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이지 캐주얼 브랜드 ‘뱅뱅’이 올해로 40주년을 맞았다. 긴 세월 동안 스테디셀링 브랜드로 고객과 교감해온 뱅뱅. 40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F/W 시즌 광고는 귀에 익은 추억의 뱅뱅 송과 함께 돌아왔다.
글 ㅣ 황범상 (크리에이티브 솔루션 2팀 부장)
만약 당신이 뱅뱅을 그냥 올드한 청바지 브랜드로만 기억하고 있다면 당신은 뱅뱅에 대해 모르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뱅뱅을 이지 캐주얼 No.1 브랜드로 알고 있다면 당신은 뱅뱅을 반 정도는 알고 있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뱅뱅은 올해로 40주년을 맞이한 브랜드이고, ‘우리나라 젊은이도 외국인처럼 편하고 멋진 청바지를 합리적인 가격에 입었으면 좋겠다’는 창업주의 생각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지 캐주얼 No.1 브랜드라는 사실을 안다면 당신은 뱅뱅을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다. 이번 뱅뱅 광고는 이렇게 뱅뱅을 제대로 알아가는 과정에서부터 시작됐다.
뱅뱅 송의 부활
뱅뱅의 40주년을 기념하며 오랜 시간 믿고 함께해준 고객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고자 한 이번 광고. 기존 뱅뱅 광고의 톤 앤 매너를 이어가는 ‘뱅뱅다움’과 지금까지와 다른 새로움을 보여주고자 한 ‘뱅뱅답지 않음’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던 끝에 배우 박중훈이 불렀던 뱅뱅의 유명한 CM송을 리메이크하고, 광고모델 이민호와 한지혜가 여러 비보이와 함께 춤을 추는 안으로 결정됐다. 거기서 또 다른 고민이 시작됐다.
“빛나는~아침 햇살에~”로 시작해 “가자! 젊음이여! 뱅뱅!”으로 마무리 되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보고 흥얼거렸을, 하지만 가사부터 리듬까지 지금의 가요 트렌드와는 너무 맞지 않는, 뱅뱅 송을 어떻게 할 것인가?
2006년 조성모가 뱅뱅 송을 록 버전으로 리메이크해 부른 적이 있다. 뱅뱅이 점점 올드 브랜드화되기에 이번에도 힙합이든 댄스든 다른 버전으로 리메이크하자는 얘기가 오갔지만, 결국엔 이지 캐주얼 시장의 No.1 브랜드답게 정면 승부하기로 했다. 가사와 리듬은 그대로 유지하고 편곡만 바꾸기로 한 것. 그리고 노래는 힙합 듀오 리쌍의 단골 피처링으로 20대에 익숙한 ‘정인’이 부르기로 했다. 이렇게 올 하반기 뱅뱅 광고는 결정됐고 마지막 촬영만 남았다.
폭우와 무더위, 촬영 현장의 불청객
홍대 앞 골목, 예쁜 카페, 한강공원 등으로 결정된 로케이션. 하지만 복병은 올여름 우리나라를 끊임없이 괴롭힌 갑작스러운 폭우와 변덕스러운 날씨. 기상청에 하루가 멀다 하고 확인 전화를 한 끝에 촬영 날짜를 잡았지만, 촬영 전전날 폭우가 쏟아지고 촬영 당일도 아침부터 날씨가 심상찮았다.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실내 촬영을 마치고 한강공원에서 촬영을 시작하려는데, 한두 방울씩 빗방울이 떨어졌다. 조명을 켜고 더 찍어보려고 했으나 결국 촬영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됐다. 뱅뱅 모델인 이민호가 워낙 톱스타인 데다 한지혜는 결혼을 앞둔 상황이어서 둘의 스케줄을 잡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하루 앞을 알 수 없는 날씨 탓에 하늘이 원망스럽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었다. 일주일을 더 준비하고 다시 추가 촬영을 하는 날, 비가 올 때를 대비해 세트장을 미리 준비하고 세트장에서 가까운 로케이션을 확보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그러나 두 번째 촬영에도 예상 외의 복병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태양! 패션 광고의 특성상 한여름이지만 가을 후드 티와 겨울 패딩 점퍼를 입고 촬영해야 하는 데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춤까지 춰야 하는 상황이었으니 모델들의 한숨 소리가 길게 이어졌다.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처럼 평소에도 왕 대접 받고 살 것만 같은 이민호지만 찌는 듯한 더위에도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았고 한지혜 역시 예비 신부답게 환한 웃음을 잃지 않고 적극적으로 촬영에 임해 더운 날 함께 고생한 촬영 스태프, 광고주에
게 큰 활력소가 됐다.
