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문명의 인문적 성찰
CHEIL WORLDWIDE 기사입력 2009.12.16 03:29 조회 8564
김성도 | 고려대학교 언어학과 교수

디지털 문명이라는 시간과 공간의 수레바퀴는 점점 속도가 붙어 누구도 제어할 수 없는 상태로 치달으면서 새로운 지식?문화 혁명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것을 굴리는 것은 인류 전체이며, 수레바퀴의 살도 인간이라 할 수 있다. 오늘 이 시간을 통해 이 디지털 문명에 대한 긴 호흡, 즉 인간학적 성찰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우주 집적체인 만다라(Mandala)와 디지털 집적체로서 반도체 산업 전반에 활용되는 세미콘덕터(Semiconductor)는 상당히 유사한 형태를 갖고 있다
(그림 1,2).
 
만다라는 호흡만 한 번 해도 만가지이다. 불교의 교리를 빌자면,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고, 언젠가는 모두 사라질 것’들이며, 디지털 문명의 운명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오늘 이야기의 화두는 세 가지 정도로 정리된다.
 
첫째는, 순수 인문학의 영역에 속한 필자가 가장 냉철하고 현실 논리를 파악하는 분야인 마케팅에 관해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두 번째는, 디지털 문명의 핵심이 무엇인가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다.

가파른 디지털 문명의 진행 속도를 경험 중인 우리가 앞으로 준비해야 할 것은 디지털 문명이 아닌, 포스트 디지털 시대가 아닌가 한다. 디지털 통섭의 시대, 감성의 시대, 정보의 시대도 사라지고 결국 누가 이 디지털의 땅에서 개념을, 컨셉트를 지배할 것인가 하는 점이 핵심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 화두는 디지털 통섭 시대의 브랜드에 대한 인문학적인 입장을 간략하게 제시하고자 한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인문학 ‘네오-휴머니티(New Human Sciences)’지금까지 필자를 비롯한 국내의 학자들이 여러 저서를 통해 언어학·기호학·영상 연구·미디어 연구에서 문화 연구로 연구 영역을 확장하며 새롭게 구상하고 설계한 ‘응용인문학’을 제시해 왔다.
 
사실 우리나라 인문학의 현 상황은 학문의 독자적인 의제설정 능력이 결여된 동맥경화증의 상태에 비유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정녕 인문학은 사회적 환원의 문제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는 것인가? 또한 경영학과 인문학은 과연 전혀 다른 별개의 영역에서 서로 만날 수 없는 위치에 있는 것인가?
 
필자와 연구단은 이러한 문제에 주목해 그 벽을 허물고자 ‘신인문학(New Humanities)의 비전’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 왔다. ‘신인문학’은 새로운 인문학의 지식플랫폼 구축을 통해, 한국 문화 자원 확충을 위한 지적 토대를 정립함으로써, 국가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는 선도적인 인문학 패러다임을 구축하고자 하는 데 그 목표를 두고 있다.
 
또한 생태학적 선순환구도 하에 공동체적 정체성을 위한 유대, 인문학 안팎의 대화와 협력을 위한 통섭, 창의적 실천과 응용을 위한 화용을 근본적 속성으로 하고 있으며, 이 같은 유대, 통섭, 화용의 원리에 준거해 역사생태 인문학(Historico Ecological Humanities), 매체소통 인문학(Media Communication Humanities), 공공미학 인문학(Public Aesthetic Humanities)의 세 가지 토대 영역을 설정하고 있다(그림 3).
 
신인문학의 비전은 산업계·시민단체·지역공동체 등의 민간 영역과 중앙 정부 및 지방 자치단체와의 공민협력(Public-Private Partnership)을 통해 인문학 지식의 사회적 응용과 적용을 확장함으로써, 신인문학의 사회적 활용성을 제고하는 것이다. 즉, 전통적 인문학이 추구해 온 성찰·비판·상상력의 인본적 가치에 충실하되 문화콘텐츠 개발을 중심으로 한 실용인문학의 생산적 역량을 포괄하는‘제3의 인문학’을 창안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다(그림 4).
 
