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시간은 누구에게나 진한 감정을 갖게 합니다. 지나온 시간이 긴 사람일수록 겪게 되는 감정은 더욱 깊어지죠.
우리는 다 함께 2020년이란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 또한 각자의 시간에 더해져 또 하나의 감정으로 쌓였습니다. 하면 안 되는 게 많았던, 평범함이 평범하지 못했던 시간들. 2020년은 누구에게나 잊을 수 없는 변화를 남겼습니다. 전례 없는 어려움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많아졌고, 거리는 멀리 두되 마음은 가까이해야 하는 이웃들이 많아졌습니다. 영화,‘흐르는 강물처럼’에서 아들을 잃은 목사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필요할 때, 사실 우리는 가까운 사람을 돕지 못합니다. 무엇을 도와야 할지도 모르고 있으며 때로는 그들이 원치 않는 도움을 줍니다.
이렇게 서로 이해 못 하는 사람과 산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그렇다 해도 우린 사랑할 수는 있습니다. 완전한 이해 없이도 우리는 완벽하게 사랑할 수 있습니다.”
▣ 힘이 되어주어 고맙습니다
스웨덴의 음악 스트리밍 및 미디어 서비스 회사, 스포티파이. 그들의 2020년 마무리 캠페인은 ‘감사하는 마음’으로 채워졌습니다.
집에 머물러야 할 시간이 길어진 2020년. 많은 사람들이 음악을 스트리밍하며, 팟캐스트를 들으며 세상과 교감했습니다. 어려운 시기를 견디는 힘이 되었고 즐거움이 되었죠. 스포티파이는 세상 많은 이들에게 힘을 준 아티스트와 팟캐스터, 플레이리스트를 만든 사람들, 스포티파이의 열광적인 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기로 했습니다. 콘텐츠는 사용자들이 이용한 데이터를 통해서 정해졌습니다. 여름 가장 많은 청취율을 기록한 팟캐스터, 미셸 오바마에게 감사하는 메시지부터 소중한 지혜와 철학을 나눈 래퍼 Cardi B에게 감사하는 메시지, 재택근무 테마의 플레이리스트 재생률이 1,400% 많아진 데 대한 감사의 마음, 흑인 인권에 관련된 플레이리스트 스트리밍에 대한 감사의 마음, 스코틀랜드의 싱어송라이터 루이스 카팔디의 ‘Someone You Loved’를 가장 많이 스트리밍한 글래스고에 감사하는 마음까지. 옥외광고, 영상, 디지털, 소셜 매체를 통해 감사와 회복을 말하는 스포티파이의 메시지가 전해졌습니다. 나아가 코로나19로 문을 닫은 공연장들이 코로나 시기를 견딜 수 있도록 기부를 권하는 메시지도 잊지 않았습니다. 청취자들이 아티스트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담은 팬 필름도 만들었죠.
▲Spotify Wrapped - “August” (출처: Spotify 유튜브)
스포티파이는 2020년을 돌아보는 독보적이고 긍정적인 관점을 담아내고 싶었다고 합니다. 다가올 2021년을 긍정적인 모멘텀으로 바꿀 수 있는 힘. 디지털은 락다운을 맞아 그 어느 때보다 우리와 가까워졌고, 멀리 있어도 가까이 있게 하는 소통이 됐습니다. 스포티파이는 그 디지털 뒤에 있는 사람을 잊지 않았습니다.
▣ 당신의 힘이 되겠습니다
시대가 요구하는 게 달라진다면 브랜드의 공감도 달라져야 합니다. 코로나19에 꼭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고 제대로 소통할 줄 알아야 하는 브랜드의 공감. 하이네켄은 그들만의 답을 찾았습니다.
