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il's upⅠ] 누가 그들을 폄하하는가
CHEIL WORLDWIDE 기사입력 2019.01.17 12:00 조회 4158
“왜 알바를 직업이 아니라고 생각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서? 그럼 다들 해 보실래요?” 

알바는 아무나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편견, 전문성이 필요없는 단순하기 그지없는 일이라는 폄하. 알바몬의 <알바를 RESPECT> 캠페인은 알바에 대한 ‘최저인식’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알바 구인구직 서비스 알바몬의 캠페인은 항상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2015년 <최저시급> 캠페인은 최저시급 준수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했고, 2016년에는 알바생 권리 장전을 위한 실체 ‘알바당’를 창당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알바몬은 진상 사장님, 진상 손님 속에서 알바생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캠페인을 꾸준히 전개해 왔다. 

그런데 2017년 제일기획이 진행했던 <알바의 신기술> 캠페인은 조금 달랐다. 알바생 타깃이 아닌, 업계 최초로 사장님 타깃의 캠페인을 시도했다. 안재홍, 성동일 같은 친근한 모델들을 등장시키며, 생계 유지를 위한 매출 압박 속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님들의 현실감 있는 이야기를 다뤘다. 이는 공감대가 높은 에피소드였다. 
이 캠페인을 통해 최저시급 인상의 후폭풍으로 인해 사장님들로부터 조금씩 외면받고 있었던 서비스를 다시 정상 궤도에 올려 놓기도 했다. 이처럼 시의성 있는 화두를 제시했던 알바몬의 캠페인은 시장에서 1위 브랜드가 되기까지 성장의 중심축 역할을 해 왔다. 

 

최저시급은 나라에서, 최저인식은 알바몬이! 
 
무엇보다 사회가 알바생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여전히 차갑다. 알바 수입으로 이제는 생활도 가능한 시대지만, 대한민국에서 알바는 그저 취업 전의 통과점, 준비 과정 정도로 여겨진다. 알바는 어딘가 다소 불완전해 보이고, 알바만으로는 뭔가 불충분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알바생들이 하고 있는 일들은 생각보다 만만치가 않다. 수십 가지나 되는 레시피를 숙지하고, 수백 가지 브랜드와 상품을 암기하고, 정신없는 환경 속에서도 손님의 주문을 찰떡같이 알아들어야 한다. 아무나 할 수 없는 나름의 고도화된 일이다. 

실제로 대한민국 알바생의 78%는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으며, 74%가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저 통과점, 준비 과정이 아니라 자부심과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알바생이 많았다. 일에 임하는 태도만큼은 직장인 못지 않다.

이러한 알바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이야기는 더 존중받으며 일할 수 있도록 사람들의 ‘최저인식’을 높여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캠페인으로 세상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알바생에 대한 편견과 직업관을 바꾸고자 했다. 그래서 알바는 더 이상 가치 없는 일이 아니라, 세상을 움직이는 하나의 직업이고 세상에 기여하는 하나의 능력이며 세상에 내세울 수 있는 경력이라는 메시지를 캠페인 크리에이티브에 담았다. 

 
  ▲ <알바를 Respect> 오프닝 편 TV 광고 
 
  
  ▲ <알바를 Respect> 카페 알바 편 TV 광고 
 
 
  ▲ <알바를 Respect> 화장품 알바 편 TV 광고 
 
 


알바를 RESPECT 
 
먼저 오프닝 영상에서는 알바생이 직업란에서 결국 무직을 선택하는 상황을 연출한다. 편의점 알바도, 인형탈 알바도, 카페 알바도 모두 무직처럼 보여진다. 그러자 쌈디가 등장해 “왜 알바는 직업이 아니라고 생각하느냐”며 문제를 제기한다. 그리고 “그럼 다들 한번 해 보실래요?” 하고 시청자를 도발하며 이어서 등장하게 될 본편 영상들이 있음을 예상하게 한다. 

본편 영상은 두 편이다. 알바 상황을 시청자가 본격적으로 체험하게 되는 콘텐츠다. 먼저 카페 상황 편. 깐깐한 손님이 프라페를 주문하는데 휘핑크림, 헤이즐넛, 모카시럽, 초코시럽 등과 같은 옵션을 정신없이 추가한다. 시청자들이 ‘저걸 어떻게 알아들어?’ 하는 순간 알바생이 고난도의 주문을 척척 해내고 당당한 표정을 짓는다. 이때 쌈디가 “알바를 RESPECT”라고 말하며 알바도 능력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두 번째 본편 영상은 화장품 매장 상황이다. 다 똑같아 보이는 빨간색 립스틱 중 ‘딸기 우유 핑크색’을 시청자에게 골라 보라고 말한다. 6초 정도 선택할 시간을 주지만 똑같아 보이는 색깔들에서 딸기 우유 핑크색을 고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시청자들이 당황하는 사이 남자 알바생이 별것 아니라는 듯 딸기 우유 핑크색을 골라 주며 당당한 표정을 짓는다. 화장품과 별로 상관없을 것 같은 남자 알바생이 미묘한 색 차이를 한번에 구분한 것이다. 

 

우리는 카페에서, 매장에서, 편의점에서 알바생들이 다양한 일들을 막힘없이 처리해 내고 있음을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한번도 대단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이 광고 캠페인으로 알바생들이 나름의 전문성으로 꽤 어렵고 힘든 일들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나아가서 이 시대 알바생들이 알바를 하는 것만으로도 존중받을 수 있게 됐으면 한다. 오늘도 퇴근길에, 하교길에 한번쯤 만나게 될 알바생들에게 알바몬 캠페인을 떠올리며 조금은 RESPECT하는 마음을 가져 보면 어떨까. 
1월호 ·  매거진 ·  알바력 ·  알바몬 ·  알바생 ·  제일기획 ·  최저인식 ·  캠페인 ·  힙합 코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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