그런데 애석하게도 지금까지의 한국의 문화인문학은 한국만의 폐쇄성?배타성이 짙으며, 대외적인 현실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되어 왔다. 또한 최근 등장한 문화콘텐츠학, 문화기술학 등이 문화창조산업에 인문학적 자산과 상상력을 활용하고 있긴 하지만, 표층적이고 단기적인 이익에만 치중해온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긍정적인 것은, 현재 많은 국내의 인문학자들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다. 가까운 시일 내로 신인문학의 여러 모델들이 등장해, 인문지식의 공적 가치와 신뢰도를 회복하고 디지털 시대가 요구하는 인문학·예술·공학이 함께 어우러진 창조적 융합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신인문학이 제대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가 차원에서 그려주는 지식지도가 필요하다.

원천지식에서 응용지식으로의 생성과정 및 현실 영역에 활용될 수 있는 인문지식의 이동경로를 보여주는 지식지도가 작성된다면, 연구 적체 현상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고차원적이고 복합적인 인문 지식을 활용한 산학의 유기적 협력을 통해 산업계의 장기발전에 기여함으로써, 국가 경쟁력 역시 강화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그림 5, 6).

디지털 문명이란 무엇인가

디지털 문명에 대해 알고자 한다면 먼저 생명체의 본질을 알아야 한다. 모든 생명체의 본질은 커뮤니케이션이다. 에너지와 정보의 교환은 유기체의 생존을 위한 절대 조건이며, 커뮤니케이션은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를 열린 시스템으로 특징짓는 절대 조건이다. 그런데 인간은 이러한 생리적• 물리적 과정을 넘어, 커뮤니케이션 활동에 필요한 인공물(선사시대의 돌도끼, 21세기의 컴퓨터 등), 즉 테크놀로지를 만들어 사용해 왔다. 이러한 인류의 테크놀로지는 여섯 개의 영역에서 이야기될 수 있다.
 
1. 언어
먼저 언어다. 언어 테크놀로지는 곧 문화 테크놀로지라고 말할 수 있다. 디지털 혁명 이전에 인류가 경험한 이와 유사한 혁명은 두 가지로, 문자와 인쇄술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망각하고 있는 중요한 사실 한 가지가 있는데, 문자 이전의 인류가 이미지를 그렸다는 사실이다.
 
인간은 본성적으로 이미지를 매우 좋아한다. 지금까지도 전 세계에는 호모 그라피쿠스(Homo Graphicus)가 그린 이미지가 약 7500만 점이나 남아 있다(그림 7). 어찌보면 선사 시대는 인류의 가장 휘황찬란한 영상 아카이브 시대인지도 모르며, 오늘날의 디지털 시대는 최초의 영상 시대로의 귀환인지도 모른다.
 
언어 테크놀로지의 첫 번째 요소는 문자다(그림 8, 9). 문자의 발명으로 법 체제가 구성되면서 최초의 도시 국가를 만들어내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으며, 화폐의 제작을 통해 상업 교역을 가속화시켰다. 또한 고대 그리스에서 기하학 등의 추상적 학문이 발달하게 된 것도, 종교가 태동한 것도 문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문자가 인류의 역사를 탄생시킨 것이다. 두 번째는 르네상스 시대부터 등장한 인쇄술이다(그림 10). 인쇄술에 의한 문자의 확산은 종교 개혁을 촉발하여 신교가 장려한 개인의 독립성을 강화시켰고, 이로 인해 정치적 민주주의와 시민의 권리가 신장되었다.
 
또한 책이 도서관에 쌓이기 시작하면서 기억의 부담을 덜어주어 더 많은 시간을 실험 과학에 할애하게 만들었다. 활자가 근대 과학을 탄생시킨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현 시대의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있다. 디지털 시대의 정보매체, 즉 소프트 테크놀로지는 신축성·이동성·속도·팽창력 등의 특징에 있어, 산업 혁명 시대의 하드웨어 테크놀로지보다 훨씬 더 강력하다. 개인의 행동과 사회 조직 전반에 걸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단순한 진화론, 하나의 매체가 다른 매체를 몰아내는 식의 단순한 대치로 설명할 수는 없다. 디지털 시대의 컴퓨터는 인쇄기와 종이의 소비를 증가시켰고, 없어질 거라 예측했던 도서관은 오히려 세계 곳곳에서 더욱 웅장하게 건립되고 있다.

