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감독 & 안민균 감독
왜(Why)를 만족하는 서사와 감각적인 키 컷
좋은 광고를 만드는 두 가지 방법
취재·글 송한돈 | 사진·팡고TV촬영 유희래
취재·글 송한돈 | 사진·팡고TV촬영 유희래
Q. 오 감독님의 경우 설득을 위해 많은 사전 준비가 필요할 것 같은데요. 어떻게 준비하시나요?
Q. 가장 기억에 남는 캠페인이 있다면요?
오월 감독 : 누군가에게는 다 중요한 작품이라서 대표적인 캠페인을 얘기하기 어렵지만, 개인적인 취향을 반영하자면 짐빔 하이볼 ‘즐겨봐 우리대로’ 캠페인과 비타500 ZERO ‘비타민C 가드득 피었습니다’ 캠페인이 생각나요. 두 캠페인 모두 모델로 르세라핌이 출연했는데 제가 르세라핌 팬이거든요. 연예인을 많이 보는 직업이라 연예인을 봤을 때 별 감흥이 없는 편인데 두 캠페인은 너무 설레면서 찍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결국 앨범을 사서 사인까지 받았습니다. (웃음)
Q. 촬영 현장에서는 두 분이 어떻게 다른가요?
안민균 감독 : 유일하게 저희를 모두 경험한 스텝에 따르면 “오월 감독 촬영장은 클럽 같고, 안민균 감독은 도서관 같다”라고 합니다. 오 감독은 큰 소리로 말하면서 촬영 현장의 분위기를 전체적으로 북돋아 주는 반면, 저는 모델에게 직접 가서 디렉션하거나 칭찬하는 편입니다. 조용히 귀에 대고 “올해 본 사람 중 최고라고”.
Q. 좋은 결과물이 나오기 위해 무엇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안민균 감독 : 결국 삶이 잘 유지 돼야 일에 집중할 힘이 생긴다고 믿는데요. 일을 열심히 해야 가족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고, 또 그 시간이 힘이 돼 집중해서 일을 할 수 있는 상호작용의 개념 같습니다. 그래서 쉬는 날에는 인사이트를 얻거나 찾기 위해 다른 크리에이터들의 아웃풋을 잘 보지 않게 되더라고요. 이제 8살과 갓 돌이 지난 아이들이 있는데요. 두 아이와 함께 보내는 일상이 저에겐 큰 인풋이자 인사이트입니다.
오월 감독 : 이 일은 리프레시의 싸움 같아요. 일과 라이프를 구분하려 한다지만 직업 특성상 일에 대한 생각을 떨쳐낼 수 없을뿐더러 쉬는 날도 고정적이지 않기 때문에 일이 없는 날에는 일 생각을 많이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오히려 생각을 하지 않으면 더 새롭게 볼 수 있게 되더라고요. 아직 아이는 없지만 두 강아지가 있어서 쉬는 날엔 와이프와 강아지들과 함께 시간을 보냅니다.
Q. 조감독 및 직원들에게도 리프레시를 권장하시나요?
오월 감독 : 네 물론입니다. 일이 불규칙적이어서 조감독들의 주말을 보장하기 위해 웬만한 일들은 저희가 처리하려고 해요. 심지어 만나는 사람이 있다면 미리 얘기해달라고 하고요. 중요한 기념일인데 못 가면 속상하잖아요. 속상한 마음으로 어떻게
일을 할 수 있겠어요. 제 퍼스트 조감독이 지금 출산 휴가 중인 것처럼 조감독들도 삶을 유지하면서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안민균 감독 : 좋아하지 않으면 이 일을 할 수 없어요. 삶 속에서 좋아하는 무언가가 계속 누적되어야 이 스케줄과 사이클을 버틸 수 있거든요. 그래서 조감독들에게 많이 물어봐요. 주말에는 뭐했는지, 좋아하는 영화가 무엇인지 등 집요하게 좋아하는 것에 대해 물어보고 찾을 수 있도록 사생활을 열심히 침해하고 있습니다. (웃음)
Q. 감독으로서 스스로 자신을 평가하긴 어려운데요. 오랫동안 지켜 본 두 분이 서로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안민균 감독 : 오월 감독의 결과물을 보고 “이거 왜 했어?”라고 많이 물어봐요. 그러면 “예쁘잖아, 멋있잖아”로 대답하거든요. 질문에 타협점이 없을 정도로 대답은 간단한데 실제로 만들어진 결과물은 진짜 예쁘고 멋있어요. 오 감독의 직관적인 감각
은 날이 갈수록 더욱 날카로워지고 뾰족해지는 것 같아요.
