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나에 의한, 나를 위한”
바야흐로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의 시대다. Z세대(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후반 사이 태어난 세대)는 어릴 적부터 다이어리나 스마트폰 케이스 등 별걸 다 꾸며온 ‘별다꾸’족으로, 모두가 쉽게 가질 수 있는 상품에는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대신 단순한 기성품 구매를 넘어서 나만의 상품을 주문제작 하거나, 심지어는 원래 있던 상품도 다시 나만의 스타일로 리폼하는 등 적극적인 ‘커스텀’을 실천하고 있다. 상상도 못 할 정도로 다양해진 커스텀 세계의 매력은 무엇인지, 최신 사례들로 함께 살펴보자.
1단계: 주문제작으로 커스텀 맛보기
우선, 가장 쉽고 대중적인 커스텀은 ‘주문제작’이다. 자신이 원하는 문구와 디자인으로 만드는 커스텀 케이크는 생일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최근에는 좋아하는 문구나 자신을 상징할 수 있는 이미지를 담아 티셔츠?맨투맨?모자 등 가지각색의 패션 아이템을 주문 제작하는 커스텀 패션도 인기다. 뿐만 아니라, 평소 데스크테리어에 관심 많은 Z세대는 키보드에도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반영한다. 좋아하는 색깔은 물론이고, 타건 소리나 손끝에서 느껴지는 디테일한 촉감까지 고민하여 커스텀 키보드를 제작한다. 비슷한 색상의 마우스패드와 마우스까지 비치하면 나만의 데스크테리어가 완성된다.
원하는 재료를 넣어 취향대로 만드는 커스텀 김밥집 ‘풀리김밥’ (출처 : 풀리김밥 인스타그램)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젊은 1020 세대를 타겟으로 하는 커스텀 상품이 등장하고 있다. 마치 서브웨이 샌드위치처럼 토핑을 원하는 대로 고르고 뺄 수 있는 커스텀 김밥이 SNS 상에서 인기를 끌기도 하고, 순대 종류나 내장 구성을 고를 수 있는 커스텀 순댓국도 등장했다. 뷰티 분야에서도 커스텀이 대세다. 역시 개개인의 피부톤과 타입에 따라 주문 제작이 가능한 맞춤형 파운데이션이 눈길을 끌고, 자신의 모발 유형과 굵기는 물론이고 평소 두피 고민과 샴푸 향 등을 선택하면 받아볼 수 있는 맞춤형 샴푸도 등장했다.
2단계: 기성 제품을 활용해 나만의 아이템 커스텀하기
주문제작을 넘어서, 이미 있는 상품을 리폼해 세상 하나뿐인 나만의 상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사례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Z세대에게 가장 화제가 된 ‘나이키 리유저블 쇼핑백’ 리폼하기가 대표적인 예다. 나이키에서 제품을 구매하면 재사용이 가능한 리유저블백을 주는데, 이를 리폼해 자신만의 크로스백을 만드는 방법이 유튜브나 SNS상에서 화제였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야구 유니폼을 리폼하여 나만의 가방을 커스텀 제작하기도 하고, 안 입는 대학교 과 잠바를 꺼내어 쉽게 쓸 만한 파우치 형태로 재탄생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리폼 서비스는 주로 SNS를 통해 이용하는데, 기성품이라는 도구를 활용해 나만의 새로운 상품을 만드는 Z세대의 행보가 화려하다.
나이키 리유저블백을 취향대로 리폼해 만든 크로스백 (출처 : 다다다TV 유튜브 채널)
현대인의 필수 아이템인 무선 이어폰 역시 커스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천편일률적인 색상이 아닌 내가 원하는 색상으로 도색을 하여 나만의 이어폰으로 커스텀한다. 나이키, 아디다스, 폴로 등 글로벌 브랜드 의류 상품도 커스텀의 대상이다. 후드 집업이나 니트의 아랫단을 잘라 크롭 기장으로 재탄생시키거나, 바지를 치마로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까닭에 기성상품을 리폼하여 새로운 상품을 만드는 업사이클링 쇼핑몰도 주목받고 있다. 스투시?나이키?폴로 등 Z세대가 좋아하는 글로벌 브랜드의 로고를 따서 스마트워치 스트랩으로 제작하는 쇼핑몰이 있는가 하면, 명품 의류의 단추들을 모아 귀걸이나 반지 형태로 재활용하여 판매하는 쇼핑몰 역시 각광받고 있다.