즉, 새로운 매체는 옛 매체를 사라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이와 융합해 더욱 활성화되고 확산된다는 것이다. 정보통신기술 역시 직선으로 단순하게 발전해 나가는 예측 가능한 성질의 것이 아니므로, 우리는 디지털 문명에 대해 문명사적인 긴 호흡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2. 공간
문명의 공간적 원리는 한 마디로 집중화다. 도시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고, 기업에는 생산과 소비 수단이 축적되어 있으며, 은행에는 재화, 도서관에는 책이 한 곳에 쌓여 있다. 인간의 문명은 곧 도시·학교·마을 등의 저장소와 같은 집중화 장소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인간의 사유 역시 바로 이같은 축적화의 과정이며, 컴퓨터는 집중화의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컴퓨터는 인류가 수만 년 동안 고민해 온 저장이라는 문제를 ‘가상성’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실현한 것이다. 디지털 시대의 우리는 더 이상 사물을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들을 저장해야 한다. 또한 집적화라는 기존의 문명 양식을 다시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다.

휴대폰과 같은 이동 테크놀로지에 의해 하이데거가 인간의 존재에 대해 정의한‘바로 지금 여기에 있는 존재’라는 기존의 사유와 근본적 범주가 해체되고 있다. 모든 지점들이 동등한 가치를 누리게 되었으며, 어느 한 곳이 아닌 도처에 존재하고 싶어하는 신의 능력을 모방한 인간, 호모 모빌리쿠스(Homo Mobilicus)가 등장하고 있다. 더 이상 우리는‘누군가의 집’에‘누군가의 사무실’에 전화를 거는 것이 아니라, 한라산?에펠탑?지구 반대편 그 어느 곳이든 바로‘그 사람’에게 전화를 거는 것이다.
 
3. 기억과 정보
디지털 문명은 역사의 시간을 해체하고, 주거지의 장소와 법을 변경하고, 인간도 변화시킨다. 모든 테크놀로지는 기억의 문제이다. 문자• 활자 등 기억의 인공물을 발명하면서 인간은 자연적 기억력을 상실했다. 또한 디지털 시대의 가속화로 인간의 기억력은 현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모든 문명에는 새롭게 얻는것과 잃는 것이 양립한다.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우리의 개인적?주관적 인지 능력을 상실시킨 대신, 집단화하고 객체화된 기억을 얻게 했다. 인터넷은 전 지구적인 기억이며, 인류의 집단적 백과사전이다. 이제 우리는 기억력의 부담에서 벗어나, 발견을 위한 창조적 사유에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다음은 정보의 문제다.
 
현 세계는 정보과잉의 시대다. 하지만 우리의 딜레마는 우리가 너무 많은 정보를 수용한다는 데에만 있지는 않다. 여과되지 않은, 분류와 프레임화 되지 않은 정보를 얻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즉, 중요한 것을 선별할 수 있는 요령을 결여한 것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미래는 디지털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아날로그와 함께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넷·가상 현실 등의 뉴미디어는 오늘날의 커뮤니케이션 풍경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직접적인 신체를 사용하는 커뮤니케이션을 대치하지는 못하고 있다. 결국 대화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며, 말하는 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질 것이다. 어찌 보면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몸의 자극과 느낌이지 정보가 아닌지도 모른다.

우리는 다시 이성적 플래닝의 시대에서 대화 공동체의 시대로 돌아가야 한다. 대화는 미디어를 통해서 투사되는 메시지보다 더욱 강력한 이해의 매체이기 때문이다.
 
4. 지식혁명
디지털 문명이 불러온 지식혁명은 누가 생각(Concept)을 지배하는가의 문제다. 인터넷은 우리의 사유 방식을 바꾸어 놓고 있다. 지식의 매체를 탈물질화 시키고 공간과 시간의 경계를 초월하면서, 인터넷은 지식을 조직화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공하고 있다. 단전• 단수보다 인터넷을 끊는 것을 더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을 지경이다.
 
