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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오전, 와이프는 마루에 퍼질러 앉아 대한민국 주거환경에 대해 한탄하고 있으며, 지금쯤 회사 책상에 앉아 있어야 할 나는 한 시간째 변기와 씨름하고 있다. 누군가 연출한 부조리극의 한 장면 같은 풍경. 자세히 알고 싶진 않겠지만 약 45분 전에 화장실에서 들려온 마눌님의 단말마 같은 소리에 출근 준비를 멈춘 나는 굳이 문을 열지 않겠다는 그녀를 어르고 달래서 화장실 진입에 성공, 소화불량에 걸린 좌변기에 30분 넘게 펌프질을 하고 있다.
부끄러움과 미안함이 섞인 절세의 변비녀의 푸념과 구경이라도 난 듯 들락날락하는 둘째의 어수선함이 슬슬 짜증으로 변할 즈음, 심해의 흰 수염고래 같은 울음소리와 함께 말끔하게 드러난 변기의 바닥에는 기역자 모양의 무언가가 있었다. 자세히 보니 며칠 전부터 행방을 감춘 둘째 아이의 숟가락 아니던가?
아내는 눈을 부라리며 둘째 아이를 쳐다보고, 원인 제공자인 그녀석은 모르겠단 표정으로 얄밉게도 웃고 있지만 나는 구부러진 숟가락을 집게로 들어올린 채 묘한 희열을 맛보고 있었다. 섹시한 배관공을 바라보는 듯한 와이프가 건넨 물 한 모금을 들이키며 ‘그래, 너희들은 열심히 살아라. 막힌 건 내가 다 뚫어주마’라고 다짐하며 분투한 만큼 성취감을 만끽했던 수요일의 지각사유. 막히면 누군가는 뚫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뚫어야 산다는 앞의 이야기를 그대로 이어받아 이젠 야구 이야기로 넘어가 보련다. 밸런스의 과학, 작전의 맞대결, 심리전의 중요성 등 야구의 매력은 끝이 없다. 내 아내를 포함한 어떤 이들은 야구라는 게임 자체가 너무 복잡하고 ‘자잘’하다는 이유로 싫어하지만 다른 이들은 그 정교함 때문에 야구 예찬론자가 되기도 한다. 그런 야구에서 홈런을 공격의 절정이라면, 1번 타자의 출루는 목구멍이 살살 간지러워지는 짜릿함의 시작이다. 홈런 타자는 팬들의 사랑을 받지만 센스 넘치는 1번 타자는 팀의 사랑을 받는다고 하지 않는가? 이참에 1루에 진출한 1번 타자의 효용성을 딱 다섯 가지만 들어보겠다.
첫 번째, 발빠른 1루 주자는 투수와 포수의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두 번째, 우수한 1루 주자일수록 1루수와 2루수 그리고 유격수를 베이스에 가깝게 붙여놓는다. 이 몇 센티미터의 차이가 평범한 땅볼 타구를 외야로 빠져나가게 한다. 세 번째, 유능한 주자는 공격의 효율성을 높인다. 똑같은 안타로도 득점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네 번째, 상대 수비를 뒤흔들어놓는다. 야수들은 송구를 서둘러야 하며 땅볼 처리할때도 맘이 조급해진다. 포수의 악송구도 자주 생긴다. 어쩌다 한두번 나오는 이런 결정적 실수에 상대팀은 무너지는 법이다.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 1번 타자의 과감한 플레이는 공격적인 의욕을 팀 전체에 불어넣어 동료들이 더욱 열심히 게임에 임하게 만든다.
한 명의 주자를 놓고도 이렇게 다양한 분석이 나오는 게 야구다. 아홉 명의 팀스피릿도 중요하지만 때때론 그 9 명을 능가하는 한 명의 영웅에 대해서도 비교적 관대한 게임인 야구를 보고 있노라면 내가 몸담고 있는 이 팀도 인원만 다른 야구팀과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난관에 봉착한 회의를 단번에 쫑낼 빅 아이디어 주인공의 출현을 기대하지만 홈런은 그리 쉽게 나오지 않으니 답답할 노릇, 점차 침묵이 차올라 회의실이 숨 막히려는 순간에 누군가는 마개를 열어 활로를 뚫어줘야 우리가 산다.
내가 홈런을 칠 수 없다면 뒤에 나올 강타자를 위해서 나는 죽어라 1 루로 달려가야 하며 그에게 조그만 단초라도 줄 수 있도록 그 가능성을 부여잡고 애써야 하지 않은가? 그 ‘뚫림’의 시작이 아침에 먹은 반찬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고 변기 속에서 끄집어낸 숟가락 이야기일 수도 있다.
