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 반려가전
대홍기획 기사입력 2023.05.26 03:01 조회 2784
 글 민용준 / 영화&대중문화 칼럼니스트


반려자, 반려묘, 반려식물 등 '짝이 되는 동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진 '반려'는 인간과 유효한 관계를 맺고 있는 다 양한 생명체를 규정할 때 동원되곤 했다. 그리고 이제 반려가전의 시대다. 응? 소리가 절로 나며 새삼 디스토피아 같 은 시대를 사는 기분을 느끼는 이도 있겠지만 스마트폰을 신체 일부처럼 달고 다니는 지금, 반려가전이라는 말은 익숙하지 않을 뿐 실생활에 존재하는 개념이나 마찬가지일지도 모른다.


1인 가구 트렌드와 전자기기

지난 2022년 9월에 발간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음성인식 인공지능 기기의 대중화 가능성'에 관한 보고 서를 살펴보면 ‘인구노령화, 핵가족화, 1인 가구 증가라는 사회 트렌드 하에서 음성인식 인공지능 기기는 노령층뿐 만 아니라 독신 가구에서 반려가전으로서의 자리매김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명시돼 있다. 그러니까 인공지능 기반의 스피커를 비롯한 AI 기기가 1인 가구의 일상에서 반려가전이라는 인식으로 보편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바야흐로 1인 가구의 시대다. 통계에 따르면 1인 가구 비율은 40.3%에 달하며 2인 가구 비율도 23.9%로 2인 이 하로 구성된 가구 수가 전체의 절반을 상회한다(출처 2022 행정안전통계연보). 세대별로 봤을 때 1인 가구의 다수 를 차지하는 건 18.6%를 차지하는 70대이며 60대와 50대 그리고 30대와 20대 순으로 높은 비율을 보였다. 1인 가구에서 우위를 보이는 세대가 노인과 청년 세대로 분류되는 건 출생률 저하와 인구 노령화 현상이 가중되는 상황 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대화, 돌봄 기능을 탑재한 디바이스

이렇듯 동거인도 반려자도 없는 1인 가구가 늘어나며 이에 어울리는 서비스가 발전할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일상 적인 대화를 나누듯 음성인식 AI 스피커에게 말을 걸어보는 경험도 혼자 사는 이들에게 보다 익숙하다. 흥미로운 건 이런 경험이 AI 기기에 상대적으로 익숙할 것으로 추정되는 청년 세대보다 노년 세대에서 활발하게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앞서 언급한 보고서에 따르면 음성인식 AI 기기 이용 빈도를 묻는 질문에서 '자주 이용한다'는 응답 비율이 가장 높 은 건 70대 이상 세대로 50% 이상이 ‘그렇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난다. 심지어 30대 이후 세대부터는 연령대가 높 을수록 음성인식 AI 기기 이용 빈도가 더욱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나이가 들수록 AI 기기가 유용한 반려기기로 서 자연스럽게 삶에 틈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관련 업계에서도 이를 눈여겨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 다. 돌봄 기능이 탑재된 AI 기기가 적지 않게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파나소닉이 만든 커뮤니케이션 로봇 '니코보' 안거나 만지면 반응하며 음성으로 감정 표현 등 간단한 소통을 한다. 잠꼬대, 방귀, 눈 피하기 등으로 주인을 웃긴다.


코웨이에서 출시한 아이콘2 정수기는 48시간 이상 쓰지 않으면 자동으로 이상 감지 신호를 스마트폰 전용 앱으로 전송하는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에코백스에서 출시한 로봇청소기 디봇 T10옴니 역시 기기의 카메라를 스마트폰 앱으로 연결해 집안의 상황을 확인할 수 있으며 원하는 위치로 기기를 움직일 수 있는 무선조종 기능도 제공한다. 헬스케어 디바이스 기업 텐마인즈에서 출시한 스마트베개 모션 필로우는 사용자의 수면 상태와 건강을 체크한 데이 터를 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인격적인 반려 대상으로 진화

물론 반려가전의 쓸모를 1인 가구의 문제 해결 용도로만 국한해 규정할 필요는 없다. 나 혼자 사는 1인이라면 혼자 서도 잘 놀아야 한다. OTT를 비롯한 홈 엔터테인먼트와 연계된 산업이 빠르게 발달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 이다. 프라이빗 스크린을 표방하는 LG 스탠바이미가 27인치에 불과한 크기에 비해 90만원의 가격대임에도 젊은 세대의 구매욕을 자극한 건 어디서든 시청이 용이한 스마트 디바이스이기 때문이다. 장소 제약 없이 각도 조절이 용이한 거치대가 달린 TV는 기존의 시장에서는 발견할 수 없었던 장점이다. 그야말로 젊은 세대를 위한 반려가전인 셈 이다.