인터넷 기반(Cloud)의 컴퓨팅(Computing)기술인 클라우드 컴퓨팅(CloudComputing)이 확산된다면 이러한 문제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그림 11). 웹이 ‘소유’의 개념을 변화시킨다면, 존재 역시 마찬가지다. 클라우드 컴퓨팅과 같은 가상화에 의해 현존(Presence)과 소유의 개념 등이 사라지게 된다.
 
구글을 예로들어 보겠다. 최근 5년 동안, 구글은 세계 주요 도서관들의 도서를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착수했다. 그 양은 5억 권 분량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도서관이 탄생된 것이다(그림 12). 구글의 디지털 마술은 모든 독자가 읽고 싶어하는 모든 도서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 줄뿐만 아니라, 고갈되지 않는 연구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그러나 만약 구글이 어느 순간 가격을 올리면 지식의 독점이 일어나게 된다. 이를 막고자 도서관의 디지털화는 진행시키되, 공익을 최우선시하기 위한 협정문이 체결되기도 했다. 2008년 11월에 맺어진 구글과 주요 도서관• 출판사와의 협정은, 모든 지식 접근권을 하나의 기업에 전담시킴으로써 디지털 세계를 급격하게 변형시킨 사례가 되고 있다.
 
5. 문화혁명
디지털 문명의 또 하나의 특징은 문화 혁명이다. 이것은 간단하게 말해 제3의 문화가 탄생된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상아탑의 문화와 미디어의 문화가 기존의 양대 권력이었다면, 이 두 개의 문화 권력 옆에 인터넷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인터넷은 과학적 환경에서 탄생했으며 확산되었다. 하지만 그 사용은 전자 메일교환과 자료 교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최근 아카이브의 대규모 확산에 의해 앞으로 세계적 대형 네크워크가 국제적 공동 연구를 위한 플랫폼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기초적 정보 안내 정도에 그칠 뿐, 집단적 연구 플랫폼을 형성시키진 못하고 있다.
 
이에 관한 미래 예측은 어렵다. 1970년대에는 시청각 교육을 통해 전통교육이 변화하고 이러닝(e-learning)이 확산될 것이라 예측했지만, 가상 강의프로그램과 모델은 여전히 극소수이며, 온라인 교육의 대부분은 전통적 교육 콘텐츠를 컴퓨터에 올려 놓은 것에 불과하다. 다만, 자료 수집과 자료 정리 분야에서의 웹은 가히 혁명적이다.
 
6. 이동성
마지막은 이동성의 문제이다. 디지털 문명의 시대에는 사람• 돈• 상품이 빠르게 이동한다. 그런데 이 이동성이 지속발전가능한 모델로 보이지는 않는다. 유럽에서 자랑하는 고속 철도 모델도 결코 생태학적인 모델은 아니다.

사고·교통체증·공기오염·기후변화·소음 등의 환경 파괴와 에너지 소비의 문제를 안고 있다. 결국 인간의 이동 자체가 반생태학적이다. 시간 비용은 더 혹독하다. 현대의 교통 시스템은 시간을 절약하는 데 결코 효율적이지 않으며, 사회적 비용은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
 
디지털 시대가 되면 이동이 줄어들어야 하는데 왜 종이의 소비는 늘어나게 되었으며, 인간은 분주하게 이동하게 되었을까. 왜 우리는 비행기를 덜 타고도 더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없으며, 이메일이나 화상전화로 회의하지 않는 것일까. 이것은 인간의 정보 획득 방식이 촉각?후각 등을 거쳐 엄청난 정보량이 만날 때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수십조의 정보를 처리하며, 이것은 컴퓨터로 시뮬레이션될 수 없다. 물론 인터넷은 기술 혁명이며 문화 혁명이다. 어떤 이는 문자와 인쇄술에 버금가는 상징혁명이라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이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의 위험성은 인간의 모든 지식과 경험을 상징 형식으로 환원시키려 한다는 데 있다. 가상 현실 등을 통한 경험이 많아질수록, 우리는 실제로 몸으로 느낀 경험을 과소 평가할 위험이 있다.
 
