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수경 기자|브랜드브리프
세계 최대의 크리에이티비티 축제 칸 라이언즈(The 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가 지난 6월 17일부터 21일까지 프랑스 칸에서 열렸다. 올해로 71회째를 맞은 칸 라이언즈엔 전 세계 90여 개국 1만5000여 명의 사람들과 2만
6753개의 작품이 몰렸다.
이들이 칸을 찾는 단 하나의 이유는, 바로 크리에이티비티! 고백 하건대 매년 칸 라이언즈로 취재를 떠나기 전이면 ‘올해도 과연 새로운 게 있을까?’, ‘기존 수상작들을 뛰어넘는 크리에이티비티를 만날 수 있을까?’, ‘손에 잡히는 유용한 트렌드를 얻어올 수 있을까?’ 하는 걱정들이 어김없이 마음 한 켠에 자리 잡는다. 칸을 처음 방문했던 지난 2019년도에 받았던 충격과 압도감이 너무도 컸기에, 매년 그 기준점을 넘지 못하면 어느 순간 칸이 시시하고 뻔하게 느껴지진 않을지 우려됐다.
그 우려가 무색하게도 올해 4번째 방문한 칸은 어김없이 예상치못한 놀라운 크리에이티비티와 날카로운 인사이트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무수한 트렌드의 홍수와 급변하는 기술의 진화 속에서도 우리는 왜 여전히 ‘크리에이티비티’를 갈구하는지, 2024 칸 라이언즈가 건넨 6가지 해답을 공개한다.
1. 사람들을 웃게하라!(Humor)
올해 칸 라이언즈 최대의 화두는 ‘유머의 귀환’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겪으며 몇 년 동안 광고 속 유머가 많이 줄었지만, 최근 유머를 활용하는 광고가 늘고 있다. 칸 라이언즈는 올해 ‘유머’ 카테고리를 신설했다. 이 부문에 출품된 작품은 재치와 풍자를 사용해 즐거움을 주고, 기억에 남는 웃음을 통해 오디언스와 연결돼야 한다.
올해 칸 라이언즈 전체 출품작 2만6753개 중 ‘유머’ 태그가 붙은 작품은 전년 대비 48% 증가한 약 1,330편(전체 출품작 수의 약 5%)에 달했다. 올해 수상한 미국과 영국 광고 캠페인의 75%는 유머를 활용했다. 이는 지난해 52%에서 약 23% 증가한 수치다. 오라클에 따르면 브랜드가 유머를 사용할 경우, 80% 사람들이 해당 브랜드에서 다시 구매할 가능성이 더 높고, 72% 사람들은 경쟁사보다 해당 브랜드를 선택할 가능성이 더 높다. 그만큼 사람들을 웃게 하는 유머의 힘은 강력하다.
팝 타르츠(Pop-Tarts)의 ‘The First Edible Mascot(최초의 먹을 수 있는 마스코트)’ 캠페인.
©Pop-Tarts
©Pop-Tarts
올해 브랜드 익스피리언스&엑티베이션 라이언즈(Brand Experience & Activation Lions) 그랑프리를 받은 팝 타르츠(Pop-Tarts)의 ‘The First Edible Mascot(최초의 먹을 수 있는 마스코트)’ 캠페인(웨버샌드윅 뉴욕(Weber Shandwick, New York) 대행), 소셜&인플루언서 라이언즈(Social & Influencer Lions) 그랑프리 수상작인 세라비(CeraVe)의 ‘마이클 세라비(Michael Cerave)’ 캠페인(Ogilvy PR, New York 뉴욕), 오디오&라디오 라이언즈(Audio & Radio Lions) 그랑프리를 받은 스펙세이버스(Specsavers)의 ‘The Misheard Version(잘못 들린 버전)’ 캠페인(Golin, London 대행), 크리에이티브 효과 라이언즈(Creative Effectiveness Lions) 그랑프리인 하인즈(Heinz)의 ‘It has to be Heinz(하인즈여야만 해)’ 캠페인(Rethink Toronto 대행)도 유머를 광고의 핵심 요소로 사용해 주목 받았다.