▲#ShutterAds #BackTheBarsHeineken | Shutter Ads | Argentina (출처: PublicisItaly 유튜브)
지금은 세상의 수많은 바들이 락다운으로 셔터를 내렸습니다. 바를 다시 열 수 있을지 희망도 무너질 만큼 생계가 끊긴 상황이죠. 아르헨티나의 하이네켄은 그래서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옥외 광고 예산을 문 닫은 바를 후원하는 데 쓰는 거죠. 방법은 간단합니다. 바의 닫힌 셔터에 옥외광고를 게재하는 겁니다. 이른 바, ‘셔터 광고’입니다. 하이네켄은 이 방법으로 바들이 다시 문을 여는 데 힘이 되고자 합니다.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거죠. ‘오늘은 이 광고를 보고, 내일은 이 바에서 즐기세요.’라는 메시지와 함께.
▲버거킹의 '맥도날드를 주문하세요' 광고(출처: 버거킹)
▲버거킹의 #WhopperAndFriends 캠페인(출처: 인스타그램)
버거킹 또한 작은 식당들을 돕기로 했습니다. 최근 새로운 락다운을 맞아 프랑스와 영국의 버거킹은 이미 ‘맥도날드를 주문하세요’라는 광고를 내보낸 바 있습니다. 이유는 맥도날드에 고용된 수많은 직원들도 모두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맥도날드뿐 아니라 다양한 체인 음식점 이름을 대며 그들의 힘이 될 것을 부탁합니다. 와퍼를 주문하는 게 최고이지만 빅맥도 나쁜 선택은 아니라며. 그들의 ‘배려’는 이제 작은 지역 레스토랑으로 향했습니다. 프랑스 전역은 1월 20일까지 모든 식당이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영업을 해야 돈을 벌 수 있는 자영업자이니 타격은 더 크겠죠. 버거킹은 이들에게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빌려주기로 했습니다. 팔로워가 삼십만 명이 훌쩍 넘는 계정입니다. 각 레스토랑은 자신들의 시그니처 메뉴 사진과 함께 #WhopperAndFriends라고 올리면, 버거킹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리포스팅하는 겁니다. 이 기간 동안 버거킹은 자신들의 포스팅은 하지 않기로 했다고 합니다. 팔로워들에게 락다운이 끝나면 이 작은 레스토랑을 찾아줄 것을 부탁하는 거죠. 미국의 버거킹은 할로윈 기간 동안 ‘폐업한 식당’을 무서운 장소로 명하고 그곳에서 버거킹 쿠폰을 다운받을 수 있게 해 논란이 됐었는데, 반대로 프랑스의 버거킹은 ‘시대 공감’을 하고 있습니다.
▲LACOSTE - Give for Good 2020 Campaign (출처: The AdStasher 유튜브)
프랑스 의류 브랜드 라코스테 또한 어려운 시기, 좋은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연말은 온라인 주문이 많은 시기입니다. 그 주문을 나눔으로 연결한 거죠. 12월 14일부터 20일까지 주문된 박스엔 무료 배달 스티커를 동봉하는 겁니다. 옷을 받은 구매자는 자신의 옷 중 안 입는 옷을 골라 배달된 박스에 담습니다. 물론 다른 사람이 입을 수 있는 좋은 상태의 옷이라야 합니다. 브랜드는 라코스테가 아니어도 상관없습니다. 그리고 박스 위에 동봉된 무료 배달 스티커를 붙이는 거죠. 그러면 프랑스의 자선 단체 Apprentis d’Auteuil로 보내집니다. 혜택을 받지 못하는 어린 친구들에게 교육과 훈련, 사회적, 전문적 도움을 주는 단체입니다. 옷은 이 단체가 관리하는 어린 친구들에게 나눠지는 겁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쉬운 방법입니다.
코로나19는 우리 모두의 상황입니다. 어려운 사람은 더 어려워지고 있고 더 실질적인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죠. 누군가의 도움은 듣는 이를 기분 좋게 하는 힘까지 있습니다. 이들의 나눔을 위한 마케팅은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마음 마케팅’이겠죠.