이러한 이동성의 문제를 해결해 자원고갈 및 우리를 소진시키는 것들로부터 해방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지리학적 상상이 필요하다. 이동하지 않고도 좀 더 가깝게 지낼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현대 문명의 이동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브랜드에 인문학적 상상을 더하라 그렇다면 인문학이 브랜드에, 마케팅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상품이 욕구를 충족시킨다면 브랜드는 욕망을 충족시키는 것이다. 현대 사회의 욕구의 패러다임은 욕망의 패러다임으로 변화하고 있다. 브랜드는 이제 상징적• 상상적 차원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한식 중에도 한 끼에 100만 원하는 메뉴가 있다. 음식이 100만 원 상당의 가치를 내기 위해서는 맛과 재료만으로는 부족하다. 음식에 보이지 않는 상상, 형이상학적 무언가가 들어가야 한다. 이것이 바로 욕구에서 욕망으로 가는 일이다. 이처럼 특정 제품은 이제 그것의 외양과 기능이 인간의 가장 심오한 감각을 위해서 디자인되어야 한다.
 
제품이 손으로 만져볼 수 있는 것이라면, 체험은 기억에 깊은 인상을 남기는 것을 의미한다. 소비자들과 정서적으로 유대감을 결속시킬 수 있는 제품과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제품 사용에 의해 창조되는 감각적 경험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인문학적으로 보면 욕구에서 욕망으로 가는 것은 결국 체험경제로 가는 일이고, 한바탕 춤을 추는 일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이제 더 이상 플래닝을 위한 기획은 필요가 없다. 춤의 안무(코레오그래피 : Choreography)를 짜듯 마음 속에 울림을 줄 수 있는 기획을 해야 한다.

마음껏 춤을 출 수 있는, 마음껏 소비자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이제 제품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경제적·사회적·문화적 변화의 촉매제 역할을 해야 한다. 브랜드로서의 제품이 문화가 되어 생태적·경제적·사회적 행복의 상관 관계를 읽어내는 전방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물리적 컨텍스트에서 인간적 컨텍스트로 바뀌어야 한다. 컨텍스트는 인간 활동을 위한 단순한 무대가 아니라, 정신적?물질적 토대이다. 인문적 가치를 내포한 모델에 기초하여, 관계에 기반을 둔 제품과 브랜드로 대화를 통해, 사회적?문화적 컨텍스트를 포함하게 해야 한다. 우리는 갈수록 손에 잡히지 않는 경제 원리 속에 살고 있다.
 
부의 가장 큰 근원은 더 이상 물리적인 것이 아니라, 지각적·지적·정서적인 것이다. 단시간의 이윤을 추구하는 상품과 달리, 장기적인 문화적 변형을 가져오는 제품은 문화의 진화, 인간적 욕구, 집단적 관심사, 환경적 고려에 대한 기여를 통해서 평가된다.

