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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브랜드와 마이너 컬처의 즐거운 동행
명품 하우스는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 것뿐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찾기 위해 과감한 도전을 끊임없이 시도한다. 빅 브랜드와 언더적 성향을 지닌 아티스트나 사진가와의 협동 작업도 그 노력 중 하나다.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는 패션 트렌드 속에서 끊임없이 이슈를 창출해내거나 타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빅 브랜드들은 순수하고 개성 넘치는 아티스트들의 ‘지금’에 힘입어 젊음을 수혈받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지금 빅 브랜드들의 마케터들은 파리의 샹젤리제가 아니라 베를린의 지하 클럽이나 뉴욕의 뒷골목에서 천재적이지만 아직은 유명하지 않은 아티스트들을 찾아 헤맨다. 그들이 바로 경쟁자에게 들키기 전에 확보해야 할, 미래를 위한 선투자종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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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식 팝아트로 전 세계를 사로잡은 무라카미다카시가 시작점이었던 듯싶다. 물론 그 이전에도 빅 브랜드의 마이너 컬처 전략은 존재했을 거다. 하지만 내가 알고, 당신이 기억하는, 그리고 패션 역사상 상징적인 최초의 협업은 루이 비통과 무라카미의 그것이라 장담한다. 루이 비통의 이런 행보는 명품 브랜드는 낡고 고루한, 나이 든 어른들만이 사랑하는 브랜드일 거란 편견을 멀리 던져버리게 했다. 이런 시도 덕분이었을까. 루이 비통은 시장에서 1등을 지켜가고, 구매력 있는 계층들에게 새로운 문화를 소개하는 선구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2011/2012 F/W에서도 예외 없이 루이 비통은 아티스트 프랑수아 카디에와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완성해냈다. 러시아와 일본으로의 모험을 선보였던 지난 시즌에 이어, 루이 비통의 새로운 종착지는 베를린. 1960년생인 벨기에 아티스트 프랑수아 카디에는 사진작가이자 핸드메이드 콜라주의 대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명품 하우스가 섣불리 손을 내밀기엔 파격적인 성향이 농후하다. 하지만 루이 비통은 프랑수아 카디에에게 그만의 특별한 시각을 통한 아름다움을 표현해줄 것을 요청했다.
특별한 기운을 간직한 도시인 베를린은 루이 비통의 새로운 에덴 실크 스카프 디자인의 영감이 되었고, 이 매혹적인 도시가 전달하는 거리미술은 시적인 아름다움으로 표현됐다. 프랑수아 카디에의 작품이 담긴 스카프는 마크 제이콥스의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클래식의 혁명이라 말해도 좋을 혁신적인 디자인과 표현방식으로 마무리됐다. 스카프, 스톨, 숄이 옷 위에서 자유롭게 연출되면서, 새로운 스타일링 방식을 창조해낸 것. 팝적인 요소에서 여행의 시적 낭만에 이르기까지, 루이 비통과 프랑수아의 협업은 이렇게 완벽하게 완성됐다. 꽤 만족스럽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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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하우스와 조금은 괴리감이 있다고 느껴지는 아티스트나 뮤지션, 그리고 포토그래퍼와의 콜라보레이션만이 존재하는 건 아니다. 루이 비통은 인피니티의 콘셉트 자동차인 에센스를 만드는 데 일조했고, 얼마 전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는 프라다와 함께 제네시스 프라다 한정판을 출시했다.
앞서 언급한 브랜드, 그러니까 명품과 명차라는 무난히 연결되는 퍼즐은 아니지만 제 짝을 만난 듯 어울리는 도전에 구찌가 뛰어들었다. 올해 초, 2011년 2월 23일 밀라노에서 이탈리아 통일 150주년과 구찌 창립 9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구찌와 피아트가 만났다. 피아트는 대중적인 이탈리아 브랜드로 구찌와 연결 고리를 찾기엔 조금 어폐가 있는 대중적인 자동차 브랜드이지만 피아트 500이란 클래식한 소형차를 꾸미는 데 구찌가 함께한 건 꽤 반가운 소식이었다.
맞춤 제작한 ‘500 by Gucci’ 스페셜 에디션 작업에는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프리다 지아니니가 참여했다. 프리다 지아니니는 “1950년대에 처음 선보인 피아트 500은 당시 자동차 스타일의 혁명이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피아트 500은 곧 당시의 사람들에게 머스트-해브 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구찌오 구찌가 가죽 트렁크, 슈트케이스, 핸드백을 만드는 회사를 1921년에 창립한 이후로 스타일리시한 여행은 구찌 브랜드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라포 엘칸이 이 특별한 콜라보레이션을 제안했을 때, 저는 구찌의 90주년을 맞이해, 모던 트래블 스타일을 새롭게 정의하는 데 이보다 더 완벽한 기회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란 말을 남겼다. 세계적인 스타일 아이콘으로 인정받는 피아트의 라포 엘칸의 제안이 있긴 했지만, 전통의 구찌가 젊은이들 취향의 모던 트래블 스타일이란 영역에 뛰어들었다는 건 남다른 의미가 있다. 명품 브랜드들은 시간과의 싸움에서 승자로 남아야만 쟁취할 수 있는 역사라는 든든한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트렌디한 브랜드가 되기 위해선 매번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한다는 숙명도 동시에 짊어지고 있다.
