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 딸의 여름방학은 나에게 인내심 시험 기간이었다. 내 심신 저물어 가는 것도 억울한데 부러울 것 없는 저 나이, 이 환경에서 하루 종일 세상을 향해 불만을 외치는 그녀의 마음 속을 이해할 수 없었고 보이지 않는 호르몬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나만 이런 시기를 겪고 있는 건 아니겠지… 하는 마음으로 찾아보니 잠깐의 검색 만으로도 이 예측할 수 없는 세기의 대결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의 넋두리, 나름의 논리로 승자를 점쳐보는 글 등등 꽤 많은 이야기를 찾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예상과는 달리 이 대결의 승자로 갱년기를 지목하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갱년기 엄마, 갱년기 부인을 겪는 이들의 글을 읽어 내려가다 보니 문득 내가 보였다. 자식 이기는 부모 있겠나, 받아주자 하는 생각으로 보냈던 방학 간이 오히려 딸에게는 더 어려운 시험 시간이었겠구나 하는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내가 중2의 호르몬을 원망하는 것 이상으로, 딸은 엄마의 호르몬을 원통한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었을 것이었다.
꽉 찬 40대, 거부할 수 없는 갱년기로 접어들고 있다. 한자로는 다시갱, 고칠경 자로도 쓰이는 更자를 써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시기라는 아름다운 의미를 가진 시기. 하지만 이런 좋은 의미와는 달리 갱년기의 현실은 참으로 야속함의 연속이다. 시력이 나쁘거나 잘 안보이는게 아닌 눈이 침침하다 라는 말의 뜻을 경험으로 배우게 되고, 줄줄 꿰던 드라마 제목, 영화배우 이름을 머릿속에서 끄집어 내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진다. 횡단보도의 깜빡이는 신호등을 향해 달리던 무릎은 전에 없던 찌릿한 통증의 신호를 보내오고, 별다른 감정의 요동 없이도 얼굴엔 홍조가 등에는 땀이 주루륵 흘러 보는 이들의 염려를 사기도 한다. 상황이 이러니 어찌 화가 치밀지 않을 수 있겠는가?!!! 신경질과 우울증은 갱년기를 대표하는 증상이고 그 외에도 불면증, 현기증, 피로감, 관절통, 근육통, 두통, 가슴두근거림 등 신체적, 심리적으로 매우 다양하고 광범위한 불편함이 생겨난다.
내 경우 가장 여실히 체감하고 있는 갱년기 증상은 나잇살이다. 나이 드는 것도 서럽고 살찌는 것은 더더욱 싫은데 그 둘을 합쳐 나잇살이라니. 영원히 멀리하고 싶은 나잇살이었건만 최근 들어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는 중이다. 나이 들면 기초대사량이 감소하여 살이 찌기 쉽다는 것은 상식처럼 알려져 있다. 여기에 더해 남성 호르몬과 여성 호르몬이 균형을 이루던 젊은 시기를 지나 갱년기가 되면 체내 성 호르몬이 불균형해지며 비만을 유발하게 된다. 근력운동도 꾸준히 하고 예전보다 덜 먹는데도 불구하고 살이 붙는다고 느끼는 건 이 때문이다. 나잇살은 결국 갱년기살인 것이다. 실제로 갱년기 여성은 1년에 평균 0.8kg의 체중이 증가하고, 중년 남녀가 가장 신경쓰는 건강관리로 체중관리가 압도적 1순위를 차지한다고 한다. 나의 체중 증가 속도는 평균을 훌쩍 뛰어넘긴 하지만 어쨌든 전적으로 나의 의지박약 탓은 아니라는 점에서 약간의 안도를 찾는다.
요즘은 갱년기에 대한 치료와 관리 필요성 인식이 많이 확산되면서 건강기능식품부터 제약까지 갱년기를 위한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워낙 광범위하고 다양하게 나타나는 증상으로 인해 많은 소비자들은 치료를 넘어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방점을 두고 건강기능식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나 역시 갱년하는 나를 위해 무엇을 선택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시기에 비에날퀸이라는 제품을 알게 되었다.
광고 캠페인을 제작하는 일로써 만난 제품이지만 갱년기 증상 개선과 다이어트 효과를 동시에 인정받았다고 하니 사심이 먼저 발동되었다. 홍조 띤 얼굴에 우울한 표정을 담은 중년 여성이 등장하여 증상 완화를 간증하는 흔한 갱년기 제품은 선택하고 싶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크롭 티셔츠 사이로 드러나는 한줌 사이즈의 허리를 가진 모델의 모습과 극단적인 비포 에프터로 효능 사례를 강조하는 자극적인 다이어트 제품 역시 왠지 내가 추구하는 바와 달라 마음이 가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식약처로부터 인정받은 갱년기 증상 완화 성분과 체지방 감소 유산균 BNR17을 매치시킨 복합 기능성의 비에날퀸을 만나게 된 것은 운명의 데스티니가 아니었을까.
제품을 먹어보고 서서히 편안하게 줄어가는 복부를 체감하는 것 부터가 광고 기획의 시작이었다.몸이 편안해 지니 마음에도 여유가 생기는 게 스스로 느껴졌다. 비에날퀸이 가져온 이 우아한 변화를 그대로만 알릴 수 있다면 이미 캠페인은 성공이다 라는 생각으로 아이디어를 발전시켰다.
홍조 띤 얼굴과 우울한 표정의 스테레오 타입으로 갱년기를 표현하는 오래된 화법을 버리자, 열심히 살아온 인생에 대한 위로와 응원 메시지로 공감을 호소하는 전형적인 화법을 뛰어넘자. 참고 버티는 것이 아닌 자신들의 변화에 현명하게 대처하고, 또 다른 내일을 적극적으로 준비하는 이 시대의 중년들에게 솔루션을 주는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브랜드 비에날퀸이 되게 하자. 이러한 캠페인 지향점은 모델 박주미의 우아하고 대범한 연기를 통해 한층 더 힘있는 크리에이티브로 완성되어 소비자들과 만나고 있다.
나와 비에날퀸, 일로 만난 사이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건강을 위해 함께 하는 사이로 돈독하게 지내고 있다. 덕분에 부풀듯이 증가하던 체중은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고, 폭주하던 심신의 변화도 서서히 안정을 되찾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첨예했던 딸과의 전투도 끝이 보이는 듯하다.
딸은 자라고 있고 나는 나이 들어가고 있는 것뿐이었다. 그 단순한 이치를 이제야 깨달은 엄마는 더 안아주고 귀기울여 주는 노력을 시작했고, 엄마의 노력을 읽은 딸은 스스로를 다스리려는 노력을 시작했다. 갱년기 엄마와 사춘기 딸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라는 질문은 어리석었다. 누가 이길까를 궁금해하기 보다 싸움의 원인을 해결하면 될 것을…
매일 저녁 비에날퀸을 먹을 때마다 다이어트에 열중하는 딸을 위해 비에날씬을 함께 챙긴다. 내가 비에날씬을 건네면 딸은 나에게 물 한잔을 건넨다. 유산균을 나누며 오늘 있었던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눈다. 이렇게 갱년기 유산균 한병으로부터 우리의 좋은 변화는 시작되고 있다.
[오지현 오리콤 IMC전략2본부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