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발탄우선 모델 에이전시를 통해 국내항공사 스튜어디스 모델 후보 파악을 의뢰했다.그러나 현직 스튜어디스 파악은 힘들다는 반응. 혹시나 하여 몇 개 에이전시에 연락을 취하여 놓고 있던 중, 뜻밖에도 며칠만에 수십 명 분의 파일이 모였다. 쾌재를 부르며 후보들의 사진 자료를 검토해보니 이게 왠일, 우리나라 미녀들은 모두 항공사에 모여 있었는지 미인 대회 후보감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러나 들뜬 기분도 잠시. 돌다리를 두드리는 마음으로 이들 미인들의 소속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협조 공문을 준비하다 보니 스튜어디스의 경우 회사 이미지를 대표하기 때문에 CF 출연에 대한 규제가 까다롭다는 정보를 입수하게 되었다. 그래도 물러설 수는 없었다. 깔끔하고 정중하게 공문을 작성하여 두 항공사를 차례로 방문했지만, 결과는 NO. 내규상 어쩔 수 없이 출연 불가하다는 협조 불가 통보만 들려왔다.지금까지의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듯했다.
여기도 IMF눈앞이 막막했다. 다른 길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모델 찾는 작업을 다시 시작했다.우리나라에 취항하는 수십여 개의 항공사 스튜어디스를 대상으로 모델 물색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외국계 항공사의 경우 국내 출신 스튜어디스의 수가 절대적으로 적었다. 그나마 운항 중인 인원이 대부분이었고 어렵사리 만나 보아도 우리가 찾는 분위기를 아니었다. 참고로, 이번에 알게 된 일이지만, 미모로만 본다면 우리나라 항공사 스튜어디스들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 외국계 항공사의 경우 용모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 듯했으며, 40~50대 아줌마 스튜어디스들이 과반수를 차지했다. 설상가상 IMF로 출항이 줄어든 탓에 상당수 항공사가 운항을 중지하고 본국으로 철수하여 모델 찾기는 더더욱 힘들었다. IMF한파를 또 한번 피부로 실감한 순간이었다.
공항을 덮쳐라!시간은 자꾸 흐르고, 적임자는 찾을 수 없고... 초조한 끝에 우리는 특수 작전을 전개하기로 했다. 현장에 직접 나가서 들어오고 나가는 스튜어디스를 직접 확인하기로 한 것이다. 현장에서 모델 서칭을 하기로 하고 광고 제작진과 함께 김포공항으로 나갔다. 입국장에서 카트를 밀며 나오는 스튜어디스를 향해 여러개의 시선이 고정되었다가는 또 옮겨지고 했다. 수상한 남자 (광고 제작진)들이 스튜어디스의 꽁무니를 열심히 쫓으며 눈빛을 번뜩이자 눈이 마주친 스튜어디스들이 황급히 공항을 빠져나갔다. 기분이 묘했다.공항 경비대들도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같은 자리에 몇 시간이나 죽치고 서서는 지나가는 여승무원들을 바라보는 우리 일행이 수상쩍기 그지없다는 표정으로 경계의 눈초리를 늦추지 않았다. 우린 완전히 신종 인신매매단 취급을 받고야 말았다. 저녁 때까지 6시간을 공항에 대기했다. 별반 수확은 없었다. 어렵사리 인터뷰를 한 7명의 여승무원들도 캠코더로 본 모습은 아니었다. 결국 적임자는 찾지 못했다. 눈물을 머금고 우리는 공항을 철수했다. 철수!
심봤다외국 항공사 뒤지기 6일째. 국내에 있는 외국 항공사의 인사대장은 거의 입수하여 샅샅이 뒤졌다. 괜찮다 싶으면 한국말을 거의 못하는 교포이거나, 피부가 가무잡잡하여 식물나라 이미지와는 맞지 않았다. 또 운항 중이거나 항공사의 반대로 만나볼 수조차 없었다. 우리도 모델 에이전시도 지칠대로 지쳤다. 급기야 모델을 여대생으로 바꾸자는 의견을 내놓고 회의를 하고 있는 순간, S 모델 에이전시의 김실장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찾았어요” 잔뜩 흥분한 목소리가 외마디로 터져나왔다. 한 항공사에서 추천한 스튜어디스를 비행기에서 내리기 무섭게 찾아가 만나 본 결과 만족스러운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말레이시아항공 정광진씨. 직접 만나보지는 않았지만 느낌이 좋았다. 준수한 용모와 세련된 매너. 목소리에도 윤기가 흘렀고 지적인 인상이었다. 간단한 연기를 주문하자 너무 능숙했다. 부드러운 미소와 유연한 화술. 고객을 위해서는 꼭 갖추어야 할 요건이라는 정광진 씨의 야무진 대답. “심봤다! 드디어 찾았구나.” 안도의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이렇게 또 한사람의 식물나라 모델은 탄생했다. 아직도 생생한 전화선을 타고 울리는 김 실장의 떨리는 목소리. “찾았습니다” 우리가 그토록 애타게 찾아 헤메던 모델을 마침내 찾았고, 애써 만든 광고가 제품과 함께 높이 높이 뜨기를 고대한다. -제일제당 홈페이지 CF란에서 퍼왔습니다. 컨셉에 맞는 모델찾기가 이렇게 힘들다니.. 광고인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냅니다.
식물나라, 스튜어디스를 찾아라
식물나라 ·
스튜어디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