▣ 진짜 당신을 찾아드리겠습니다
소셜 미디어에서의 활동이 많아진 요즘. 소셜에서의 나와 진짜 나는 얼마나 일치할까요? 어떤 나가 진짜일까요? 위스키 브랜드 발렌타인은 재미있는 실험을 기획했습니다. 소셜 미디어 속의 나와 진짜 나를 만나게 하기로. ‘나와 또 다른 나’캠페인.
▲BALLANTINE'S - ME AND MY OTHER ME (출처: slapglobal 유튜브)
그들은 이 캠페인을 위해 심리학자, 데이터 과학자와 협업했습니다. 먼저 50명을 선택해 인터뷰를 진행했죠. 이 중에서 사회적 욕망 지수가 높은 15명을 선정했습니다. 사회적 욕망 지수가 높은 사람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대답하는 경향이 높다고 합니다. 남들에게 보이는 모습에 민감한 사람들이죠. 이 중에서 최종으로 4명을 선정했고 그들에게 그들의 디지털 데이터 사용 기록을 다운받도록 동의를 얻었습니다. 왓츠앱, 구글, 유튜브,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의 사용 데이터가 모두 적용됩니다.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홀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자신의 모습과 똑같이 생긴 홀로그램이죠. 참가자들은 바에서 이 홀로그램으로 만들어진 자신과 마주합니다. 자신을 닮은 모습에 무섭다고 하는가 하면 귀여워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질문을 시작하자 홀로그램과 자신이 매우 다르다는 걸 인식하게 됩니다.
배우자와 관계가 어떠냐고 묻자, 9년간 함께한 파트너이자 친구이자 자신의 반쪽이라고 답합니다. 하지만 홀로그램은 파트너와 나눈 1,810개의 메시지에 ‘사랑’이라는 단어는 단 한 개도 없었다고 답합니다. 자신감이 충만하냐고 묻자, 예전엔 그렇진 않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자신감도 많아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홀로그램은 내 파트너를 유혹하기 위해 ‘남자들을 유혹하는 법’을 여러 번 검색했다고 답합니다.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냐고 묻자, 공감은 우리를 더 나은 사람이게 만들어준다며 관심이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홀로그램은 나는 사회 문제에 관심이 없다. 돈을 기부하지 않으며 사회 문제에 대해 검색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합니다. 질문마다 대답하는 나와 데이터에 기반한 홀로그램 나의 대답은 반대입니다. 발렌타인은 ‘사회의 판단은 우리가 행동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그때부터 우리는 우리 자신이기를 포기한다. 하지만 당신은 모두를 기쁘게 할 순 없다. 그러니 진짜 당신을 사랑하라’고 합니다. 진실한 당신의 모습을 지키라고 하죠.
사람들과의 대면 접촉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시기. 진짜 나를 숨기고 누구에게나 ‘좋아요’를 받을 수 있는 나로 살지 말라고 전합니다.
▣ 일어날 일은 일어나지만 생각은 바꿀 수 있습니다
우리는 시대를 거스를 순 없습니다. 2020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렀고, 우리는 그 변화를 받아들이고 견디고 있습니다. 해가 바뀌면서 또 다른 시절이 오리라는 희망도 갖게 되었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최근 영화, 테넷엔 “What’s happened happen”이라는 대사가 나옵니다. 아무리 시간을 바꾸고 과거로 가고 미래와 소통해도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는 거죠. 그렇다면 우리가 할 일은 그 일어날 일을 좀 더 지혜롭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거겠죠.
모두를 이해할 순 없지만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것. 모두의 힘으로 어려운 시기를 이길 방법을 찾는 것. 그 어느 때보다 ‘사람’을 생각할 것. 2020년은 너무 갑작스러운 변화라 우리가 대처하는 데 시간이 걸렸지만 2021년은 어느 정도 단련된 마음으로 나아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매년 해가 바뀌는 건 어쩌면 큰 축복입니다. 해가 바뀔 때마다 우리는 새로 시작할 수 있는 희망과 용기를 얻으니까요. 어차피 우리에게 올 시간이라면 ‘흐르는 강물처럼’ 유연하게 흘러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