올해 칸에서 가장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 낸 세션은 ‘유머’를 핵심 전략으로 사용하는 브랜드 ‘리퀴드 데스(Liquid Death)’였다. 리퀴드 데스는 ‘유머’를 무기로, 저예산으로도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아이들과 임산부가 마치 맥주를 마시는 듯한 광고를 선보이는가 하면(실제로는 맥주캔처럼 디자인된 리퀴드 데스의 생수를 마시는 장면이었다), 악마와 지옥 등 생수와는 어울리지 않는 이미지를 내세우고, 리퀴드 데스에 대한 악플을 모아 음반을 내고, 할머니들이 킥복싱과 헤비메탈을 즐기는 모습을 광고에 담는 등 기발하면서도 파격적인 전략으로 전 세계적인 팬덤을 구축한 사례를 발표해 호평 받았다. 더 많은 광고들이 유머를 크리에이티브에 활용하고 있고, 유머를 활용한 광고들의 효과가 더 좋았다는 방증이다.
사람들을 웃게하라! 그러면 사람들은 그 브랜드를 좋아하고, 더 오래 기억할 것이다.
2024 칸 라이언즈 무대에 선 일론 머스크×CTO(좌)와 마크 리드 WPP 회장. ©Cannes Lions
2. 인공지능(AI) 시대, 더 인간적인 것이 승리한다(Humanity)
올해 칸 라이언즈에 제출된 작품 중 12%가 AI를 사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만큼 AI는 이미 크리에이티브 영역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내뿜고 있다. 올해 칸 라이언에서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일론 머스크(Elon Musk) X(옛 트위터) 최고 기술 책임자(Chief Technology Officer, CTO)는 무대에서 “조만간 AI가 인간의 크리에이티비티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해 업계에 충격을 던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칸에서 마주한 AI 트렌드는 기술의 놀라운 완성도나 화려함이 아닌, 아이러니하게도 ‘더 인간적인’, ‘인간을 위한’, ‘인간을 향한’ 기술이었다.
올해 칸 라이언즈에 제출된 작품 중 12%가 AI를 사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만큼 AI는 이미 크리에이티브 영역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내뿜고 있다. 올해 칸 라이언에서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일론 머스크(Elon Musk) X(옛 트위터) 최고 기술 책임자(Chief Technology Officer, CTO)는 무대에서 “조만간 AI가 인간의 크리에이티비티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해 업계에 충격을 던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칸에서 마주한 AI 트렌드는 기술의 놀라운 완성도나 화려함이 아닌, 아이러니하게도 ‘더 인간적인’, ‘인간을 위한’, ‘인간을 향한’ 기술이었다.
올해 이노베이션 라이언즈(Innovation Lions)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강지현 서비스플랜코리아 대표는 핵심 키워드로 ‘포스트휴먼 시대의 인간다움을 추구하는 것’을 꼽았다. 강지현 대표는 “새로운 기술과 AI의 발전은 우리가 더욱 인간적인 가치를 추구하도록 이끌고 있다. 인간 중심의 사고는 단순한 혁신을 넘어 더욱 깊은 차원의 혁신과 변화를 가져온다”는 평을 남겼다.
제약 라이언즈(Pharma Lions) 그랑프리 수상작인 지멘스 헬시니어스(Siemens Healthineers)의 ‘Magnetic Stories(자기장 이야기)’ 캠페인(Area 23, AN IPG Health Network Company 뉴욕 대행)은 MRI 검사 시 발생하는 불편한 소음을 AI 기술을 활용해 마법기차가 지나가는 소리, 로봇이 움직이는 소리와 같은 오디오북의 특수 효과음으로 바꿨다. 이는 MRI 검사를 두려워하는 소아환자들에게 검사 과정을 몰입감있는 새로운 경험으로 바꾼 인상적인 스토리텔링을 선사했다.
이노베이션 라이언즈(Innovation Lions) 그랑프리 수상작인 KVI 브레이브 펀드(KVI Brave Fund Inc.)의 ‘보이스 투 다이아비티스(Voice 2 Diabetes)’ 캠페인(클릭 헬스 토론토(Klick Health Toronto 대행)은 AI를 활용해 휴대전화만으로 당뇨병을 진단하는 솔루션을 선보였다. AI가 사람들의 음성에서 14가지의 핵심적인 음향 특성을 기준으로 당뇨병을 진단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캠페인은 의료기기에 대한 접근성 문제를 AI 기술로 손쉽게 해결해 누구나 당뇨를 쉽게 진단받고 치료받을 수 있게 하는 혁신을 이뤘다.