이제 브랜드는 물체에서 주체로 바뀌어야 하고, 이러한 이동을 위해서는 인문학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앞으로 인문학자와 경영학자가 함께 공동으로 마케팅하는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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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언서 마케팅의 글로벌 추세
  광고에서 중요하게 고려되는 것 중 하나는 ‘어떤 방법을 통해 최대의 광고 효과를 얻을 것인가’ 일 것입니다. 여러 광고 전략 중, 고전적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된 것은 유명인을 주요 매개로 브랜드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셀러브리티 마케팅 혹은 유명인 모델 광고 (celebrity endorsement; McCracken, 1989) 전략입니다.   우버 이츠(Uber Eats)의 제니퍼 애니스톤, 데이비드
[캠페인 하이라이트] MCC 고베식당을 이야기하다
크리에이티브 컨설팅, 실행을 담보로 할 수 있을 것인가? ‘MCC 고베식당’ 프로젝트는 둘로 나뉘어진다. 바로 컨설팅과 실행이다. 그 둘이 함께 붙어 있기에 힘을 발휘한 프로젝트였고, 또한 둘로 나뉘어 있기에 어려운 프로젝트기도 했다. 2010년 4월 27일 매일유업에서 날아든 굵직한 숙제 하나. “우유하던 우리가 카레를 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잘 할지… 총체적으로 해봐!” 그렇게 시작된 숙제는 제일기획으로서는 새로운 ‘제품 컨설팅’ 의 영역이었다. 지금 이 시점, ‘ 크리에이티브 컨설팅’이라 명명된 우리만의 USP(Unique Selling Point)가 되어가고 있지만 초기만해도 가뜩이나 압도적 독점브랜드가 있는 시장 상황 속에 제품개발도 완결되지 않은, 유통도 가격도 결정되지 않은 실로 막막한 프로젝트였다.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 광고윤리는?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의 광고윤리의 필요성’ 특별 토론회 개최
바야흐로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했다. 기술 발전은 광고산업의 영역을 확장하고 또 규모 면에서도 성장을 가져왔다. 미디어는 복잡, 다양해졌고, 광고산업에 포함되지 못한 광고의 새로운 유형들도 등장했다. 광고가 소비자들과 만날 수 있는 접점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다. 기술은 이러한 접점들을 사람이 일일이 파악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대응하게 해 준다.
[BRAND REPORT] 건강한 세상을 만드는 건강한 소통 헬스 커뮤니케이션
최근 헬스 커뮤니케이션(Health Communication)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여러 분야에서 커뮤니케이션, 즉 소통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유독 헬스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이 강조 되는 것을 보면 그만큼 이 분야에서 소통의 중요성이 등한시 되어 왔던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해 본다.
SOL로 탈출! 뉴진스, Pay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곳에 마침내 도착!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금융그룹사 전략에 따라 신한카드의 디지털 앱 명이 ‘신한SOL페이’로 개편되었습니다. 올해 상반기 신한SOL페이에 기대감을 높인 런칭캠페인에 이어 신한SOL페이의 실체를 전달하고자 한 신한SOL페이 신규 광고를 소개합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글로벌 추세
  광고에서 중요하게 고려되는 것 중 하나는 ‘어떤 방법을 통해 최대의 광고 효과를 얻을 것인가’ 일 것입니다. 여러 광고 전략 중, 고전적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된 것은 유명인을 주요 매개로 브랜드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셀러브리티 마케팅 혹은 유명인 모델 광고 (celebrity endorsement; McCracken, 1989) 전략입니다.   우버 이츠(Uber Eats)의 제니퍼 애니스톤, 데이비드
[캠페인 하이라이트] MCC 고베식당을 이야기하다
크리에이티브 컨설팅, 실행을 담보로 할 수 있을 것인가? ‘MCC 고베식당’ 프로젝트는 둘로 나뉘어진다. 바로 컨설팅과 실행이다. 그 둘이 함께 붙어 있기에 힘을 발휘한 프로젝트였고, 또한 둘로 나뉘어 있기에 어려운 프로젝트기도 했다. 2010년 4월 27일 매일유업에서 날아든 굵직한 숙제 하나. “우유하던 우리가 카레를 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잘 할지… 총체적으로 해봐!” 그렇게 시작된 숙제는 제일기획으로서는 새로운 ‘제품 컨설팅’ 의 영역이었다. 지금 이 시점, ‘ 크리에이티브 컨설팅’이라 명명된 우리만의 USP(Unique Selling Point)가 되어가고 있지만 초기만해도 가뜩이나 압도적 독점브랜드가 있는 시장 상황 속에 제품개발도 완결되지 않은, 유통도 가격도 결정되지 않은 실로 막막한 프로젝트였다.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 광고윤리는?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의 광고윤리의 필요성’ 특별 토론회 개최
바야흐로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했다. 기술 발전은 광고산업의 영역을 확장하고 또 규모 면에서도 성장을 가져왔다. 미디어는 복잡, 다양해졌고, 광고산업에 포함되지 못한 광고의 새로운 유형들도 등장했다. 광고가 소비자들과 만날 수 있는 접점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다. 기술은 이러한 접점들을 사람이 일일이 파악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대응하게 해 준다.