홍대 앞 골목, 예쁜 카페 등의 로케이션 촬영 장소에서 예쁜 그림을 카메라에 담았다
누가 입어도 편안한 뱅뱅의 가치
세상에 그 어떤 브랜드가 죽어 있다고 할 수 있겠느냐만 패션브랜드는 정말 펄떡펄떡 살아 숨 쉬는 듯한 느낌이다. 나를 감싸주고 나를 포장하고 나를 표현하는 모든 것. 패션 브랜드가 살아 있지 못하면, 그 브랜드만의 개성-디자인뿐만 아니라 옷감, 재질, 편안함 등을 두루 갖춘-을 갖고 있지 못하면 그 옷을 입고 있는 나 역시 남들과 비슷비슷하고 그저 그런 존재로만 여겨질 것이다. 그래서일까? 패션광고를 보면 남들보다 더 강한 자극을 찾아 헤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최근 SPA 브랜드가 강세를 띠며 그런 분위기는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런 측면에서 보면 뱅뱅은 40년이란 오랜 시간동안 끊임없이 사랑받아온 패션계의 형님 같은 브랜드다. 다른 브랜드보다 여유롭고 조바심 내지 않는다. 익숙하고 누가 입어도 편안하다. 이런 넉넉함이 이지 캐주얼 시장의 1등 자리를 내주지 않는 뱅뱅만의 독특한 개성일 것이다. 더불어 뱅뱅의 40주년이란 테마는 광고주의 의지도 움직이는 듯하다. TV광고 일변도로 진행된 뱅뱅의 대고객 커머셜 활동이 40주년을 맞은 올해, 의미 있는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지난 5월에는 ‘40주년 기념 티셔츠 공모전’을 진행해 소비자의 큰 호응을 얻었는데, 이는 뱅뱅의 ‘편안함’이라는 속성과 소비자 간 소통의 결과였다. 그리고 최근 ‘40주년 사랑의 바자회’ 프로모션까지 광고주의 의지를 적극 반영해 ‘기아대책’이란 공익 단체와 기획하고 있다니, 뱅뱅의 커머셜은 조금씩 다양한 형태로 소비자와 호흡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과 광고주의 열린 마인드는 이번 광고 제작 과정에서도 짙게 드러난다. 특히 뱅뱅의 창업주인 고령의 회장님이 직접 현장에 나와, 촬영 스태프를 격려하는 모습이 훈훈함을 더했다. 40℃에 육박하는 높은 기온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편안한 웃음으로 칭찬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회장님을 보면서, ‘뱅뱅 브랜드의 저력이란 이런 열린 생각에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뱅뱅은 패션 업계의 터줏대감으로서, 40년 동안 고객들과 함께하며 그 가치를 함께 나누고, IMF 위기에서도 굳건히 버틴 장수 기업이다. 이 사실만으로도 뱅뱅이 지닌 가치는 높이 평가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광고를 현장에서 직접 진행하고 온에어하며, 한 가지 결심한 것이 있다. 앞으로도 오랜 파트너로서 뱅뱅이 더 젊고 생기 넘치는 브랜드가 되는 길에, 든든한 조력자가 돼야겠다는 다짐이다. 내년 캠페인이 벌써부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