이처럼 인간 중심의 스토리텔링과 인간을 위한 의미 있는 솔루션에 초점을 맞춰 AI를 혁신적으로 사용한 캠페인들이 칸의 선택을 받았다.
코카콜라의 ‘Recycle Me’ 캠페인. ©코카콜라
3. 한 눈에 봐도 모두가 알 수 있는 것(Simplicity)
좋은 광고는 긴 설명이 필요없다. 올해는 한 눈에 봐도 모두가 바로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한 광고의 힘이 유독 크게 느껴지는 해였다.
인쇄&출판 라이언즈(Print & Publishing Lions) 그랑프리 수상작인 코카콜라(Coca-Cola)의 ‘리사이클 미(Recycle Me)’ 캠페인(오길비 뉴욕 대행)은 ‘단순함(simplicity)’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 캠페인은 코카콜라가 펼치는 ‘World Without Waste(쓰레기 없는 세상)’ 전략의 일환으로, 지속가능성은 우리 모두의 책임임을 강조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재활용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재활용을장려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코카콜라 캔 재활용 메시지를 강조하는 동시에, 찌그러져도 강력한 상징성을 유지하는 브랜드 로고의 힘을 보여줬다.
인쇄&출판 라이언즈(Print & Publishing Lions) 그랑프리 수상작인 코카콜라(Coca-Cola)의 ‘리사이클 미(Recycle Me)’ 캠페인(오길비 뉴욕 대행)은 ‘단순함(simplicity)’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 캠페인은 코카콜라가 펼치는 ‘World Without Waste(쓰레기 없는 세상)’ 전략의 일환으로, 지속가능성은 우리 모두의 책임임을 강조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재활용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재활용을장려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코카콜라 캔 재활용 메시지를 강조하는 동시에, 찌그러져도 강력한 상징성을 유지하는 브랜드 로고의 힘을 보여줬다.
해당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존 라울 포레로(John Raúl Forero) DDB 콜롬비아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hief Creative Officer, CCO)는 이 캠페인에 대해 “마지막까지 모두가 기억할 수 있을만한 작업물이었다. 정말 심플하고 상징적이며 누구에게나 기억될 광고”라고 평했다.
칸 라이언즈의 최고상으로 불리는 티타늄 라이언즈(Titanium Lions)에서 그랑프리를 받은 온라인 배달 플랫폼 도어대시(Doordash)의 ‘도어대시 올 디 애즈(Doordash-All-The-Ads)’ 캠페인(와이든+케네디, 포틀랜드(Wieden_Kennedy, Portland)대행)은 매우 단순하지만 대담한 아이디어로 올해 최고의 캠페인임을 인정 받았다. 도어대시는 2024년 슈퍼볼(Super Bowl) 광고에 나온 모든 상품을 경품으로 제공하는 캠페인을 벌였고, 도어대시가 제공하는 1813 글자의 프로모션 코드를 한 글자도 빠짐없이 정확하게 입력한 사람에게 제공하기로 했다. 그 결과, 슈퍼볼 경기에 집중되는 사람들의 관심을 도어대시 브랜드로 완벽하게 돌리며 슈퍼볼 시즌의 주인공이 됐다.
칸 라이언즈의 최고상으로 불리는 티타늄 라이언즈(Titanium Lions)에서 그랑프리를 받은 온라인 배달 플랫폼 도어대시(Doordash)의 ‘도어대시 올 디 애즈(Doordash-All-The-Ads)’ 캠페인(와이든+케네디, 포틀랜드(Wieden_Kennedy, Portland)대행)은 매우 단순하지만 대담한 아이디어로 올해 최고의 캠페인임을 인정 받았다. 도어대시는 2024년 슈퍼볼(Super Bowl) 광고에 나온 모든 상품을 경품으로 제공하는 캠페인을 벌였고, 도어대시가 제공하는 1813 글자의 프로모션 코드를 한 글자도 빠짐없이 정확하게 입력한 사람에게 제공하기로 했다. 그 결과, 슈퍼볼 경기에 집중되는 사람들의 관심을 도어대시 브랜드로 완벽하게 돌리며 슈퍼볼 시즌의 주인공이 됐다.
이 캠페인들은 광고의 단순 명료함이 오디언스에게 어떠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그들의 기억에 강력하게 각인되는 브랜드 메시지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