새로운 구매층을 브랜드로 흡수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 피아트와 구찌의 협업은 그래서 더 반갑고, 긍정적이다. 글로시 펄 글래스 페인트의 블랙, 화이트 2가지 컬러로 선보이는 500 by Gucci는 신고전주의 흑백 영화 속에 나올 것만 같은 모습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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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빠 선물 목록 1호가 라코스테 피케셔츠였다. 폴로나 빈폴은 라코스테에 비해 너무 젊은 브랜드란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에 선택은 언제나 라코스테. 브랜드의 이미지 변신은 지극히 험난한 과정을 수반한다. 자칫 잘못하면, 새로운 고객은 고사하고, 기존 고객들까지 잃을 수 있는 위험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몇 해 전부터 라코스테는 연령대를 하향 조정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건 기존 이미지를 완벽히 버리기 위한 새로운 광고 캠페인을 진행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하늘 위를 점프하고 있는 남녀 모델들의 광고가 기억나나? 그 사진은 노골적이고 적나라한 사진 촬영을 하기로 유명한 테리 리처드슨의 작업물이다. 이때부터 라코스테에 젊음의 분위기가 조금씩 담기기 시작했고, 차츰 얼굴에 주름 없는 어린 친구들을 매장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 시즌 ‘라코스테 라이브’라는 홍대 클럽에서도 환영받을 만한 새로운 라이브(L!ve) 라인을 출시했다. 2009년 젊은 패션 감성의 레드(RED!) 라인에 이어 라코스테 라이브는 독특함, 차별성, 아이덴티티를 강조하는 느낌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라코스테 라이브는 브랜드 헤리티지를 존중하면서 의류와 신발을 강조한 제품군으로 긍정적인 사고, 활동성을 강조하는 새로운 라인이다. 라코스테 라이브에서는 패션에 음악성을 가미하는 것과 같은 문화적인 트렌드가 중요한 요소이다. 한편, 이에 따라 라코스테 라이브의 캠페인 비주얼은 파티 사진으로 유명한 코브라 스네이크의 포토그래퍼 마크 헌터가 맡았다. 라코스테 라이브가 보여주는 패션과 음악을 중심으로 한 트렌디하고 힙한 라이프스타일과 가장 밀접한 아티스트인 마크 헌터가 활기찬 비주얼로 라코스테 라이브의 캠페인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더욱 주목할만 한 점은 모든 광고 캠페인에 등장한 모델들이 전문 패션모델이 아닌 리얼 파티 피플이라는 것. 그는 직접 파리의 클럽 등을 돌아다니며 이번 광고 캠페인을 위한 파티 피플들을 찾아내 더욱 흥분되고 신선한 비주얼을 만들 수 있었다. 아아, 그리고 국내 론칭 파티에도 마크 헌터가 함께해, 젊어진 라코스테의 느낌을 그의 사진에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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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하지 않은 꼼 데 가르송은 세계적인 만화가인 맷그로닝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위트를 더했다.
맷 그로닝과의 작업을 통해 탄생한 ‘빙키와 시바 플레이(Binky & Sheba PLAY)’는 5월 중순전 세계 동시 론칭했다. 꼼 데 가르송 플레이라인의 최신 시리즈가 될 콜라보레이션 작업물은 남녀 티셔츠 10종과 캔버스 백 2종으로 총 12개 아이템으로 구성된다. 이번 콜라보레이션은 1977년 처음 발표된 맷 그로닝의 주간연재만화 ‘지옥 같은 삶(Life in Hell)’에서 착안한 것으로, 각 아이템엔 주인공인 ‘빙키(Binky)’와 ‘시바(Sheba)’를 비롯해 만화 속 다양한 캐릭터가 유머러스하게 디자인돼 있다. 맷 그로닝이 직업 만화가로서 처음으로 대중매체에 출간한 ‘Life in Hell’은 LA에서의 복잡한 삶을 다룬 자전적 작품으로, 보잘것없는 직업에 형편없는 아파트에 살며 우울증을 앓는 토끼 빙키와 그의 전 여자친구 시바가 등장한다. 그 밖에도, 빙키가 만취했던 어느 날 밤의 결과로 태어난 사생아, 봉고(Bongo)와 두부 요리 식당과 티셔츠 숍을 운영하는 형제 혹은 연인으로 추정되는아크바(Akbar)와 제프(Jeff) 등 만화 속 독특한 캐릭터를 이번 콜라보레이션 아이템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