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지영 | 제일커뮤니케이션연구소 차장 jy0825.hong@cheil.com
지난 2월, 제일기획은 1986년부터 매년 실시된 전국 규모의 소비자 조사 ACR(Annual Consumer Research)로 축적된 소비자 DB를 활용한‘1998 ~2008 대한민국소비자보고서’를 출간했다. 제2의 IMF기라 불리는 불황의 한 가운데에서 포스트 불황을 대비해야 하는 마케터들에게, 불황기와 나아가 불황 극복 후에 나타날 대한민국 소비자 변화상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자료가 되지 않을까 한다.
‘1998 ~ 2008 대한민국소비자보고서’는 IMF 이후 10여 년간의 대한민국 소비자의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16개 상품 카테고리 88개 상품에 걸친 대한민국 소비자의 구매 및 이용 행태 변화를 총 여섯편으로 나눠 구성했다.
Anxiety Tuning - 대한민국 소비자, 불황 민감성 체질로 변해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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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IMF 구제 금융 신청과 함께 한강의 기적을 일구어 낸 자부심은 산산조각이 났고, 재벌 구조 조정, 은행 합병 등 대마불사의 신화가 무참히 깨지면서 평생직장의 신화는 사라졌다. 1999년을 기점으로 고용의 안정성에 대한 기대는 깨어지기 시작했다(그림 1).
대량 실업 사태를 겪으면서 찾아온 평생 직장에 대한 믿음의 상실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개인 경쟁력에 대한 중요성을 부각시켰으며 이는 자기 개발, 자녀교육을 위한 소비의 증대를 초래했다. 교육에 대한 관심은 1999년을 기점으로 가파르게 상승했고,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 사교육이 필요하다는 인식도 꾸준히 증가했다(그림 2).
한편, 심화되는 국내외 경제와 사회에 대한 불안,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돈에 대한 관심은 부쩍 높아졌다. 재산증식을 위해 다소의 위험은 감내해야 한다는 인식과 함께, 재산증식이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개인문제라고 응답하는 경우 도 증가하였다. 반면 노후를 위해 구체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는 응답은 최근 급속히 감소하여 노후에 대한 불안감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그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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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ionship Tuning - 가족은 중요하나 Cool한 것이 좋다
경제?사회?정치 전반에 걸친 혼돈,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대한민국 소비자를 지켜준 것은 가족이었다. 내 인생에서 가족이 제일 중요하다는 응답은 꾸준히 증가하였고, 특히 13~24세에서 긍정률이 큰 폭으로 증가해 가족 가치에 대한 세대간의 차이가 줄어 드는 현상을 보여주었다(그림 4).
그러나, 지난 10년간 이상적인 가족이 무엇인가에 대한 개념은 서서히 변화했다. 오랫동안 우리의 의식을 지배했고 의무와 규범으로 우리를 구속했던 가부장제, 남아선호, 수직적 규범은 서서히 깨어져왔다. 핵가족화의 진행과 함께 부모님은 장남이 모셔야 한다는 전통적 가족관계에 대한 가치관, 아들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인식상의 남아 선호 사상은 지속적으로 약화가 되었다(그림 5).
이와 같은 가부장제 및 남아선호 사상의 완화와 함께, 여성의 행복은 남편에게 달려있다는 인식 또한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그림 6). Responsibility Tuning - 함께 사는 세상, 책임의식도 함께해야 한다 1998 금모으기 열풍, 2002 월드컵 축제, 2002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사망 반미시위, 2004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2007 자원봉사로 만들어진 태안반도의 기적, 2008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 IMF 이후 10여 년은 한강의 기적을 이룰 때의 경제 성장만큼이나 빠르게 시민 참여사회로의 진입이 급속도로 진행된 시기였다.
침묵하는 군중 대신 자기의 의견을 활발하게 개진하고 의사표현을 하는 열정(Passion), 참여(Participation) 시대로의 진입이었고, 더불어 소비자의 권리를 찾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묻는 적극적 소비자로의 변화가 수반된 시기였다. 상품 광고뿐 아니라 기업광고에 대한 주목도가 꾸준히 증가하였고(그림 7), 동시에 기업의 잘잘못에 대한 뉴스가 기업 이미지에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이 크게 증가하였으며, 기업의 사회 공헌 활동이 기업 윤리성을 판단하는 조건이 된다는 인식 또한 증가하였다(그림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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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go Tuning - 과감한 자기 표현과 주변 시선간의 아슬아슬한 경계 밟기
지난 10여 년 대한민국 소비자들은 자기 표현과 개성 추구에 더욱 과감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1998년 30%의 조사 응답자만이 나와 또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보면 그 옷이 입기 싫어진다고 응답한 반면, 2008년 응답률은 43%로 증가하였고, 유행에 민감하지 않은 무난한 옷을 주로 산다는 응답과 디자인이 좋은 옷보다는 활동하기 편한 옷을 즐겨 입는다는 응답은 꾸준한 감소를 보여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인식이 높아졌음을 보여주었다(그림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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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lity Tuning - Well being! 그러나 현실의 벽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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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위해 영양제나 보약, 건강식품을 복용하거나 정기적으로 운동을 한다는 응답은 또한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그림 14).
그러나, 사회 전체적으로 높아진 건강과 웰빙에 대한 관심에도 불구하고 생활속에서의 실천 증가 속도는 더뎌, 영양제?보약?건강식품 복용률은 2008년 22%, 정기적인 운동을 한다는 응답률은 28%에 그쳐서 웰빙을 실천하는 것의 현실적 어려움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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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der Tuning - 경계 넘나들기, 그러나 편안하게!
지난 10년은 디지털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대세로 정착된 시기였다. 디지털 흐름을 주도하는 이동 통신기기, 인터넷 서비스, 노트북 등이 히트상품에 다수포함되었고 디지털 라이프스타일이 일상화되었다. 디지털 소비자는 정보의 소비를 넘어 생산자의 대열에 참여하게 되었고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정보의 이동 속도는 글로벌 동시성의 시대를 이끈 동인이 되었다.
2000년 23%에 불과했던 인터넷이 생활의 중요한 일부라는 인식은 2007년 46%로 증가했고, 인터넷을 통한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정보 접촉비율은 1998년 7%에서 2008년 46%로 급속히 증가하였다(그림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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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리스트가 최적의 소리를 내기 위해 기타 줄을 조율하듯이 대한민국 소비자는 빠르게 변화한 지난 IMF 이후 10여 년 동안 끊임없는 가치의 조율을 통해 최적의 합일점을 찾고자 했다. 즉, 전통과 합리, 오늘과 내일, 나와 사회, 개성과 주변 시선, 양과 질, 물리적?관습적 경계와 무한 정보 사이에서 끊임없이 조율하며 좀 더 나은 삶을 만들어 가고자 했다.
이렇듯 충돌하는 가치 속에서 균형점을 찾아가고자 했던 대한민국 소비자들 앞에 다가올 또 다른 10년, 어떠한 가치들이 충돌할 지, 그리고 그 가치들 사이에서 우리 소비자들이 추구하고자 하는균형점은 무엇일지 무척 흥미진진한 궁금증을 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