영화 <그녀(Her)> 속 인공지능 운영체제 사만다와 대화하는 주인공 테오도르 / 출처 영화 캡처


이렇듯 반려가전은 일상적인 생활 용어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도 챗GPT를 비롯한 대화형 AI 서비스 기술이 급속도로 발달하는 지금, 기술은 단지 인간의 편의를 해결하고 일상적 위험을 보조하는 기술적 반려 수준을 넘어 인격적인 반려 대상으로서 기능을 발휘할 가능성도 높다. 최근 미국에서는 유명한 여성 인플루언서가 자신의 목소리, 버릇, 성격 등을 대화형 AI 서비스에 학습시킨 뒤 이를 토대로 만든 음성 챗봇으로 유료 서비스를 출시했다. 5일 만에 1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으며 월 66억원 이상의 수익을 예상하고 있다. 스파이크 존스의 영화 <그녀>에 서 AI 음성 서비스와 사랑에 빠진 남자들의 시대가 이미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술이 인간을 반려하는 시대는 오는 것이 아니다. 반려가전과 함께하는 삶은 이미 시작됐다.

#1인가구 ·  #Ai ·  #니코보 ·  #민용준 ·  #반려가전 ·  #반려기기 ·  #음성인식 ·  #GPT ·  #챗봇 ·  #휴머노이드로봇 · 
이 기사에 대한 의견 ( 총 0개 )
2024년 광고 시장 결산 및 2025년 전망_2
 AI와 디지털이 주도하는 광고 시장 AI의 진화와 함께 KOBACO 집계기준 약 8% 성장한 디지털 광고 시장은 60%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며 전체 광고 시장의 대표 주자임을 확실히 각인시킨 해였다(그림 1). 경기 침체 속에서 AI 기술의 도입으로 타겟팅 및 효율성이 우수해진 디지털 미디어로 광고 수요가 전환되는 추세가 더욱 가속화되며 디지털 광고 시장이 전체 시장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검색 광고 시장은 AI 기술
[캠페인 하이라이트] MCC 고베식당을 이야기하다
크리에이티브 컨설팅, 실행을 담보로 할 수 있을 것인가? ‘MCC 고베식당’ 프로젝트는 둘로 나뉘어진다. 바로 컨설팅과 실행이다. 그 둘이 함께 붙어 있기에 힘을 발휘한 프로젝트였고, 또한 둘로 나뉘어 있기에 어려운 프로젝트기도 했다. 2010년 4월 27일 매일유업에서 날아든 굵직한 숙제 하나. “우유하던 우리가 카레를 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잘 할지… 총체적으로 해봐!” 그렇게 시작된 숙제는 제일기획으로서는 새로운 ‘제품 컨설팅’ 의 영역이었다. 지금 이 시점, ‘ 크리에이티브 컨설팅’이라 명명된 우리만의 USP(Unique Selling Point)가 되어가고 있지만 초기만해도 가뜩이나 압도적 독점브랜드가 있는 시장 상황 속에 제품개발도 완결되지 않은, 유통도 가격도 결정되지 않은 실로 막막한 프로젝트였다.
2024년 광고 시장 결산 및 2025년 전망_1
글 김수영 프로 | 제일기획 미디어퍼포먼스 1팀 2024년은 제자리 걸음이었던 광고 시장이 한 발자국을 내디디며 앞으로 나아가는 해였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에 따르면 2023년 0.1% 증가로 사실상 답보 상태를 보였던 국내 광고 시장 총 광고비 매출액은 2024년 전년 대비 2.8% 성장한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내·외부 경제 불확실성과 소비자 행동 변화로 방송 광고비는 -10.8% 감소로 부진했지만
[월간 2023밈] 08월 편 - 그런날 있잖아 폭룡적 더위에 미칠 것 같은 날...
HS애드 광고 완전 폭룡적이다 MZ사진 그런날 있잖아... YCC에 참가하고 싶은 그런날... 기특해 죽겠어 복복복 유병재에게 질문을
가장 트렌디한 SNS 마케팅? K-POP 아이돌을 보라!
  글 디지털솔루션3팀 장한솔 CⓔM   K-POP 아이돌에게는 사실 어느 정도의 성공 공식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지리스닝, 청량, 풋풋, 첫사랑 등 대중적으로 사랑받을 수 있는 정체성을 갖고 있는 그룹들이 성공한 사례가 많기 때문인데요. 다만 이렇게 같은 카테고리 안에서도 정체성의 가치를 뻗어 나가며 그룹색을 구축해나가는 그룹들이 있습니다. 핵심은 바로 ‘SNS와 디지털 매체를 활용한 이색 프로모션&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