.”
<뒤집어버려> 캠페인의 일환으로 대한민국 경기 당일 대규모 거리 응원 행사도 준비하고 있다. 얼마의 사람이 모일 것인지 아직 예상도 되지 않지만, 적어도 그 자리에 온 사람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해 보기 전까진 아무도 모른다는 것을.
월드컵이 끝나면 뒤집어진 카스의 로고도 다시 제자리를 찾게 되겠지. 모두의 일상도 다시 현실로 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서글프게도, 승리하지 못했다는 현실에 조금은 아쉬울 수도 있겠다.
다만, 여기 이 자리에 남아 있는 것. 2018년의 우리가 해 보자는 마음가짐으로 무언가 시도했다는 사실은 여기 이 자리에서 우리의 발자국으로 남게 될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이기자”가 아닌 “뒤집어버려”라고 말하는 가장 큰 이유.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쥐고 있는 무언가가 언젠가는 그토록 원했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