모두 팀에 속한 이상, 그 안에서 일정한 역할을 맡고 있는데 그 역할이 누군가로부터 부여받은 것일 수도, 혹을 세월을 쌓아가며 스스로 부여한 자리매김일 수도 있다. 그 자리매김이 한 가지에 고정되어 있다고 생각한 사람이 많을수록 팀은 탄력을 잃어버린다. 내겐 ‘설레발’이라 생각되어도 남에게는 전혀 생각지 못한 계기를 만들어 줄 수도 있는 법이다. 1번 타자가 1루에 있어야 더그아웃은 술렁이고 승리의 싹은 움찔거린다. 그래야기적 같은 9회말 굿바이 홈런이 나오는 거다!
부끄러움과 미안함이 섞인 절세의 변비녀의 푸념과 구경이라도 난 듯 들락날락하는 둘째의 어수선함이 슬슬 짜증으로 변할 즈음, 심해의 흰 수염고래 같은 울음소리와 함께 말끔하게 드러난 변기의 바닥에는 기역자 모양의 무언가가 있었다. 자세히 보니 며칠 전부터 행방을 감춘 둘째 아이의 숟가락 아니던가?
아내는 눈을 부라리며 둘째 아이를 쳐다보고, 원인 제공자인 그녀석은 모르겠단 표정으로 얄밉게도 웃고 있지만 나는 구부러진 숟가락을 집게로 들어올린 채 묘한 희열을 맛보고 있었다. 섹시한 배관공을 바라보는 듯한 와이프가 건넨 물 한 모금을 들이키며 ‘그래, 너희들은 열심히 살아라. 막힌 건 내가 다 뚫어주마’라고 다짐하며 분투한 만큼 성취감을 만끽했던 수요일의 지각사유. 막히면 누군가는 뚫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뚫어야 산다는 앞의 이야기를 그대로 이어받아 이젠 야구 이야기로 넘어가 보련다. 밸런스의 과학, 작전의 맞대결, 심리전의 중요성 등 야구의 매력은 끝이 없다. 내 아내를 포함한 어떤 이들은 야구라는 게임 자체가 너무 복잡하고 ‘자잘’하다는 이유로 싫어하지만 다른 이들은 그 정교함 때문에 야구 예찬론자가 되기도 한다. 그런 야구에서 홈런을 공격의 절정이라면, 1번 타자의 출루는 목구멍이 살살 간지러워지는 짜릿함의 시작이다. 홈런 타자는 팬들의 사랑을 받지만 센스 넘치는 1번 타자는 팀의 사랑을 받는다고 하지 않는가? 이참에 1루에 진출한 1번 타자의 효용성을 딱 다섯 가지만 들어보겠다.
첫 번째, 발빠른 1루 주자는 투수와 포수의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두 번째, 우수한 1루 주자일수록 1루수와 2루수 그리고 유격수를 베이스에 가깝게 붙여놓는다. 이 몇 센티미터의 차이가 평범한 땅볼 타구를 외야로 빠져나가게 한다. 세 번째, 유능한 주자는 공격의 효율성을 높인다. 똑같은 안타로도 득점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네 번째, 상대 수비를 뒤흔들어놓는다. 야수들은 송구를 서둘러야 하며 땅볼 처리할때도 맘이 조급해진다. 포수의 악송구도 자주 생긴다. 어쩌다 한두번 나오는 이런 결정적 실수에 상대팀은 무너지는 법이다.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 1번 타자의 과감한 플레이는 공격적인 의욕을 팀 전체에 불어넣어 동료들이 더욱 열심히 게임에 임하게 만든다.
한 명의 주자를 놓고도 이렇게 다양한 분석이 나오는 게 야구다. 아홉 명의 팀스피릿도 중요하지만 때때론 그 9 명을 능가하는 한 명의 영웅에 대해서도 비교적 관대한 게임인 야구를 보고 있노라면 내가 몸담고 있는 이 팀도 인원만 다른 야구팀과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난관에 봉착한 회의를 단번에 쫑낼 빅 아이디어 주인공의 출현을 기대하지만 홈런은 그리 쉽게 나오지 않으니 답답할 노릇, 점차 침묵이 차올라 회의실이 숨 막히려는 순간에 누군가는 마개를 열어 활로를 뚫어줘야 우리가 산다.
내가 홈런을 칠 수 없다면 뒤에 나올 강타자를 위해서 나는 죽어라 1 루로 달려가야 하며 그에게 조그만 단초라도 줄 수 있도록 그 가능성을 부여잡고 애써야 하지 않은가? 그 ‘뚫림’의 시작이 아침에 먹은 반찬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고 변기 속에서 끄집어낸 숟가락 이야기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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