오월 감독 : 안민균 감독은 사람들과의 관계나 공감 및 이해 능력이 매우 뛰어나요. 함께한 모든 스텝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어 주는 능력은 제가 따라갈 수 없는 안 감독만의 능력입니다. 더 나아가 대행사나 클라이언트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고 결과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Q. AI를 활용한 고퀄리티의 제작물이 나오고 있는데요. 감독으로서 이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나요?
오월 감독 : AI를 활용한 아웃풋의 수준은 높아지면서 광고 업계에서 많은 직업들이 위협받고 있지만, 최후에 없어질 직업은 감독이라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뷰티 광고를 제작한다면 AI툴에게 오른쪽 얼굴 45도 각도, 턱을 강조하는 로우 앵글 등을 요구했을 때 1차원적으로 구현은 가능합니다. 하지만 살짝 찡그린 눈, 피부의 미세한 움직임에 따라 OK나 편집점이 달라지기 때문에 디테일한 감정 연출은 아직 가능하지 않아 그다지 위협적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이런 이슈 때문에 감독의 역할은 여전히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안민균 감독 : AI를 쓰냐 안 쓰느냐의 문제보다 AI보다 더 많은 상상을 할 수 있냐 없냐가 핵심이라서 저 또한 감독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해요. 하지만 AI를 활용한 아웃풋의 수준은 더 좋아질 것이기 때문에 감독의 역량으로 더 많은 상상력이 중요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Q. 많은 클라이언트가 서울밤 픽쳐스를 찾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오월 감독 : 저와 안 감독은 진짜 달라요. 연출 스타일이나 같이 일하는 스텝들, 심지어 MBTI까지. 하지만 회사 차원에서는 서로 잘하는 부분이 명확하기에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 상태가 됐어요. 저와 맞지 않아도 안 감독이 있으니, 클라이언트나 대행사 분들이 원하는 방향을 모두 찾을 수 있거든요.
Q. 캠페인에서 확인할 수 있는 두 분만이 아는 ‘이스터에그’가 있을까요?
오월 감독 :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획적인 키 컷이 아니라 이 비주얼을 보고 났을 때 감각적으로 떠오르게 하는 한 장면을 꼭 만드는데요. 주로 정면에서 대칭되는 구도를 통해 녹여냅니다.
안민균 감독 : 저는 로우 앵글 등 입체감을 선사하는 앵글을 주로 사용합니다. 사적으로는 딸아이가 좋아하는 핑크색을 사용하거나 좋아하는 음료수를 소품으로 알게 모르게 배치합니다. 그러면 딸아이가 보고 “이거 내 거 갖고 갔어?”라고 물어보기도 해요. (웃음)
Q. 두 분 감독님들의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오월 감독 : 결과물이 좋아도 스스로 만족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항상 아쉬운 부분만 눈에 보여서 TV에 제가 연출한 광고가 나오면 채널을 돌려버리기도 하는데요. 앞으로는 아쉬운 것들을 더 줄여나가는 내년이 되기를 바랍니다.
안민균 감독 : 제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광고를 만들고자 합니다. 제 광고를 보고 아이들이 자랑하고 싶은 광고를 연출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입니다. 새로운 목표가 있다면 은퇴 전에 오월 감독과 공동 연출하는 것입니다. 아마 그날이 서울밤 픽쳐스의 마지막 날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웃음)
왼) 오월감독, 오) 안민균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