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할 수 있는 일 VS 잘하고 싶은 일
광고계동향 기사입력 2024.10.28 02:10 조회 494
 
글 백승엽 ECD | 브랜드스톰

고등학생 시절부터 꿈이 광고쟁이 였던 한 소년(?)이 있었습니다. 벌써 20년도 훌쩍 더 전의 일이니 사실 그땐 그런 꿈을 가진 소년이 있다는 게 다소 드문 일이긴 했죠.

“방송국이 아니라 광고회사를 가겠다고?”
“기자가 아니라 카피라이터가 되겠다고?”

하지만 때마침 그 무렵, 광고대행사라는 회사와 광고인이라는 직업은 점점 시대의 트렌드가 돼 가고 있었습니다. 10대들의 사랑을 받는 라디오 방송 속 패널로 대학생 광고동아리가 고정 출연했고, 한 광고 선배님의 체험 삶의 현장 에세이가 베스트 셀러가 됐으며, 90년대를 대표하는 트렌디 드라마 남주의 직업이 광고회사 AE이기도 했으니까요.

그래서 점점 더 그 꿈 많던 고딩은 자신의 진로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고, 깨알같이 관련 학과 전공과 동아리 활동, 공모전 같은 스펙까지 촘촘히 쌓으며 마침내 광고회사 카피라이터로 첫발을 내딛게 됐습니다. 뭐 요즘 말로 하면 그야말로 ‘성덕’ 같은 게된 셈이었죠.

하지만 그렇게 콩닥콩닥 가슴 뛰게 시작된 광고쟁이로서의 삶은 꽃길만은 아니었습니다. 몇 날 며칠 머리를 쥐어짜며 낸 내 아이디어와 카피는 회의에서 번번이 까이기 일쑤였고, 칼퇴와 워라밸 따위는 개나 줘 버린 지 오래였으며, 그래서 바야흐로 체력은 방전, 체중은 충만한 반가시밭길 같은 삶이 반복되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이쯤에서 나도 빤스런…?’
결연히 중도하차를 선언하고 다른 꿈을 찾아 나서려는 시도? 물론 안 한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저의 발목을 잡는 생각이 하나 있었습니다.

‘내가 잘 하는 일이 아닐지는 모르지만 나도 한 번쯤은 꼭 잘하고 싶다!’라는 것.

광고를 한다는 것에는 이상하게 그런 오기와 객기를 품게 만드는 마성이 있었습니다. 시장은 어렵고, 소비자는 모르겠고, 광고주는 무섭고, 아이디어는 늘 부족했지만 시장을 분석하고, 소비자를 파악하고, 광고주를 설득하고, 아이디어를 찾아가며 한 가닥 실마리라도 발견하는 날엔 흥분하기도 했습니다.

한 번도 접해보지 못했던 제품, 도무지 답이 없을 것 같은 브랜드가 책상 앞에 떡 하니 과제로 놓일 때면 팔자타령까지 해가며 ‘지지리 복도 없는 놈’이라고 자책했지만 낑낑거리며 어렵게 만든 그 제품과 브랜드의 캠페인이 성공했을 땐 ‘세상 그 누구보다 복 받은 놈’이 된 쾌감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어느덧 2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고, 이제 그 꿈 많던 고딩은 꼰대, 아재가 다 됐지만 여전히 저는 좌절과 환희를 꼬꾸라질 듯 오르락내리락 거리는 광고라는 롤러코스터에 계속 탑승 중입니다.

비명을 지를 때도 있지만, 환호를 부를 때가 더 많습니다. 멀미와 현기증이 날 때도 있지만 만족과 성취감을 느낄 때면 언제 그랬냐는 듯 증세가 눈 녹듯 사라지기도 합니다. 그것이 제가 이 롤러코스터에서 아직 하차하지 못하고 20년 넘게 자유이용권 끊어 뺑뺑이 돌고 있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광고가 가진 매력이 뭐죠?”라고 묻는 지인들과 후배들에게 단 한 번도 명쾌한 답을 내려 본 적은 없지만 한결같은 대답을 하긴 합니다.

“광고는 내가 잘하는 일은 아닐지모르지만 여전히 잘하고 싶은 일”이라고…

광고라는 롤러코스터는 아마 앞으로도 계속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할 것입니다. 그 속에서 공포를 느끼는 사람도, 재미를 느끼는 사람도 분명 있을 테고요. 하지만 앞으로도 모쪼록 더 많은 분들이 공포보다는 짜릿한 재미를 만끽하시기를 희망하며 오늘도 열차 출발합니다!
adz ·  9/10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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