키보드 기판부터 키캡까지 원하는 대로 조합할 수 있는 커스텀 키보드 (출처 : 몬스타기어 홈페이지)
만드는 과정 또한 즐거운 경험, 커스텀의 이유
커스텀의 성장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산업적?기술적인 기반이 갖추어진 가운데, 경제의 주축으로 진입한 Z세대의 특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Z세대는 왜 커스텀을 선호하게 된 것일까?
첫째, Z세대는 어릴 적부터 빠른 속도로 재생되는 수많은 디지털 콘텐츠를 습득하며 자라온 모바일 원주민 세대다. 때문에 지루하고 반복되는 경험보다는 늘 새롭고 신선한 경험을 추구한다는 세대적 특성이 깊게 자리한다. 이러한 세대적 특성은 소비에서도 강하게 나타나는데, 단순히 무언가를 구매하고 소유하는 것을 넘어서 달라진 주문 방식이나 리폼 등 구매 과정 자체를 하나의 경험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즉, Z세대에게 커스텀이란 소비에서 늘 새롭고 신선한 경험을 제공해주는 하나의 수단으로 기능하는 것이다.
둘째, Z세대는 그 어떤 세대보다도 자신의 취향을 중시하는 세대다. 취향이 전부인 세대라고 불릴 만큼, 모두가 쉽게 구매하는 상품은 Z세대의 흥미를 끌지 못한다. 대신 자신의 취향에 합한 아이템을 만나면 그보다 짜릿할 수 없다. 문제는 그러한 아이템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시장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선택지가 존재하지만 그 속에서 나의 취향에 맞는 아이템을 찾아내는 것은 마치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 같은 일일지 모른다. 때문에 Z세대는 자신의 취향에 맞게 선택하고 꾸미는 커스텀을 통해 세상에서 하나뿐인 나만의 아이템과 마주한다. 자신의 취향과 정체성을 마음껏 표현하고 싶은 욕구를 지닌 Z세대에게 커스텀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비즈니스 트렌드의 최전선에 선 커스터마이징
한때 비주류 문화로 여겨졌던 커스텀이 이제는 성공 공식으로 자리 잡으면서, Z세대를 타겟으로 한 시장에서는 커스텀을 활용한 상품기획과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캐주얼 풋웨어 브랜드 ‘크록스’는 Z세대 커스텀 문화를 가장 잘 활용한 대표적 사례다. 구멍 13개의 투박한 모양의 신발은 과거 못생겼다는 혹평을 듣기도 했지만 2020년 이후 크록스 연간 매출을 급성장시킨 효자상품이 되었다. 특히 10가지가 넘는 다채로운 색상은 물론이고 수많은 지비츠 참으로 자신만의 개성을 담아 신발을 꾸밀 수 있다는 점이 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신꾸(신발꾸미기) 열풍이 지속되자 최근에는 유명 인사 및 기업과의 콜라보 지비츠를 출시하여 꾸준하게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색상과 무늬부터 원하는 지비츠 형태까지 완전히 커스텀해 만들 수 있는 크록스 글로벌 서비스 (출처 : 크록스 홈페이지)
아이돌 그룹 에스파와 콜라보한 크록스 제품 (출처 : 크록스 코리아 홈페이지)
고가 폰케이스 브랜드 ‘케이스티파이(CASETIFY)’역시 꾸준한 사랑의 비결로 커스텀을 꼽는다. 기종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적게는 수십 개, 많게는 수백 개의 각기 다른 디자인을 적용할 수도 있고, 심지어는 원하는 로고의 위치와 폰트, 폰트의 색깔과 그림자 색깔까지 커스텀이 가능한 상품도 있다. 남들은 쉽게 알아채지 못하는 아주 사소한 디테일에도 커스텀을 살렸다는 점이 케이스티파이의 인기 비결일 것이다.
자신이 가진 사진을 활용해 스마트폰 케이스를 디자인할 수 있는 CASETIFY 서비스 (출처 : CASETIFY 홈페이지)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 보고서는 “2030년에는 Z세대가 세계에서 가장 큰 소비자그룹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취향을 가장 중시하는 Z세대가 만들어 가는 커스텀 문화에 앞으로의 귀추가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전 세계 소비시장을 뒤흔들 Z세대의 새로운 소비방식을 이해하고 이에 공감할 줄 아는 브랜드만이 앞으로의 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한다혜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의 공저자. 서울대 심리학 학사, 서울대 소비자학 석·박사.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와 <대한민국 외식업 트렌드 vol.1> 집필에 참여했으며, 삼성·LG·SK·아모레퍼시픽 등 기업을 대상으로 소비트렌드 기반 미래전략 연구를 수행했다. 현재 KBS1 라디오 성공예감 트렌드 팔로우 코너에 출연하며, 서울시 평생교육진흥원 <라이프롱런>에 Trend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